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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S스페셜 - '우주' 이야기] (14) 달, 혹은 그 너머 향한 심우주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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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7월 미국항공우주국(NASA·나사)의 무인 우주탐사선 ‘뉴호라이즌스’호가 촬영한 명왕성 영상이 속속 지구에 도착했다. 지구에서 뉴호라이즌스호까지 거리는 47억7900만㎞였다. 지구와 태양까지 거리의 32배에 달한다. 명왕성 영상은 초당 30만㎞의 속도로 날아 약 4시간 20분 만에 지구에 도착했다. 이처럼 우주탐사선을 태양계 맨 끝의 행성까지 보내고, 생생한 영상을 받아볼 수 있는 것은 심우주 통신과 항법 기술이 그만큼 진화했기 때문이다.

태양계 끝자락까지 우주탐사선을 보내는 시대지만, 탐사 경쟁의 최대 격전지는 여전히 달이다. 지난 40여년간 서구 열강의 독무대였던 우주 탐사 경쟁은 중국과 일본, 인도 등이 도전장을 던지면서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이러한 경쟁의 첫 기착지는 역시 달이다.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천체인 달의 탐사를 통해 축적한 기술을 바탕으로 우주 탐험의 본격적인 닻을 올리겠다는 것이 이들 국가의 공통된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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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탐사 프로젝트 개념도.


우리나라 역시 한국형 발사체(한국형 발사체(KSLV-Ⅱ) 개발과 달 궤도선과 탐사선 발사 등을 통해 세계 7대 우주 강국으로 도약할 준비를 하는 중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달 탐사 기술의 역량 강화와 자력 기반 확보를 위해 550㎏급의 ‘시험용 달 궤도선’(KPLO·Korea Pathfinder Lunar Orbiter)’을 개발·발사한 뒤 2020년까지 달 착륙선을 발사한다는 웅대한 계획을 세웠다.

여기에 핵심적으로 필요한 게 바로 심우주 통신과 항법 기술이다. 항우연은 그동안 지구 궤도위성을 개발·운용한 경험을 바탕으로, 자체적인 심우주 통신·항법기술을 구축한다는 복안이다. 물론 당장의 목표는 달이지만, 연구진의 시선은 이미 구 너머의 심우주를 향해 있다.

◆우주 탐사의 눈과 귀 심우주 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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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주 골드스타인에 있는 DSN(디프스페이스네트워크) 지상국의 안테나. 출처=미국항공우주국(NASA·나사)


지구로부터 200만㎞ 이상의 거리를 보통 ‘심우주’(Deep Space)라고 한다. 지구부터 달까지 거리는 약 38만㎞다. 정지궤도 위성(3만6000㎞)까지와 비교하면 10배 이상에 달하는 만큼 달까지 궤도선이나 착륙선을 보낼 때도 심우주에 필요한 기술이 적용된다. 이 때문에 달은 사전적인 의미에서 심우주는 아니지만, 심우주 통신이나 항법의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 항우연의 달탐사사업단 달탐사체계팀의 문상만 박사는 달 탐사를 두고 “화성이나 소행성 등 우주로 가는 첫걸음”이라고 설명하고 이렇게 부연했다.

“엄밀하게 말하면 200만㎞ 이상을 심우주라고 하지만, 달 탐사에서는 심우주에서와 똑같이 기능과 역할을 하는 장비와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달 탐사를 통해 기술력을 확보하고, 어느 정도 수준인지 가늠해보는 거죠. 통신에서도 당연히 기존의 위성 통신과 다른 심우주 기술과 장비, 시스템을 갖춰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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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캔버라에 있는 DSN(디프스페이스네트워크) 지상국의 안테나. 출처=미국항공우주국(NASA·나사)


심우주 통신을 위해서는 우선 궤도선이나 탐사선과 교신할 수 있는 지상국이 필요하다. 안테나뿐만 아니라 고강도 수신기와 강력한 송신기 등이 먼 거리와 전파 신호를 통해 정보를 주고 받는 데 활용된다. 기본적으로 전파를 이용해 지구와 통신을 한다는 점에서는 기존의 위성통신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심우주로 떠나는 탐사선을 추적하는 것은 지구 궤도를 도는 위성에 비할 바가 못 된다. 그만큼 상당히 다르다.

