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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퇴직연금 150조 시대]① 당신의 퇴직연금, 얼마나 알고 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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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제도가 도입 10년을 넘어서면서 적립금 규모가 150조원에 육박했다. 그동안 국민연금에만 의존했던 노후 대비 구조에서 탈피해 선진국의 시스템인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의 3층 구조를 갖춰가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가 나온. 퇴직연금의 외형은 만들어졌지만 낮은 수익률, 높은 수수료, 회사와 가입자들의 무관심 등 문제가 산적해 있다. 퇴직연금이 실질적으로 노후 대비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총 6회에 걸쳐 퇴직연금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모색한다. [편집자 주]

퇴직연금 적립금이 지난해 말 147조원을 기록했다. 전체 근로자의 60%가 퇴직연금에 가입했고 대기업 10곳 중 8곳이 퇴직연금을 도입했다.

제도가 도입된 이래 10여년만에 거둔 성과다. 공적부조인 국민연금이 조기 고갈될 가능성이 여전한 가운데 2층 안전망인 퇴직연금의 안착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퇴직연금 시장은 기하급수적으로 그 규모를 키울 전망이다. 지난해는 300인 이상 사업장이 의무 가입 대상이었지만 올해는 100인 이상 사업장, 2018년에는 30인 이상 사업장, 그리고 2022년에는 모든 사업장이 의무가입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속도라면 2020년 378조원, 2030년 960조원, 2040년 1554조원, 2050년 1928조원(자본시장연구원 추산)으로 불어난다. 국민연금 적립금의 경우 현재 550조원에서 2043년 2500조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60년 기금 고갈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는 퇴직연금 규모가 국민연금을 추월해 금융시장 영향력이 훨씬 커지는 것이다.

대규모 자금이 노후 대비를 위해 차곡차곡 쌓이고 있지만 퇴직연금은 여전히 많은 근로자에게 생소한 제도다. 매년 한달 치 월급을 퇴직연금에 쌓으면서도 노후가 계속 불안하다고 한다. 왜? 잘 모르니까.

노후 자금의 상당부분을 책임질 퇴직연금을 언제까지고 방치할 수는 없다. 지금이라도 차근차근 자신의 현재 상태를 진단하면서 노후 대비를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 퇴직연금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부터 확인해 보시라.

① 당신은 퇴직연금에 가입했나?

먼저 자신이 퇴직연금 가입자인지 아닌지를 확인해 보자.

퇴직연금은 근로자가 회사에 다니는 동안 회사가 근로자에게 지불해야 할 퇴직금을 은행이나 보험, 증권사에 맡겨두는 것이다. 퇴직연금을 도입하지 않은 회사라면 퇴직금제도가 적용돼 있다. 퇴직금제도는 근로자가 퇴사할 때 회사가 회사 규정에 따라 퇴직금을 지급한다. 보통 퇴직 직전 3년 평균 월급에 근속연수를 곱한 금액이다.

퇴직연금은 회사에서 가입을 해야 한다. 다만 회사가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근로자의 과반수 이상, 또는 근로자 과반수 이상이 참여한 노동조합의 동의가 필요하다.

퇴직연금 가입 여부를 확인하려면 금융감독원의 ‘통합연금포털(http://100lifeplan.fss.or.kr)’을 이용하면 된다. 회원가입을 한 다음 연금정보 조회신청을 하면, 자신이 가입한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정보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조회신청을 하면 실제 조회가 가능하기까지 한달의 기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회사의 인사·재무·총무 담당자에게 직접 물어볼 수도 있다.

② 도입 안 했다면 도입할 수 있는 방법은?

법적으로 올해부터는 100인 이상 근로자가 일하는 회사는 퇴직연금에 의무가입해야 한다. 2018년부터는 30인 이상 100인 미만 회사가, 2019년에는 10인 이상 30인 미만 회사가, 2022년에는 모든 회사가 가입해야 한다.

아직 의무 가입 대상이 아닌 회사라면 노동조합 등을 통해 회사에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요구한다고 해서 회사가 반드시 퇴직연금에 가입할 의무는 없다. 회사가 근로자의 의견을 거부한다면 의무 가입 시점까지 기다리는 것이 유일한 답이다.

③ 당신의 퇴직연금은 DB형인가, DC형인가?

퇴직연금은 DB(확정급여형, Defined Benefit)과 DC(확정기여형, Defined Contribution)으로 나뉜다.

DB형은 근로자 입장에서 퇴직금과 비슷하다. 회사는 퇴직금의 70% 이상을 퇴직연금 운용기관(은행, 증권, 보험사 등)에 맡겨야 한다.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주체는 회사고, 투자 성과는 모두 회사에 돌아간다. 근로자는 퇴직할 때 소득에 따라 퇴직금을 산정받는다. 근로자가 받아야 할 퇴직금은 금융기관에 보관돼 있기 때문에 회사가 갑자기 망해도 일정 금액까지는 확실히 받을 수 있는 안정적인 구조다.

DC형은 퇴직금을 매년 중간정산하는 것과 같은 개념이다. 회사는 1년마다 근로자의 퇴직금을 산정해 근로자 개인의 퇴직연금 통장으로 지급한다. 이 돈을 어디에 투자할지 결정하는 것은 온전히 근로자 개인의 몫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퇴직금 전액을 사전에 지급해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관리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DB형 보다 DC형을 선호한다. 근로자의 경우 미리 받아서 자기가 원하는 대로 투자할 수가 있어 좋지만 투자에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에 선호도가 떨어진다.

