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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바둑 완전정복한 알파고, 다음 진화 목표는 ‘난치병 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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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 바둑계 은퇴]딥러닝 기반 ‘범용 AI’ 도전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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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딥마인드가 제작한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가 인간계 최강으로 군림하고 있는 커제(柯潔) 9단을 완벽히 제압했다. 그러고는 바둑계 은퇴를 선언했다.

알파고는 27일 중국 저장(浙江) 성 자싱(嘉興) 시 우전(烏鎭) 진에서 열린 ‘바둑의 미래 포럼’ 행사 중 커 9단과의 3번기 마지막 대국에서 흑 209수 만에 불계승을 거뒀다. 23, 25일에 이은 3연승이다.

알파고와 인간 기사 간 공식 대국 전적은 이세돌 9단과의 5번기, 연초 인터넷 대국 60판, 이번 커 9단과의 3번기와 단체 상담기를 합쳐 68승 1패가 됐다. 이 9단이 유일한 1승을 거뒀다. 데미스 허사비스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알파고는 다시는 바둑 대국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알파고 연구팀은 대신 과학자들이 질병 치료, 에너지 절약, 혁신적인 신소재 찾기 등 보다 크고 복잡한 과제를 해결하는 것을 돕기로 했다.

바둑에 특화된 AI가 아닌 범용 AI로의 진화를 선언한 것이다.

○ 패턴 찾는 AI, 진단의학·미세먼지 해법 전망

알파고는 스스로 학습하면서 성장하는 ‘강화학습’을 통해 지난해보다 더 진화한 딥러닝 기술을 선보였다. AI가 빅데이터 패턴을 파악할 수 있는 영역에선 인간의 지적능력을 빠르게 뛰어넘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AI가 당장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은 의학 연구 및 진단의학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도신호 하버드대 영상의학과 교수는 “질환별 환자 수 추이나 질환별 영상자료는 빅데이터로 자료화하기 쉽고, 이를 토대로 질병의 패턴을 뽑아내는 것이 가능한 분야”라고 설명했다. 직접적인 치료보다는 질병 분석과 연구에 AI가 활용될 것이라는 의미다.

구글 역시 의료기관이나 정부기관 등과의 협력을 통해 최대한 많은 환자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딥마인드는 이미 영국의 국민건강보험공단인 NHS와 협약을 맺고 AI로 환자의 치료와 진단 속도를 단축하는 기술을 시험하고 있다. 또 각종 암 등 질병에 대한 영상 자료를 확보해 이에 대한 공통점을 찾아내는 분석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환자 데이터와 질병 관련 영상자료에서 일정한 패턴을 찾아낸다면 백신을 투여할 최적의 타이밍 등을 계산할 수 있다.

풍향, 풍력, 조력 등 들쭉날쭉한 기준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지는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도 AI는 활용 가능성이 높다. 최적의 부지가 어디인지 자연환경의 변화 데이터를 AI 프로그램에 입력해 계산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편서풍을 타고 이동하는 미세먼지처럼 예측이 어려운 기상현상에 대한 분석과 대응력 또한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도 환경부가 IBM의 AI 프로그램 ‘왓슨’을 활용해 미세먼지 예보 정확도를 높이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 막연한 불안과 과장된 환상 떨쳐야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AI가 아무리 빠른 계산과 적응을 한다고 해도 스스로 지능을 가지고 대화하는 기술로 발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바둑은 아무리 경우의 수가 많아도 10의 170제곱이라는 한정된 수가 존재한다. 인간의 행동과 대화는 경우의 수가 무한하기 때문에 이를 정확하게 따라 하기는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AI는 규칙이 정해진 패턴학습에서 강점을 보이는 반면 무엇이 문제인지 파악하는 능력은 인간에게만 부여된 재능이라는 얘기다.

또 전문가들은 AI가 내놓은 결과물은 항상 완벽하다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알파고 학습에 활용된 딥러닝은 기존의 기계학습과 같은 규칙 기반이 아니라 인간의 뇌가 판단하는 과정과 비슷한 인공신경망 방식이다. 연산 중간 과정에서 인간처럼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것. AI가 예상치 못한 실수를 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감동근 아주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여전히 가치를 판단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인간의 역할이 변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AI와 인간의 협력관계 모델을 어떻게 짜느냐가 향후 연구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현석 lhs@donga.com·김재희 기자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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