무엇보다 심우주 탐사선은 지구에서 어느 위치에 있더라도 24시간 관측과 교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심우주 통신용 시설인 DSN(Deep Space Network·디프스페이스네트워크)은 3곳에 지상국을 설치하고 운영한다. 미국의 DSN은 본토의 골드스타인, 스페인 마드리드, 호주 캔버라에 있다. 이들 세곳은 120도 간격으로 자리 잡고 있어 지구가 자전하더라도 적어도 한 곳의 안테나는 탐사선을 관측하고 교신할 수 있다. 유럽과 러시아, 일본, 중국도 미 DSN과 유사한 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다시 문 박사의 설명을 들어보자.

“당연히 지상국 안테나의 크기도 커야죠. 보통 심우주 통신용이라고 하면 지름 34m급의 안테나를 이릅니다. 지상국 못지않게 탑재체의 안테나 성능도 중요합니다. 특히 궤도선이나 탐사선의 자세와 위치가 바뀌더라도 항상 지구를 향하는 이른바 ‘지향성 있는 안테나’가 필요하죠. 결국 심우주 통신을 위해서는 지상에서는 34m급이나 이에 준하는 고성능 안테나가 탑재체에서는 지향성 있는 안테나가 각각 구축되어야 합니다.”

심우주 통신에서는 별도의 주파수 대역을 쓴다. 주로 위성통신에 쓰이는 S주파수대(2000~4000㎒)와 우주 탐사에 쓰이는 X주파수대(6200~1만9000㎒) 가운데 일부 주파수 대역을 뽑아 심우주 통신용으로 활용한다.

◆우주 탐사의 내비게이션 심우주 항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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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궤도선과 탐사선의 임무 궤도.


달 탐사를 위해서는 이러한 심우주 통신과 함께 항법 기술이 매우 중요하다. 모든 위성은 항법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도로에서 내비게이션을 통해 길을 찾아가듯, 위성 역시 항법 시스템을 통해 목표를 찾아간다. 그런데 지구 궤도를 벗어나면 GPS(위성항법장치)를 사용할 수 없다. 그래서 지상과 위성에 탑재된 각각의 안테나의 교신으로 주고 받은 정보를 통해 현재 위치가 어디인지, 어느 정도의 속도로 가고 있는지, 어느 방향으로 날아가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제어하는 것이 심우주 항법이다.

실제 지난 2004년 나사가 보낸 화성 이동탐사 로버(탐사차) ‘스피릿’은 애초 착륙 예정지에서 불과 9.6㎞ 정도 벗어난 지점에 착지했다. 지구에서 화성까지 거리가 약 4억8700만㎞에 달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목표 지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착륙한 셈이다. 이 먼 거리를 비행하는 동안 지상의 DSN이 탐사선을 정확히 유도했기 때문이다. 항우연 달탐사사업단 달탐사임무팀의 송영주 박사는 심우주 항법을 ‘우주 탐사선의 내비게이션’이라고 표현하고 이렇게 덧붙였다.

“성공적인 달 탐사 임무 수행을 위해서는 다양한 시스템 개발이 필요한데, 핵심적인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심우주 항법입니다. 달 궤도선이 계획된 궤적을 따라 이동하고 있는지, 달에 진입한 뒤에는 처음에 목표로 한 임무 궤도를 따라 잘 선회하고 있는지 판단하고, 필요할 때는 위치와 방향을 바꿔주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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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탐사 프로젝트 개념도.


심우주 항법은 지상국의 관측 데이터 획득과 탐사선의 궤도 결정·예측, 기동 계산 및 명령 등 3단계를 거쳐 수행된다. 심우주 항법을 위한 관측 데이터는 지상국에서 추적한 자료를 활용한다. 주로 활용되는 관측 데이터는 탐사선까지 거리(Range)와 거리 시간에 따른 변화값인 도플러(Doppler)이다. 심우주 항법에서는 지구 궤도와 달리 충분한 관측 데이터 확보가 어려우므로 그 정밀도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또 탐사선의 궤도 결정과 기동 계산 및 명령은 심우주 동역학과 관측 모델, 추정 과정 등을 통해 수행하는데, 우주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섭동(攝動·Perturbation) 요인을 종합해 이루어진다. 다시 말해 지구와 달의 중력, 태양과 태양계 행성의 중력, 지구의 대기항력, 태양 복사, 대류층과 이온층의 전파 지연 등 탐사선이 정상적인 궤도를 벗어나게 하는 섭동 현상의 모든 요인을 정밀하게 구현하고 계산하게 된다.

