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숙 16대 이화여대 총장]
재학생 95.04%… 압도적 지지 얻어
"정유라 사건, 적절한 시기에 사과…
이대 사태의 원인은 공정성 不在, 익명 청원제 등 도입해 개혁할 것"
이화여대 김혜숙(63) 철학과 교수는 26일 이사회에서 16대 총장으로 공식 선임된 후 본지와 인터뷰에서 지난 10개월 동안 계속된 '이대(梨大) 사태' 해법으로 소통(疏通)을 제시했다. 김 총장은 지난 25일 이대 개교 이래 처음으로 학생·교직원·동문이 모두 참여한 총장 직선제 결선투표에서 57.3%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 김 총장은 26일부터 총장 업무를 시작했다.
이대는 지난해 7월 '미래라이프대(평생교육단과대학)' 설립과 관련해 학생들이 학교 측의 '소통 부재'를 지적하며 본관을 86일간 점거하는 사태를 겪었다.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특혜 의혹이 불거지면서 지난해 10월 최경희 전 총장이 사임했다. 또 '최순실 게이트'로 이대 교수 다섯 명이 구속됐다.
26일 이화여대 신임 총장으로 선임된 김혜숙 교수가 서울 서대문구 이대 법인행정동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김 총장은 이날 본지 인터뷰에서 “학사 관리·인사 평가 등에 주관이 개입될 수 없는 학내 시스템을 만들어 특혜 문제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게 하겠다”고 밝혔다. /김지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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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총장은 "감격스러운 마음보다 상당히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며 "학사 관리·인사 평가 등에 주관이 개입될 수 없도록 학내 시스템을 정비해 '정유라씨 특혜 사건'과 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게 하겠다"고 밝혔다. 김 총장은 "(정유라 특혜 사건과 관련해) 이사회 어르신들과 상의해서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방식으로 사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총장은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지 않는 학교의 불통 행정과, 정유라씨 사태에서 드러난 '공정성과 원칙의 부재(不在)'가 이대 사태의 원인이었다고 본다"고 했다.
학생들의 본관 점거 당시 경찰 1600명이 투입된 것도 김 총장에겐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는 "이대 72학번으로 유신시대를 경험했던 나조차도 그런 상황을 직접 본 적이 없었다"며 "학생들과도 적극 소통하면서 학내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총장은 "재단 이사 수를 늘리고, 사안별로 특별위원회를 둬 의사 결정에 전문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며 재단 이사회 운영 방식을 개혁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번 결선투표에 참여한 학생 9835명 중 95.04%에 달하는 9348명이 김 총장을 뽑았다. 그러나 일부 교수는 "학생들의 큰 지지를 받고 있지만 총장직은 대외 업무와 투자 유치, 재원 마련 등 다양한 역량이 필요한 자리"라며 "김 총장이 이런 역할도 잘해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총장은 "신뢰와 공정성이라는 기본 원칙을 튼튼히 하고, 교육과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이대의 세계적 위상을 높이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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