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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최장기간 결렬' 한일어업협정 내달 재협상…성사는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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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상호 배타적경제수역(EEZ)의 어획량을 정하는 한·일 어업협상 결렬 사태가 장기화한 가운데 내달 한일 양국이 재협상에 나설 전망이다.

하지만 일본이 좀처럼 양보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 데다 양국 간 경색된 정치·외교 상황과도 얽혀있어 성사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28일 관련 당국에 따르면 해양수산부는 내달 일본 측과 2017년 어기(2017.7.1~2018.6.30)의 어획 할당량과 입어 규모 등을 논의하기 위한 협상 일정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새 어기를 앞두고 협상을 하기 위한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며 "아직 구체적인 일정이 확정되진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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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TV 제공]



1999년 1월 한일어업협정이 발효된 이후 한일 양국은 매년 어기에 맞춰 어업협상을 통해 상대방 EEZ 수역에서 얼마나 조업할지를 협의해왔다. 일본 EEZ에서 우리는 주로 갈치를, 일본은 우리 쪽 EEZ에서 고등어를 잡는다.

하지만 지난해 6월 2016년 어기(2016.7.1~2017.6.30) 때는 양쪽 입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협상이 결렬됐다.

우리 측은 연승어선의 조업조건을 완화하고 갈치 할당량을 2천150t에서 5천t으로 늘려 달라고 요구했지만, 일본은 자국 수역에서 우리 어선의 위반 조업, 조업 마찰과 자원 감소 등을 이유로 갈치를 잡는 우리 연승어선 입어 허용 척수를 현재 206척의 35% 수준인 73척으로 줄이겠다고 맞섰다.

연승어선은 여러 개의 낚싯바늘을 한 줄에 달아 고기잡이를 하는 배다.

한일어업협정이 발효된 이후 협상이 결렬된 건 2014~2015 어기 이후 두 번째다.

특히 갈치의 경우 한해 EEZ에서 잡히는 갈치 어획량의 70%가량이 12월부터 이듬해 4월에 잡히는데, 2014~2015년 어기 당시엔 협상이 결렬됐다가 2015년 1월 극적으로 타결돼 그나마 4월까지 정상적인 조업이 가능했다.

하지만 한해 어기가 끝나가도록 아예 물꼬조차 트지 못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우리 정부는 올해 3월 일본으로 건너가 재협상을 위한 실무 접촉을 했으나 별다른 성과 없이 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를 마지막으로 2016년 어기 재협상은 사실상 불발된 셈이다.

일본 EEZ에서 잡히는 갈치가 국내 전체 갈치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 내외로 규모가 크진 않지만, 이쪽을 조업 기반으로 삼는 제주 어민들은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수협 관계자는 "연안에서 크기가 작은 갈치들은 많이 잡히고 있지만 정작 크기가 크고 맛이 좋아 비싼 값에 팔리는 상품성이 큰 갈치, 즉 일본 EEZ에 가서 잡던 갈치는 전혀 못 잡고 있다"고 전했다.

제주를 포함한 전국적으로도 갈치 생산량이 줄어든 상황이다.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전국의 갈치 생산량은 전년 동기 대비 45.7% 급감한 4천890t에 그쳤다.

갈치 가격은 1마리(중품)당 1만2천원 정도로, 평년 대비 24%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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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자료사진]



정부가 내달 중 재협상에 나선다 하더라도 전망은 밝지 않다.

기본적으로 한국이 EEZ에 대한 어업 의존도가 일본보다 월등히 높아 협상에 불리하기 때문이다. 2015~2016년 어기(2015년 1월 20일~2016년 6월 30일) 당시 EEZ에서의 어획량만 비교해 보더라도 우리는 3만7천t을 잡았지만, 일본은 10분의 1 수준인 3천927t에 그쳤다.

일본 입장에서는 그만큼 조업이 불가능하더라도 '아쉬울 것'이 없다.

아울러 해수부는 기본적으로 정치·외교 상황과 어업협정은 무관하다는 입장이지만, 양국 관계가 여전히 경색된 상황에서 일본이 어업협정을 하나의 '카드'로 활용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사실 양국의 정치적인 상황이 어업협정에 어떠한 영향도 주지 않는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일정 조율 중인 만큼 올해에는 협상이 타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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