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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정유라 특혜' 재발 않게 시스템 정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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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숙 16대 이화여대 총장]

재학생 95.04%… 압도적 지지 얻어

"정유라 사건, 적절한 시기에 사과…

이대 사태의 원인은 공정성 不在, 익명 청원제 등 도입해 개혁할 것"

"이른 시일 내에 온라인 사이트를 만들어 '익명 청원제'를 시행해서 학내 구성원들의 솔직한 목소리를 듣겠습니다. 점진적으로 중앙집권적이고 폐쇄적인 이사회 운영 방식도 개선하려 합니다."

이화여대 김혜숙(63) 철학과 교수는 26일 이사회에서 16대 총장으로 공식 선임된 후 본지와 인터뷰에서 지난 10개월 동안 계속된 '이대(梨大) 사태' 해법으로 소통(疏通)을 제시했다. 김 총장은 지난 25일 이대 개교 이래 처음으로 학생·교직원·동문이 모두 참여한 총장 직선제 결선투표에서 57.3%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 김 총장은 26일부터 총장 업무를 시작했다.

이대는 지난해 7월 '미래라이프대(평생교육단과대학)' 설립과 관련해 학생들이 학교 측의 '소통 부재'를 지적하며 본관을 86일간 점거하는 사태를 겪었다.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특혜 의혹이 불거지면서 지난해 10월 최경희 전 총장이 사임했다. 또 '최순실 게이트'로 이대 교수 다섯 명이 구속됐다.

조선일보

26일 이화여대 신임 총장으로 선임된 김혜숙 교수가 서울 서대문구 이대 법인행정동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김 총장은 이날 본지 인터뷰에서 “학사 관리·인사 평가 등에 주관이 개입될 수 없는 학내 시스템을 만들어 특혜 문제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게 하겠다”고 밝혔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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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총장은 "감격스러운 마음보다 상당히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며 "학사 관리·인사 평가 등에 주관이 개입될 수 없도록 학내 시스템을 정비해 '정유라씨 특혜 사건'과 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게 하겠다"고 밝혔다. 김 총장은 "(정유라 특혜 사건과 관련해) 이사회 어르신들과 상의해서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방식으로 사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총장은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지 않는 학교의 불통 행정과, 정유라씨 사태에서 드러난 '공정성과 원칙의 부재(不在)'가 이대 사태의 원인이었다고 본다"고 했다.

학생들의 본관 점거 당시 경찰 1600명이 투입된 것도 김 총장에겐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는 "이대 72학번으로 유신시대를 경험했던 나조차도 그런 상황을 직접 본 적이 없었다"며 "학생들과도 적극 소통하면서 학내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총장은 "재단 이사 수를 늘리고, 사안별로 특별위원회를 둬 의사 결정에 전문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며 재단 이사회 운영 방식을 개혁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번 결선투표에 참여한 학생 9835명 중 95.04%에 달하는 9348명이 김 총장을 뽑았다. 그러나 일부 교수는 "학생들의 큰 지지를 받고 있지만 총장직은 대외 업무와 투자 유치, 재원 마련 등 다양한 역량이 필요한 자리"라며 "김 총장이 이런 역할도 잘해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총장은 "신뢰와 공정성이라는 기본 원칙을 튼튼히 하고, 교육과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이대의 세계적 위상을 높이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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