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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술 덜먹는다] "사약 먹는 듯한 회식서 빠져나와 '혼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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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혼자서 편하게 드세요.'

지난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있는 한 술집 앞. '싱글들을 위한 1인용 포차'라는 문구와 함께 '혼술' 전용 술집임을 알리는 선간판이 놓여 있었다.

입구에는 '미리 예약되지 않은 3인 이상 고객은 매장컨셉 상 입장하실 수 없습니다'라는 안내가 적혀 있다.

매장 안 좌석 역시 1인 손님들을 위한 바(bar) 형태다.

이곳에서 이어폰을 꽂은 채 태블릿 PC로 영화를 보며 술을 마시던 한 손님은 "처음에 왔을 때에는 혼자 오기 쑥스러워 친구와 함께 왔는데, 눈치도 안 보이고 편해 오늘은 혼자 왔다"고 말했다.

이 술집을 운영하는 박천영씨는 "혼자 술을 즐기는 분들이 부담 없이 들어올 수 있도록 단체 손님은 예약 없인 안 받는다"며 "고객의 60% 이상이 1인 손님"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문을 연 뒤 1년이 안돼 혼술집 두 곳을 추가로 열었다는 박씨는 "처음엔 나이 든 분들이 꽤 있었는데, 이제는 거의 다 20~30대"라며 "그만큼 혼술을 즐기는 젊은층이 많아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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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전용 술집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있는 1인 전용 술집의 모습. 2017.5.28 shine@yna.co.kr



1인 가구 증가와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혼술족'이 유통·주류업계의 주요 고객으로 떠올랐다.

29일 이마트에 따르면 5월 1일부터 25일까지 주류 전체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14.5% 증가했다.

특히 수입 맥주의 경우 이번 달에만 무려 68%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씨유)의 올해 1∼4월 주류 매출도 작년 동기 대비 26.3% 증가했다.

주류 종류별로는 맥주가 33.5% 늘었고 전통주(막걸리) 15.0%, 소주 13.5%, 와인 7.7% 등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편의점 주류 판매가 늘면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냉장 안주 제품 역시 30%의 높은 신장률을 기록했다.

혼술, 홈술(집에서 음주)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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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연합뉴스=자료사진]



과거 술집이나 음식점에서는 단체 손님을 선호했지만 혼술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오히려 단체손님을 '거부'하는 1인용 술집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반면 전반적인 사회 인식 변화와 향응·접대를 엄격하게 규제하는 '청탁금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으로 회식이나 소위 접대 문화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분위기다.

실제로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30대 그룹 계열사 중 지난해 접대비 내역을 공시한 111개사는 지난해 4분기 접대비가 전년 동기보다 28%가량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모 기업 계열사 부장으로 근무하는 이모(45)씨는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거래업체와의 식사 자리가 거의 없거나 있더라도 간단한 점심으로 끝낸다"며 "회식 자리에서는 술자리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날 위험도 있어 예전만큼 술을 강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입사 5년차인 회사원 박모(32)씨는 "술을 즐겨 마시지만 회식 때는 '원샷'을 해야 하는 분위기여서 술이 꼭 사약처럼 느껴진다"며 "회식을 하는 날엔 저녁만 먹고 일찍 빠져나와 차라리 집에서 '혼술'을 즐긴다"고 말했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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