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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37주년 5·18 결산(상)]문 대통령의 약속…되찾은 5월 광주의 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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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1980년 5월16일 전남도청 앞 민족민주화성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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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하는 문재인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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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광장에 밝혀진 촛불


【광주=뉴시스】배동민 기자 = 2017년 5월이 끝나간다. 5·18민주화운동 37주년 기념행사도 지난 27일 부활제를 끝으로 사실상 마무리됐다.

매년 눈물과 설움, 분노가 폭발했던 광주의 5월이었건만 올해는 달랐다.

문재인 정부 첫 공식 정부 행사였던 5·18민주화운동 37주년 기념식은 사상 최대 규모로 치러졌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 제창됐고 문 대통령은 기념사를 통해 진실규명과 5·18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등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9년 동안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홀대 받으며 상처받았던 5월 영령과 광주 시민들을 위로하고 감싸 안았다. 세월호 유가족과 4·19혁명과 제주4·3항쟁 등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이들을 품었다. 박수와 환호가 쉬지 않고 터졌다.

기념식 전날 전야제는 백남기 농민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처계), 비정규직 등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이들을 끌어안았다.

올해 5월 광주는, 80년 5월 광주 시민들이 꿈꿨던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부활과 대동 세상을 여는 장이 됐다.

역사에 기록될 5·18 37주년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을 두 차례로 나눠 정리한다. <편집자 주>

◇지난 9년과 달랐던 광주의 5월

10년 만에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대통령 한 명이 바뀌었다. 그것뿐이었지만 광주의 5월은 예년과 무척 달랐다.

공식 발표만 없었지 문재인 대통령의 5·18 기념식 참석은 기정사실이었다. 현직 대통령의 기념식 참석은 4년 만이었다. 더욱이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까지 국가보훈처에 지시했다.

광주 시민들의 숱한 요청에 꿈쩍 않던 보훈처의 태도가 바뀌었다. 기념식 준비 과정에서 단 한 번의 갈등조차 없었다.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 동안 5·18은 온갖 왜곡과 갈등으로 얼룩졌다. 가장 큰 원인은 국가보훈처의 '임을 위한 행진곡'에 대한 극도의 거부감이었다. 9년째 반복됐던 분열과 갈등, 논란의 마침표를 문 대통령이 직접 찍었다.

갈등이 사라지자 80년 5월 시민들이 꿈꿨던 '대동 세상'이 열렸다.

지난 17일 광주 동구 금남로 옛 전남도청 앞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37주년 5·18 전야제에 모인 1만여 명의 시민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함께 부르며 축제를 즐겼다. 촛불을 들었던 초등학생부터 중·고등학생과 대학생, 시민들,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과 유가족, 고 백남기 농민 유가족 , 사드 상주 주민들이 함께 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은 이날 새로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화합, 소통의 상징이 됐다.

◇사상 최대 규모 5·18기념식…대통령의 소통·약속

올해 5·18기념식은 정부기념식으로서의 위상을 되찾았다. 다른 정부기념식과 달리 식전 행사조차 없이 20여분 짧게 치러졌던 5·18기념식은 올해 식전행사가 부활하고 기념공연이 다채로워지면서 1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기념식 참석자도 역대 최대 규모인 1만여 명을 기록했다. 여야 지도부와 대선 후보, 국회의원 등이 총출동했다.

문 대통령은 5·18민주묘지 민주의문을 통해 걸어서 기념식장까지 입장했다. 시민들과 악수를 나눴으며 방명록에 '가슴에 새겨온 역사 헌법에 새겨 계승하겠다'는 다짐을 남겼다. 대통령이 민주의문을 통해 5·18기념식장에 들어가고 방명록에 추모 글을 남긴 것은 문 대통령이 처음이다. 대통령을 보기 위해 몰려들었던 시민들의 박수와 환호가 터졌고 기념식은 축제의 장이 됐다.

문 대통령의 기념사는 오월 영령과 유가족, 광주 시민들을 울렸다. 그러나 슬픔과 분노, 설움의 눈물이 아니었다. 감사와 위안, 감동의 눈물이었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를 통해 "새 정부는 5·18민주화운동과 촛불혁명의 정신을 받들어 이 땅의 민주주의를 온전히 복원할 것이다. 광주 영령들이 마음 편히 쉬실 수 있도록 성숙한 민주주의 꽃을 피워낼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국민의 뜻을 받드는 정부가 될 것임을 광주 영령들 앞에 천명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더 이상 서러운 죽음과 고난이 없는 대한민국, 참이 거짓을 이기는 대한민국으로 나아가겠다"면서 "상식과 정의 앞에서 손을 내미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숭고한 5·18정신은 현실 속에서 살아 숨 쉬는 가치로 완성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5·18 역사왜곡과 민주주의 부정행위를 막고, 헬기 사격까지 포함한 발포의 진상과 책임 등 5·18 진상 규명에 더 큰 노력을 기울이고, 5·18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겠다고 약속했다.

10분 남짓 기념사를 읽어 내려가는 동안, 5월 어머니회 회원과 일부 시민들은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9년 만에 기념식 공식 식순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제창됐다. 문 대통령도 참석자들과 함께 이 노래를 불렀다. 대선 후보 시절 "대통령 자격으로 5·18기념식에 참석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겠다"던 자신의 후보 시절 공약을 그렇게 지켰다.

문 대통령이 김소형(37·여)씨를 따뜻하게 껴안아줄 때는 기념식장 안이 눈물바다가 됐다. 1980년 5월18일이 생일인 김씨는 5·18 당시 계엄군이 쏜 총에 아버지를 잃었다. 이날 아버지에게 바치는 '슬픈 생일'이라는 제목의 추모사를 낭독하고 무대를 내려가던 김씨는 자신을 뒤따라와 세운 문 대통령의 품에 안겨 오열했다.

5월단체 회원들은 "문 대통령이 광주의 상처와 아픔을 안았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분열과 갈등이라는 왜곡과 폄훼를 넘어 5·18 광주 정신은 올해 기념식을 통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부활과 화합의 상징으로 거듭났다.

gugg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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