송 박사는 이렇게 설명한다.

“우주를 비행하는 동안 발사체도 마찬가지지만, 위성이나 탐사선에서도 예상하지 못한 수많은 상황이 발생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일정한 시간에 맞춰 껐다 켜라고 명령을 보냈는데, 알 수 없는 이유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도 벌어지게 되거든요. 이런 여러 요인이 처음에는 별 영향이 없다가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오차가 크게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것을 막기 위해 계속 신호를 주고 받으면서 원래 계획한 대로 탐사선의 위치와 자세가 제대로 잡혀 있는지, 언제 궤도 수정을 해줘야 하는지 정확하게 시뮬레이션을 해야 하죠. 이런 과정이 심우주 항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필요한 기술은 상당수 확보…문제는 경험

한국형 달 탐사 프로젝트는 크게 2단계로 추진된다. 1단계는 2018년까지 심우주 통신용 지상국을 구축하고 KPLO를 제작·발사하는 것이 목표다. KPLO는 달의 100㎞ 상공에서 회전하면서 표면에 대한 정밀 영상 촬영과 지형 분석, 착륙선의 착륙 후보지 조사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이어 2단계에서는 2020년까지 달 궤도선과 착륙선 개발을 마치고 KSLV-Ⅱ에 실어 자력 발사할 계획이다.

항우연은 저·정지궤도 위성의 개발과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달 탐사의 기본 역량을 갖추고 있다. 10여 기의 인공위성과 지난 2013년 1월 발사한 ’나로호’(KSLV-Ⅰ)의 성공 경험에 기반해 달 탐사에 필요한 선행 기술의 상당수를 이미 확보한 것이다. 특히 심우주 통신과 항법 등 달 궤도선·탐사선 운용에 필요한 지상국을 구성하는 대형 전파 안테나와 지상 관제 시스템 등은 저·정지궤도 위성 관제시스템 구축 경험을 통해 70% 가까운 수준으로 도달해 있다는 것이 대내외적인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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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심우주 통신·항법과 관련해 항우연은 지상국 구축 준비에 주력하고 있다. 이에 필요한 선행 기술은 이미 확보된 상태이고, 설계와 송·수신 장비 개발 역시 대부분 국내 기술로 이루어지게 된다. 궤도선이나 탐사선에 탑재될 통신·항법장치 역시 몇몇 구성품을 빼고 설계부터 제작까지 대부분 자체 기술로 개발할 수 있다.

심우주 지상국은 최소한 발사 1년 전까지 구축을 완료해야 한다. 국내에 한곳을 설치하고, 나머지 두곳은 나사 등 해외 지상국의 도움을 받을 예정이다. 심우주 통신은 이렇게 지상국 설치가 완료되면 실제 발사와 운용 때까지 계속 성능 시험과 호환성 검사를 진행하게 된다. 심우주 항법 역시 예비 및 상세 설계를 거쳐 시스템 구축을 완료한 뒤 지속해서 검증 절차를 밟게 된다. 송 박사는 길고 지루하지만, 긴장된 작업의 반복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송 박사의 설명이다.

“언젠가 유럽항공우주국(ESA)에서 근무했던 심우주 항법 분야의 대가가 쓴 논문을 본 적이 있는데, 이렇게 적었더군요. ‘돌이켜보니 상당히 힘들고 지루한 일정이었다. 하지만 마침내 우리는 해냈다.’ 지구궤도를 도는 위성에서 달까지 거리를 늘리는데 들여야 하는 노력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시뮬레이션을 통해 우주에서 발생할 수 있거나 궤도선이나 탐사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모든 변수에 대해 완벽한 답이 있어야 합니다. 누구도 답을 알려주지 않거든요.”

