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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김종대, “항의 폭주해도…군 동성애 처벌 폐지에 총대 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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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법안 발의 뒤 사무실 항의전화 ‘폭주’

“젠더 전문가 아니지만 국방위원으로서 내 역할”

“문제 조항 폐지하더라도 군 전력 약화 안 돼”



한겨레

김종대 정의당 의원. <한겨레>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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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의)전화가 하도 와서 의원실 업무 마비 상태죠. 그래도 저밖에 총대를 멜 사람이 없어서…”

지난 24일 군형법 제92조6항을 삭제하는 군형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김종대 정의당 의원의 의원회관 사무실은 며칠째 쏟아지는 항의전화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김 의원의 페이스북 페이지도 지지 댓글과 동시에 “동성애를 찬성하는 거냐”는 비판 댓글이 계속 달리고 있다.

김 의원은 26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문제의 92조6항은 사실상 특정한 성적 정체성을 가진 군인들을 처벌하기 위한 조항”이라며 “(기독교계와 보수 단체의 반대로) 사면초가의 처지라 처리가 쉽지 않겠지만, 총대를 멘 이상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이 법 개정안을 발의한 군형법 92조6항은 “(군인·군무원·사관생도 등을 대상으로)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합의에 의한 동성 간 성관계까지 처벌하겠다는 조항으로 그동안 성소수자단체와 인권단체는 정부에 지속적으로 폐기를 요구해왔다. 특히 지난 24일 육군 보통군사법원이 92조6항 위반 혐의로 기소된 ㄱ 대위에 대해 “동성 군인과 성관계를 가진 사실이 인정된다”며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형을 선고하면서 ‘뜨거운 감자’ 가 되고 있다. 군사법원에 제출된 ㄱ대위의 석방 요구 탄원서엔 4만여명의 시민이 이름을 올렸다. ㄱ대위는 재판에서 “동성 군인과 성관계를 맺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합의에 의한 것이었다. 장소 역시 집 등 사적인 공간이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부대 밖에서 이뤄지고 폭력성 없는 동성 간 성행위까지 처벌함으로써 군인의 성적 자기결정권 및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92조6항에 대해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사적인 영역과 공적인 영역에 대한 구별도 없이 지휘관의 자의적인 해석에 따라 얼마든지 특정 성 정체성을 가진 군인을 처벌하는 조항”이라고 꼬집었다.

국방·안보 전문가인 김 의원도 처음부터 성소수자 문제에 관심을 가진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는 젠더 문제에 전문가가 아닙니다. 특별히 성소수자 문제를 깊이 통찰한 바도 없습니다. 그저 대한민국의 한 이성애자 남성일 뿐입니다. 특별히 성소수자들을 배려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국방위원인 제가 (법안을) 발의할 적임자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특별히 선한 일을 한 게 아니라 원래 정치인은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김 의원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도 “진보정당의 비례대표 의원이고, 국방위원회 소속인 제가 하지 않으면 누가 하겠나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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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17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 공동행동’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39;혐오없는 나라&#39;, &#39;차별금지법 제정&#39;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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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의원은 원래 법 개정안을 두 달 전부터 준비했다. ‘군 관련 성소수자 인권침해·차별 신고 및 지원을 위한 네트워크’가 시민 1만명의 서명을 받아 지난 1월 국회에 입법청원을 제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동발의를 위한 조건인 의원 10명을 모으지 못하다가 최근에야 대표 발의했다. 기독교계와 보수성향 단체들의 반발을 우려하는 의원들이 성소수자 관련 법안에 참여를 꺼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2013년과 2014년에도 각각 남인순, 진선미 의원(민주당)이 같은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19대 국회 임기 종료로 자동폐기됐다.

김 의원은 “10번째 의원을 채우고 바로 발의한 것이다”고 말했다. 개정안 발의에는 심상정·노회찬·이정미·추혜선·윤소하(정의당), 진선미·권미혁(더불어민주당), 김종훈·윤종오(무소속) 의원이 참여했다.

그는 92조6항을 삭제하더라도 동성애자 성범죄가 만연하고, 군 전력이 약화할 것이라는 추측은 기우라고 강조했다. 강간이나 강제 추행 등의 성범죄를 강하게 처벌하는 다른 조항이 군형법에 있기 때문이다.

그는 대선 운동 기간인 4월28일 마크 내퍼 주한미국 대사대리가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를 방문해 비공개 면담에서 “심상정 후보께서 여성과 동성애자 인권을 방송 토론(대선후보 TV 토론회)에서 주장해주신 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우리는 심 후보께서 이번 대선에서 꼭 선전해서 한국에 인권과 민주주의를 확산하는 계기를 마련해주시길 희망한다”고 말했다는 일화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2012년 유엔국가별 보편적 정례검토(UPR)에서 제92조6항의 폐지를 권고했고, 2015년 11월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에서도 폐지를 권고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동성애를 범죄화하지 않는 것은 국제인권법의 추세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법안 처리를 낙관하기 힘들지만 시민사회와 여론의 힘을 믿는다”고 말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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