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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면생리대, 생리컵이 뭐죠?”…대안 생리대 빠진 학교 성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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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교육, 몸의 변화ㆍ일회용 생리대에만 초점

-대안생리대 정보 캄캄…“10대에 용품선택권 줘야”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 고등학생 이모(18) 양은 얼마전 인터넷으로 생리컵에 대해 알게 됐지만 주위 사람들 가운데 마땅히 물어볼 사람이 없었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주관적인 사용 후기가 대부분이었다. 어느 제품이 좋은지, 어떻게 사용하고 관리해야 하는지 등 모든 정보를 블로그에 의존해야 했다.

이 양은 “생리컵이 훨씬 싸다고 해서 관심이 갔는데 어머니나 친구들 모두 잘 모르는 탓에 인터넷 블로그나 카페를 돌아다녔다”며 “인터넷 글도 홍보 글일 수 있으니 다 믿음이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대안 생리대에 관한 객관적인 정보를 알 수 있는 정보 통로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헤럴드경제

2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여성환경연대 주관으로 열린 ‘5월 28일 세계 월경의 날 기념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생리대 전성분 표시제 실시, 생리대 유해물질 관리 및 규제기준 강화 등을 촉구하며 퍼포먼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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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 생리대의 부작용과 안전성 논란이 계속되면서 면생리대나 생리컵 등 대안 생리대를 찾는 여성들이 늘고 있지만 정작 초경을 경험하는 10대 학생들에겐 생리대에 관한 정보가 충분히 주어지지 않고 있다.

일부 일회용 생리대 사용자들 사이에선 생리통, 질염, 알러지 등 확인되지 않은 부작용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반면, 면생리대는 안전하고 착용감이 좋다는 평이 돌면서 인기를 얻고 있고, 생리컵의 경우 아직 국내에서 시판 허가가 나지 않았음에도 반영구적이고 편리하다는 입소문으로 나면서 해외 직구로 구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식품의약안전처가 최근 1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1.1%가 생리컵에 ‘알고 있다’고 답했고 이 가운데 10~20대가 61%로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경험자 중 82%가량은 주변 지인에게 추천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정작 생리 경험을 처음으로 접하는 10대는 다양한 월경용품에 대한 정보를 구할 공식 창구가 많지 않아 인터넷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학교에서 진행되는 성교육 시간에도 대안 생리대에 관한 교육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서울 시내 중학교의 한 보건 교사는 “생리에 관한 교육은 대부분 생리 기간에 있는 몸의 변화, 생리대를 썼을 때 생식기 관리 방법이나 화학적인 생리대가 몸에 미치는 영향 정도에 그친다”며 “대안 생리대에 관한 교육은 특별히 하지않는다”고 말했다.

성교육을 위탁받아 진행하는 시립 청소년성문화센터에서도 대안 생리대에 관한 교육은 직원의 재량에 그치고 있는 현실이다.

서울의 한 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학생들에게 면생리대나 생리컵에 대해 설명해주면 아이들이 놀라워하면서 관련 질문을 쏟아낸다”며 “해외에서 생리컵을 사오기도 한 일부 학생들도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안 생리대에 대한 교육을 해야한다는 특별한 지침이나 가이드라인 없기 때문에 센터 재량으로 교육을 시키고 있다”며 “대부분 에티켓 설명에만 그치고 다양한 월경용품에 대한 선택권을 주지 못하는 한계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월경을 처음 접하는 10대때부터 다양한 월경용품 관한 정보를 제공해 선택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부 단체는 지난 25일 이와 관련해 생리용품에 관한 공교육을 강화할 것을 정부에 요구하기도 했다.

여성환경연대 관계자는 “현재 학교에서는 일회용 생리대에만 초점을 두고 있어 초경할때 아무런 선택권 없이 일회용 생리대부터 접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라며 “학생들의 건강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월경용품 선택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공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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