◆나사 등과 국제협력으로 약점 보완

달 탐사를 위한 심우주 통신과 항법에서 해결해야 할 가장 큰 난제는 결국 ‘경험’이다. 이에 필요한 선행 및 장비개발 기술은 어느 정도 갖추고 있지만, 실제 우리가 자체적으로 지구궤도를 벗어나 달까지 궤도선이나 탐사선을 보내고 운용해 본 경험은 없다. 최대한 시행착오를 줄이는 동시에 최대한 빠른 속도로 우주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면 국제협력, 특히 나사와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다행히 이를 위한 법적, 제도적 기반은 마련됐다. 지난해 2월 맺은 한·미 우주협력협정이 같은해 11월 발효됐다. 우리로서는 세계 최고의 우주기술 강국인 미국과 본격적인 협력을 추진하게 돼 현재 계획하고 있는 개발 프로젝트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특히 2020년을 목표로 하는 무인 달 탐사 프로젝트는 궤도선 개발은 물론이고 심우주 통신·항법 등의 분야에서 미국과 협력이 필수적이다.

구체적인 협력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우리는 KPLO에 15㎏ 정도의 나사 탑재체를 넣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이에 미국은 달 탐사 임무의 설계와 데이터 처리 시스템의 개발 자문을 비롯한 지상국 설계와 운용, 탐사선 추적과 심우주 항법을 지원하고 탐사선과 지구의 통신 기술을 공동 개발·활용할 계획이다.

문 박사는 “우주 탐사 경쟁력에서 결정적인 차이는 보유하고 있는 기술 못지않게 얼마나 많이, 멀리 탐사선을 보내보고 실제 운용해본 경험이 있느냐이다. 이런 면에서 미국은 가장 좋은 협력 파트너다”라며 “지금도 나사와 1주일에 1번 이상 화상통화 등을 통해 심우주 통신 등을 위한 데이터 호환이나 공동 서버 구축 작업을 벌이고 있고, 심우주 지상국이 구축되어 호환성 시험 등이 이루어질 때는 더 많은 회의와 왕래가 이루어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늦었지만 빠른 추격…목표는 달 너머 심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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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달 탐사 위성 ‘셀레네’의 발사 장면. 출처=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우리나라의 달 탐사 도전은 아시아권 경쟁국과 비교해 다소 뒤졌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07년 탐사 위성 ‘셀레네 1호’를 달 궤도에 안착시켰으며, 2010년과 2014년에는 소행성 탐사선을 성공적으로 발사했다. 아울러 세계 최초로 소행성 표본 채취에 성공했다. 인도는 2008년 달 궤도선 ‘찬드라얀 1호’를 발사한 데 이어 2013년에는 탐사선 ‘망갈리안’을 성공적으로 화성 궤도에 진입시켰다. 이는 세계에서 4번째의 화성 탐사로 기록됐다. 중국 역시 2007년과 2010년 2차례에 걸쳐 달 궤도선을 발사한 뒤 2013년에는 달 표면에 착륙선을 성공적으로 착륙시켰다. 이로써 세계에서 3번째로 달 착륙에 성공한 나라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다. 출발은 늦었지만, 더 우수한 기술력으로 경쟁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거나 아예 따돌렸던 경험이 우리에게는 적지 않다. 우주 개발과 탐사 역시 마찬가지일 수 있다. 달 탐사 프로젝트는 선진국이나 아시아 경쟁국에 비해 다소 뒤처졌던 우리의 우주 탐사 기술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최종 목표는 달이 아니다. 달 탐사 프로젝트는 발사체부터 심우주 통신과 항법까지 우주 공간에서 활동영역을 확장하기 위한 핵심적인 탐사기술 확보를 목표로 한다. 달 탐사에 성공한 뒤에는 화성과 소행성, 심우주로 우리의 우주 탐험 영역은 확대될 것이다. 우리의 발사체에 우리의 달 궤도선과 탐사선이 실려 우주로 향하는 날을 기다리며, 항우연 심우주 통신과 항법 연구진은 오늘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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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탐사 개념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홍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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