퇴직연금에 가입한 회사들은 노사 합의를 거쳐 퇴직연금 유형을 결정할 수 있다. DB나 DC, 둘 중에 하나만 도입해 근로자들에게 일괄 적용을 하는 경우도 있고, DB와 DC 둘 다 채택해 근로자가 각자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곳도 있다.

④ DB형과 DC형 중에 무엇이 나에게 유리한가?

개인이 투자해서 임금 인상률보다 훨씬 더 수익을 많이 올릴 수 있다면 DC형이 좋다. 임금 인상률이 거의 없을 것이라 판단될 경우에도 DC형이 유리하다.

반면 투자에 관심이 없거나 할 줄 모르고, 임금이 꼬박꼬박 잘 오른다면 DB형이 상대적으로 편하다. 우리나라 근로자 대부분은 DB형을 선호한다.

최근에는 근로자 개인마다 연봉 인상률이 다르고 금융 지식이나 투자 의지 등에 차이가 크기 때문에 두 가지 방식을 모두 채택한 후 근로자의 선택에 맡기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⑤ 우리 회사와 계약된 퇴직연금 사업자는 어디인가?

퇴직연금은 회사가 은행, 보험, 증권사 등 ‘퇴직연금사업자’에게 돈을 맡겨 놓는 구조다. DB형은 회사가 직접 이들 금융사에게 운용지시를하고 DC형은 근로자가 직접 운용지시를 한다.

기본적으로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할 때는 노사 합의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문서의 형태로 ‘규약’이 존재한다. 규약에는 퇴직연금 사업자가 명시돼 있다. 이를 확인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회사의 인사·재무·총무 담당자나 노동조합에게 직접 물어보는 것이다.

⑥ 한번이라도 운용 지시를 내려본적이 있는가?

DC형 퇴직연금 가입자는 자신이 직접 퇴직연금 적립금에 운용지시를 내리도록 돼 있다. 가만히 두면 그냥 적금처럼 쌓이고, 잘 굴리면 목돈으로 더 키울 수 있다.

운용지시는 자신이 계약을 맺은 퇴직연금사업자의 온라인 뱅킹을 통해 손쉽게 할 수 있다. 직접 점포에 방문해서 운용지시를 할 수도 있다. 계약된 퇴직연금사업자는 이미 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줬겠지만, 잊어버렸다면 역시 회사의 인사·재무·총무 담당자를 통해 다시 확인할 수 있다.

⑦ IRP는 가입했나?

IRP(Individual Retirement Pension)는 개인형 퇴직연금이다.

퇴직연금 가입자는 퇴직할 때 받는 퇴직금이 자동으로 IRP로 넘어간다. 이때 이 돈을 더 굴리면서 연금으로 수령할지, 한번에 다 받아갈지를 결정할 수 있다.

퇴직연금 가입자라면 회사에 재직하고 있는 동안에도 추가로 가입할 수 있다. 연간 1800만원까지만 입금할 수 있고 연금저축(400만원 한도)과 별도로 연간 300만원 한도로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퇴직연금제도가 아니라 퇴직금 제도를 적용한 회사를 다니고 있다면, 퇴직금을 받을 때 이 돈을 IRP에 넣을 수 있다. 단 퇴직금을 받은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IRP에 돈을 넣을지 말지를 결정해야 한다. 퇴직금을 IRP에 입금할 경우 일시금 또는 연금으로 찾을 때까지 퇴직소득세를 이연시킬 수 있다.

지금은 이처럼 가입 자격이 한정돼 있지만, 올해 7월부터는 소득이 있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도록 확대된다.

⑧ 퇴직연금 운용사가 내 퇴직금에서 수수료를 떼어가나?

퇴직연금을 운용할 때 발생하는 수수료는 DB나 DC 모두 회사에서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다. 퇴직연금 수수료는 ‘운용관리수수료'와 '자산관리수수료’ 등 두 가지다. 회사는 이 두 가지 수수료를 모두 지불하고 있으니 수수료가 높다고 퇴직연금 사업자를 원망할 필요는 없다.

다만 DC형에서 근로자가 특정 펀드를 사고 팔 때 발생하는 상품 내 수수료는 근로자의 적립금에서 지불하도록 돼 있다.

운용관리 수수료는 회사나 근로자가 수립한 자산운용 방법을 퇴직연금사업자에게 전달하는 등의 중간 관리 업무에서 오는 수수료다. 자산관리 수수료는 계좌를 설정 및 관리하고 적립금을 보관, 관리하는 업무에서 오는 수수료다.

반면 IRP(개인형 퇴직연금)의 경우 이 두 가지 수수료를 모두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⑨ 퇴직연금은 언제 받나? 중간에 해약할 수도 있나?

퇴직연금은 가입 기간이 10년 이상인 근로자가 55세가 됐을 때 연금이나 일시금 형태로 지급받을 수 있다. 근로자가 직접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다.

연금 수령 전에 중도 인출을 원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DB형 퇴직연금의 경우 원천적으로 중도 인출이 불가능하다.

반면 DC형 퇴직연금은 ▲무주택자의 주택 구입 ▲무주택자의 전세금 또는 보증금 ▲본인 및 배우자, 또는 부양가족의 6개월 이상 요양 ▲담보제공일로부터 5년 이내 가입자가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따라 파산 선고를 받은 경우 ▲담보제공일로부터 5년 이내 가입자가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개인회생절차개시 결정을 받은 경우 ▲천재지변 등 6가지 중 하나의 사유에 해당되면 중도인출이 가능하다.

김유정 기자(ky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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