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리포트+] 일본군 군화 때문에 학살됐던 삽살개…품종보전의 한 획 긋다!

댓글 5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얼룩 삽살개'를 아시나요? 조선 시대 궁중 화가였던 김두량이 그린 그림 속 얼룩 삽살개가 300여 년 만에 생명공학의 힘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충남대 동물자원과학부 김민규 교수팀은 지난 23일 얼룩 삽살개 두 마리를 공개했습니다. 짧은 털에 얼룩무늬를 가진 얼룩 삽살개는 통계를 내기 어려울 만큼 드문 품종인데 이번에 처음으로 복제에 성공한 겁니다. 얼룩 삽살개의 복제를 계기로 일제에 의해 무자비하게 학살됐던 삽살개의 비극적인 역사도 함께 조명되고 있습니다.

오늘 SBS '리포트+'는 얼룩 삽살개 복제가 가지는 의미와 한국 삽살개의 역사를 알아봤습니다.

■ 험난한 복제 과정…체세포 채취로 결실

온몸에 길게 늘어진 털이 특징인 삽살개는 예부터 귀신을 쫓는 영물로 여겨져 온 한국의 토종견입니다. 충남대 김민규 교수팀이 이번에 복제에 성공한 종은 이 가운데서도 짧은 털에 얼룩무늬를 가진 얼룩 삽살개입니다. 짧은 털을 가진 삽살개는 전체의 3%밖에 없을 정도로 희귀한데 그중에서도 얼룩무늬를 가질 확률은 더 낮습니다.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얼룩 삽살개를 보존하기 위한 노력은 1960년대 말부터 계속됐지만 모두 털이 긴 삽살개뿐이어서 번식할 종을 찾는 것이 관건이었습니다. 10여 년 전 얼룩 삽살개와 비슷한 수컷 한 마리가 겨우 발견됐지만 무정자증으로 확인돼 또다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는 노력은 결국 결실을 맺었습니다. 김민규 교수 연구팀이 이 삽살개의 체세포를 채취해 암컷의 난자에 주입하는 방식으로 얼룩 삽살개 복제에 성공한 겁니다.

■ 가죽 얻으려 학살…토종 삽살개의 비극적인 역사

삽살개는 70여 년 전만 해도 한반도 남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친근한 품종이었습니다. 얼룩 삽살개 역시 조선 시대만 해도 굉장히 흔해 김두량뿐 아니라 풍속화로 유명한 단원 김홍도가 즐겨 그렸던 소재였습니다. 삽살개가 위기를 맞은 건 일제강점기이던 1940년 3월 8일 조선총독부가 총독부령 제26호를 발표한 뒤였습니다.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른바 '견피의 판매 제한에 관한 법령'으로 조선 안에서 개의 가죽을 판매하는 것을 일제가 독점하겠다고 선언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일본 군인들의 추위를 막아줄 방한용 군수품을 만들기 위해 조선의 개 가죽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한 겁니다. 조선 땅에 흔했던 삽살개가 긴 털을 가진데다가 방한과 방습에 탁월한 가죽을 가졌다는 이유로 학살의 대상이 됐습니다.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반도의 또 다른 토종견인 풍산개나 진돗개는 일본의 개들과 외모가 닮았다는 이유로 총독부가 직접 천연기념물로 지정했지만 삽살개는 예외였습니다. 독특하게 생긴 한국의 토종견 삽살개는 결국 일본 군인의 외투나 장화 제작을 위해 대규모로 학살되기 시작합니다. 일제는 최소 100만~150만 마리의 토종개를 학살했고 삽살개는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토종개 도살행위에 삽살개는 결국 멸종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 드디어 복제 성공…한반도 문화자산 계승

삽살개 보존을 위한 노력이 시작된 건 1960년대부터입니다. 1969년 경북대 교수진이 산간벽지에서 삽살개 탐색작업을 진행한 것을 시작으로 1985년 하지홍 경북대 교수팀이 삽살개 복원작업을 시작했습니다.삽살개는 1992년 천연기념물 제368호로 지정되면서 관련 연구가 더 활발해졌고 2013년에는 3,000마리까지 번식에 성공했습니다.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4년이 지난 지금 얼룩 삽살개까지 복제에 성공하면서 핍박받았던 삽살개의 혈통은 아픈 과거를 넘어 잘 지켜질 수 있게 됐습니다. 이번에는 수컷 얼룩 삽살개를 복제하는 데 성공했지만 암컷 얼룩 삽살개 복제를 시도해 자연스러운 번식이 가능하도록 하는 연구도 진행 중입니다. 연구진은 얼룩 삽살개가 하나의 품종으로 자리 잡을 경우 한반도 문화 자산의 계승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자료 참고 : 한국삽살개재단 http://www.sapsaree.org)

(기획·구성: 정윤식, 장현은 / 디자인: 김은정)

[정윤식 기자 jys@sbs.co.kr]

☞ '열정을 깨워라!' SBS U20월드컵 영상 하이라이트
※ ⓒ SBS & SBS콘텐츠허브 : 무단복제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