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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나의 혼밥기]혼자먹지만 정말 정찬같은 GS25 편의점 '모두의 정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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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GS25 편의점 모두의 정찬(3900원) 도시락은 오테이스트 된장국(700원)과 같이 결들여먹으면 그야말로 ‘정찬’이 된다.



[스포츠서울 이우석기자] 휴일인데 아침에 너무 일찍 깼다. 피곤이 완전히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뭔가를 찾아 먹으러 나섰다.
오랜만에 혼자이니 아파트 상가 말고, 역 쪽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식당을 찾다 동네 아주머니와 마주치면 어색할 듯 했기 때문이다.

요밑에 얼마전 생긴 설렁탕집. 저렴하지만 무난한 콩나물국밥집. 삼치를 구워주는 생선구이집. ‘훗, 그러기엔 조금 덥지?.’

젠장, 땡기지 않는다. 역시 편의점이란 말인가. 아침에 벌써 CU에서 ‘백종원의 한판도시락(3500원)’을 먹었으니, 점심은 달리 GS25에서 먹는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차! 도시락이 이미 많이 나가버렸다. 그래, 맞아. 오늘은 토요일이었지... 전자렌지 주변의 온기로 봐서 좀전에 우루루 나간 고등학생들이 먹었나보다.

남은 것 중 하나를 골랐다. ‘모두의 정찬 도시락’과 된장국. 그래도 농협 햅쌀과 국내산 배추 김치를 사용했다.

스포츠서울

예닐곱 가지 반찬이 모두 손이 가는 도시락, 모두의 정찬(3900원). GS25 편의점.



도시락을 내밀자 2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여성 점원이 무심한 척하며 포스를 찍었다. ‘사실 그녀의 밥을 내가 가로챈 게 아닐까?’. ‘고기3찬 도시락과 두툼등심돈가스 도시락은 그녀의 취향이 아닐텐데…’. 정말 그랬나보다. 머리 뒤로 야속한 시선이 느껴진다. 다행히 카운터가 보이지 않는 곳에 전자렌지가 있다.

1000W 전자렌지 기준 1분30초만 데우면된다. 하지만 난 늘 10초 정도 더 데우는 편이다.(누군가 기다릴 때도 마찬가지다) 물론 밥을 데우는데는 1분40초가 참을 수 없을만큼 긴 시간인 것은 맞다.
노하우가 생겼다. “시원한 곳에 있던 바이러스들이 좀더 괴로워하겠지”, “아까 그 고등학생들은 왜 휴일에 교복을 입고다는 걸까” 따위의 생각을 하다보면 10초 정도는 때울 수 있다.

라면을 곁들일 때와는 달리 된장국은 도시락보다 먼저 먹을 수 있어 좋다.

후후 불며 후루룩. 작은 주사위 모양 두부와 미역이 들었다. 속이 뜨거워진다. 구수하다. 미소와는 또 다르다. 미역이 들었대봤자 다 합쳐서 목이버섯 하나의 양도 안된다.

아예 미역국이 있었으면 했지만 그 역시 고등학생들이 다 먹었는지 없다. ‘누군가의 생일이었을까?.’

근사하다. 김을 모락모락 피우는 밥엔 기름이 흐른다. 한입 크기(사실은 두입 크기) 다섯 칸으로 나누고 검은 깨를 뿌려 ‘정찬’임을 강조했다.

반찬은 모두 8개. 작은 떡갈비 2개, 세세히 찢은 돼지고기 장조림, 꽤 굵은 화이트 소시지와 브로콜리. 닭강정, 돈가스, 볶음김치, 그리고 간장에 볶은 우엉채.

우엉이 들었다!. 정말 ‘모두의 정찬’임에 틀림없다. 그리 달지도 또 맵지도 않아 향을 그대로 풍기는 아삭한 우엉이 꽤나 많이 들었다. 김치도 아삭하다. 국산 배추라니. 꽤나 호화로운 걸?. 별로 짜지 않은 장조림은 밥에 얹기도 나무젓가락으로 집어 먹기도 좋다. 더욱 흐뭇한 사실은 1층 통유리 창가에 앉아 혼밥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평소 도시 생활 속 작은 사치가 있다면 그나마 국산 배추김치를 먹고 사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몇 천원에 그게 가능했다니.

탱탱한 소시지와 브로콜리의 조합도 훌륭했다. 비록 인정사정 없는 마이크로웨이브는 브로콜리를 너무 뜨겁게 만들었지만 역시 따뜻한 밥에 얹어 먹으면 썩 괜찮다.

그리고 감동한 것은 떡갈비가 2개가 아니라 하나는 너겟이다. 각각의 다른 고기를 역시 다른 방법으로 조리해 고작 A4 용지만한 밥상에 다채로움을 주었다.

이 도시락을 고안한 기획자는 꽤나 미식가란 생각이 들었다. 많은 음식 중 조합도 영양도, 예산까지도 맞춰야 하니 말이다.

‘이거 괜찮은 선택이었네…’ 도시락의 이름을 적어뒀다. 나와서 담배를 물었더니 맞은 편 커피전문점 C가 보였다. 도시락보다 비싼 커피를 마시며 마감도 하고, 충전도 해야지.

커피가 그리 특색없고 입에도 맞지않으니 오래 마실 수 있어서 좋다. 내가 A와 C 커피전문점을 즐겨 찾는 이유다.

★GS25 모두의정찬 도시락(3900원). 즉석에서 즐기는 오테이스트 된장국(700원). C커피숍 아이스아메리카노 레귤러 사이즈(4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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