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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새책] ‘다산, 행복의 기술’… 다산 전문가 장승구 교수가 탐구한 정약용의 행복의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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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다산, 행복의 기술
장승구 지음|커뮤니케이션북스|97쪽|9800원

“곡식 있어도 먹을 사람 없는가 하면
자식많은 자는 배고파 걱정이고
(중략)
달이 차면 구름이 자주 끼고
꽃이 피면 바람이 망쳐 놓지
천지만물이 다 그렇고 그런 것
혼자 웃는 걸 아는 사람이 없네”

다산 정약용(1762~1836년)이 유배지인 전남 강진에서 쓴 ‘혼자 웃다(獨笑)’라는 제목의 시(詩)다. 다산은 인생의 격렬한 풍파를 겪었다. 20~30대에는 서울의 한복판 화려한 인맥 속에서 벼슬을 통해 부와 명예를 쌓았다. 그러다 40대에는 남쪽 바다 끝에서 고립무원 상태에서 처참한 유배생활을 했다.

자신의 친형은 극형에 처해져 가문 전체가 몰락했다. 배신감과 모욕감, 경제적 고난, 부자유의 고통...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지는 것 같은 고통과 아픔은 다산에게 살을 애는 실존의 문제였다.

‘혼자 웃다’라는 시는 모든 고통이 한꺼번에 몰아닥친 상황에서 다산이 자신의 괴롭고 씁쓸한 심사를 담은 것이다. 다산의 위대함은 여기서 좌절하지 않고 그가 고통을 이겨내며 지성사의 새로운 지평을 창조했다는데 있다.

커뮤니케이션북스의 행복총서 시리즈로 나온 ‘다산, 행복의 기술'은 다산이 고통 속에서 어떻게 자신의 내면적 상처를 치유하고, 자신을 단련했는지 그리고 어떤 행복관을 가지고 자신의 행복을 실현했는지를 집중 조명한다.

경북 영주 출신으로 안동고와 서울대 윤리교육과를 졸업한 저자 장승구 세명대학교 교양대학장은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에서 ‘퇴계의 향내적(向內的) 철학과 다산의 향외적(向外的) 철학의 비교’로 철학박사학위를 받았고 미국 버클리대 초청교수와 서울대 강사 등을 역임했다.

한국철학사연구회 회장, 한중철학회 부회장, 한국동양철학회 연구이사 등 적극적인 학회활동을 해온 저자는 다산학술문화재단 ‘다산학’의 편집위원을 맡고 있으며 '정약용의 실천의 철학'(2001), '다산경학의 현대적 이해'(2012), '다산의 사상과 그 현대적 의미'(공저, 1998) 등 다산 정약용에 관한 다양한 연구와 저서를 낸 대한민국 철학계의 중진이다.

저자는 다산이 유배를 가 정계 복귀가 좌절되자 청복(淸福)을 이상(理想)으로 삼고 제자들에게도 권했다고 밝혀낸다. 다산이 유배지에서 백성의 행복을 위해 직접 할 수 있는 일은 현실적으로 거의 없었다. 훗날에 쓰이기를 기대하고 좋은 제도와 정책을 연구하고 정리하는 게 고작이었다.

다산은 자신에게 운명적으로 그리고 현실적으로 주어진 '청복'을 실현해 가면서 행복을 누리고자 했다. ‘주역’을 탐구하고 저술과 교육에 열중하며, 역사적 인물과의 교감을 통한 치유에 몰입한 게 그 편린들이다.

다산은 또 종교와 자연을 통한 치유로 고통 극복도 모색했다. 한때 천주교 신자였던 그에겐 인간세계와 자연세계 위에 초월적 존재가 있었다. 그 초월적 존재에 대해 부끄러움 없이 당당한 삶을 살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다산에게서 주목할 만한 것은 ‘공공의 행복’에 힘썼다는 사실이다. 공공의 행복을 위해 사회에서 소외된 최소 수혜자를 위한 복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복지이념을 제시한 것이다. 공공기관에서 어려운 계층의 사람들을 배려하고 지원해 주는 시스템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인데, 목민관을 통한 사회의 최소 수혜자를 위한 복지 대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결과적으로 다산은 개인의 고통과 아픔을 시대와 사회의 고통 치유로 승화하고, 백성의 행복을 위해 지식인의 소임을 다하는 데서 자신의 행복을 발견했다. 여기서 다산의 다산다움을 발견하게 된다.

저자는 "180여년 전 다산의 행복 만들기 노력은 오늘날 현대인이 겪는 갖가지 트라우마를 치유하고 행복으로 나아가는데 도움과 지혜를 준다"며 "무엇보다 참된 행복은 인간으로 태어나 '의미 있는 삶'을 사는데 있다는 것을 깨우쳐 주고 있다"고 강조한다.

조선비즈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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