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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Why] '루프톱 바'에서의 한 잔이 불법이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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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식품위생법상 위법이지만 손님들 '시원하다'며 자주 찾아

과태료가 수익보다 적어 단속도 소용 없을 때가 많아

'쉿, 오늘부터 루프톱에서 맥주와 칵테일을 드실 수 있어요! 옆집에서 민원 넣기 전에 얼른 오세요!'

이달 초 서울 이태원동 한 유명 라운지 카페 주인 A씨가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이 카페는 작년 여름 구청 단속반이 들이닥치면서 보름가량 옥상 출입구를 닫았다. 옥상에서 술 마시면서 담배를 피우거나 목소리를 높이는 손님이 많다는 이유로 구청에 민원이 여럿 접수됐고, 그 이후 옥상 영업을 이렇게 SNS로만 알리고 있다.

날이 더워지면서 옥상에서 음식과 술을 즐기는 소위 '루프톱 바'가 곳곳에서 문을 열고 있지만, 일부 가게 주인은 이 옥상 영업 자체를 소문내지 않으려고 애쓴다. 현재 건축법상 신고 없이 고정식 지붕이나 기둥을 설치하는 것, 비닐이나 천막으로 지붕이나 벽을 옥상에 올리는 것은 건축법 14조(건축 신고)를 위반한 불법이기 때문이다. 건물 대부분이 준공 단계부터 용적률 한도를 채워 짓기 때문에, 천막이나 가림막을 두고 공간을 더 늘려 영업하는 행위는 결국 어떤 행태이든 불법인 셈이다.

조선일보

서울 이태원동에 있는 한 카페. 옥상 카페는 사방이 탁 트여 여름철에 특히 인기 많지만, 서울시내 건물 옥상에서 음식이나 주류를 파는 행위는 위법이다. / 조선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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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 영업은 식품위생법 제36조에도 위반된다. 식품위생법은 지자체에 신고한 영업 면적 내에서만 영업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유지라고 옥상에 시설물을 설치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 역시 모두 영업 가능한 구역에서 제외된다. 서울 중구와 서초구 등지에서는 최근 '식품 접객업 옥외 영업 시설 기준 적용 특례'를 적용해 야외 테라스 영업을 일부 허용했으나, 서울 시내에서 옥상 영업까지 허가한 곳은 아직 없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최근 미세 먼지가 심해지면서 야외에서 음식이나 음료를 파는 것이 문제 되기도 했고 구청장 재량으로 특례를 적용할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했다.

루프톱 영업은 그럼에도 갈수록 인기다. 서울 이태원동과 서교동 일대에는 유럽 도시처럼 새하얀 가림막을 드리우고 술이나 음식을 파는 곳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인스타그램 등에서 '#루프톱'으로만 검색해도 관련 업소 사진만 수천 장을 볼 수 있다. 대학생 신연희(23)씨는 "여름철에는 야외에서 술을 마시고 싶은 게 사실"이라고 했다.

과태료가 옥상 영업으로 얻는 수익보다 적다 보니 단속도 소용없을 때가 많다. 구청에서 1차 시정 명령을 받으면 해당 가게는 1년치 매출 신고액에 따라 각기 다른 과태료를 내게 되는데, 대개 이 과태료보다는 옥상 영업으로 얻는 수익이 여전히 많다는 것이다.

민원도 그만큼 늘어간다. 용산구청 식품위생과 임철희 주무관은 "해마다 민원이 폭증한다. 신고 건수를 일일이 집계하기 힘들 정도"라고 했다. 고성방가, 애정 행각, 불법 주차, 냄새, 담배 연기, 쓰레기 무단 투기까지 신고 이유도 각양각색이다.

가게 주인들도 할 말은 많다. 서교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양모(40)씨는 "단속을 강화해서 다 같이 옥상 영업을 못 하게 하든가, 아니면 합법화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다들 몰래 영업하는데 불법이라고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요. 정책이 확실하고 일관성 있어야 우리도 숨통이 트입니다."

[송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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