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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프로야구]'데뷔 8년 만에 첫 승' 김태훈 "돌고돌아 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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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프로 데뷔 첫 승 거둔 김태훈


【인천=뉴시스】김희준 기자 = SK 와이번스의 좌완 '영건' 김태훈(27)이 '마의 5회'를 넘어서면서 프로 데뷔 8년 만에 첫 승을 거뒀다.

김태훈은 26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펼쳐진 LG 트윈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5⅓이닝 동안 5개의 안타와 1개의 볼넷을 내주고 LG 타선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SK가 6-1로 승리하면서 김태훈은 감격적인 프로 데뷔 첫 승을 품에 안았다. 개인 통산 46경기째 등판에 얻은 귀중한 첫 승이다. 선발 등판 6경기 만이다.

2009년 SK의 1차 지명을 받고 기대를 받으며 프로 무대를 밟은 김태훈은 입단 직후 팔꿈치 부상에 가로막혔고, 이후 매년 부상에 시달려 기대만큼의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2010년 데뷔전을 치른 김태훈은 부상 여파로 2012년까지 3년 동안 26경기 등판에 그쳤다. 이후 군 복무를 한 김태훈은 2015년 복귀했지만, 인상깊은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또 승리와도 좀처럼 연을 맺지 못했다. 필승 계투조에 자리를 잡은 것이 아닌 탓에 구원승 기회도 없었다.

'땜질 선발'로 얻은 기회도 잡지 못했다.

김태훈에게 5회는 넘기 힘든 벽이었다. 고질적인 제구 불안이 늘 그의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까지 김태훈은 줄곧 중간계투로만 뛰었다. 선발 기회를 얻은 것은 지난해 두 차례 뿐이었다.

김태훈은 지난해 선발 등판 때마다 3이닝도 채우지 못했다. 지난해 6월 26일 문학 두산전에서 2⅓이닝을 던지는데 그쳤고, 7월 23일 문학 넥센전에서도 2이닝 4실점을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외국인 투수 스캇 다이아몬드가 어깨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김태훈에게 선발 기회가 돌아왔지만, 여전히 그에게 5회는 고비였다.

올 시즌 첫 등판이었던 지난 7일 고척 넥센전에서 김태훈은 4회까지 큰 위기 없이 안정적인 투구를 펼쳤다. 그 사이 타선이 1점을 뽑아줘 프로 데뷔 첫 승이 다가오는 듯 했다.

하지만 김태훈은 5회 안타와 볼넷을 내주며 1사 1, 2루의 위기를 자초했고, 결국 5이닝을 채우지 못한채 마운드를 내려왔다.

14일 문학 KIA전에서도 김태훈은 제구가 흔들리며 4회까지 볼넷을 4개나 내줬고, 결국 5회부터 문광은에게 마운드를 넘겨야 했다.

김태훈은 20일 마산 NC전에서 4회까지 여러차례 위기를 맞이하면서도 1점만을 내줬고, 5회에도 등판했다. 그러나 안타와 볼넷으로 무사 1, 2루를 만드는 바람에 강판됐다.

이날은 달랐다. 김태훈은 '마의 5회'를 넘어서는데 성공했다.

김태훈은 4회까지 LG의 외국인 에이스 데이비드 허프와 대등한 투구를 펼쳤다.

김태훈은 최고 시속 143㎞의 직구에 슬라이더와 투심 패스트볼, 체인지업을 섞어던지며 LG 타선을 요리했다.

4회까지 김태훈이 맞은 안타는 2개에 불과했다. 1회초 2사 후 박용택에게, 4회 선두타자 김용의에게 안타를 맞았을 뿐이었다.

그 사이 정진기, 한동민의 솔로포로 SK가 2-0으로 앞섰다.

하지만 승리를 의식한 탓인지 5회 급격하게 흔들렸다. 5회 선두타자 채은성에게 안타를 맞은 김태훈은 오지환을 볼넷으로 내보냈다.

루이스 히메네스의 뜬공 때 채은성이 3루까지 나아가 1사 1,3루의 위기를 이어간 김태훈은 오지환에게 도루까지 허용해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였다.

김태훈은 더 이상 흔들리지 않고 유강남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한숨을 돌렸다. 그는 손주인을 2루수 앞 땅볼로 처리하고 '마의 5회'를 넘어섰다.

6회 이형종을 좌익수 뜬공으로 잡은 김태훈은 박용택, 양석환에게 연속 안타를 맞았고, 결국 마운드를 김주한에게 넘겼다. 김주한이 채은성에게 병살타를 유도해 실점을 막으면서 김태훈은 승리 희망을 이어갔다.

경기 후반 타선이 추가점을 뽑고, 불펜진이 1점만을 내주면서 김태훈은 감격적인 승리를 챙겼다.

김태훈은 "많이 돌고돌아 여기까지 왔다. 지금까지 믿고 기다려준 구단에 고맙고, 부모님께도 감사하다"며 "포수 (이)재원이 형의 리드 덕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다른 때보다 직구 구속이 떨어진 모습이었던 김태훈은 "제구를 잡으려고 한 것은 아니다. 오늘 갑자기 안나오더라"며 "(이)재원 형이 변화구 위주로 승부를 많이 했다. LG 타자들이 타이밍이 잘 맞지 않더라"고 분석했다.

간절했던 첫 승을 기다리는 동안 김태훈이 마음 졸인 순간도 있었다. 6회 1사 1, 3루의 위기에서 마운드를 이어받은 김주한이 볼넷을 내줬을 때, 루이스 히메네스가 7회 우월 솔로포를 쳤을 때 김태훈은 잔뜩 긴장했다.

김태훈은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고 기다린 것이 이번이 처음이었다"며 "(김)주한이가 병살타로 막았을 때 여태까지 살면서 처음 느낀 짜릿함을 맛봤다. 히메네스가 홈런을 쳤을 때 '솔로포라 다행이다'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5회 흔들렸던 것에 대해 "의식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되더라. 3경기연속 5회에 강판되지 않았나"며 "먼 하늘을 보면서 마음을 다잡았다"고 전했다.

2015년부터 장착한 투심은 김태훈이 올 시즌 한층 다른 모습을 보이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김태훈은 "2015년 구속이 너무 나오지 않아 던질 것이 없더라. 그래서 (박)희수 형을 따라 투심을 던져봤고, 그 해 퓨처스리그에서 풀타임 선발을 하면서 손에 익었다"며 "올 시즌 효과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 시즌 자신감이 있었다는 김태훈은 "2군에서 시즌을 시작했지만, 주변에서 올해에는 될 것 같다고, 기대된다고 말해 자신감이 있었다"며 "올해 50이닝 이상 던져서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jinxij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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