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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이슈플러스] “기업 입장이자 편협한 발상” 文 대통령, 경총 비판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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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반발 막고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 의지 재확인 / 기득권 세력 첫 반발로 인식 “기업 입장이자 편협한 발상” / 대기업에 강경 메시지 보내 / 일각 “기업 길들이기 나선 듯”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정책을 비판한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대한 문재인정부의 대응은 강경했다.

경총 포럼 내용이 보도된 26일 문재인정부 인수위격인 국정기획자문위에서 대응한 데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유감을 표명한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1호 정책’으로 추진하는 일자리 창출 정책을 사실상 뇌사상태인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대신해 재계를 대표하는 경총이 정면비판한 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인식한 것이다. 사실상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각종 개혁조치에 대한 기득권 세력의 첫 반발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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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현 국무위원들과 오찬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정부 정책 로드맵을 짜고 있는 국정기획위는 이날 오전 공식 논평을 통해 경총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광온 대변인은 “비정규직 문제의 핵심 당사자인 경영계가 이 같은 주장을 한다는 것은 지극히 기업적 입장이자 편협한 발상”이라며 “비정규직 당사자들과 가족이 겪는 고통으로 인해 우리 경제 전반이 얼마나 왜곡되고 주름이 심한가를 단 한 번이라도 생각했다면 이렇게 말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국정기획위가 전날 김영배 경총 부회장 발언을 문제삼은 대목은 기업의 비정규직 채용 불가피성을 설명하고 민간기업이 느끼는 부담을 언급한 부분이다. 박 대변인은 “대선 과정에서 (다른) 모든 후보들도 (비정규직 문제에) 문제의식을 같이했다. 이 문제는 문제의식으로 그쳐서는 안 되며 반드시 국회 입법을 통해 풀어야 한다”며 “마치 정부가 민간에게 강제하는 것인 양 이야기하는 것은 모독”이라고 지적했다.

청와대와 국정기획위가 잇따라 경총을 강하게 압박하고 나선 것은 예상되는 재계 반발을 조기에 차단해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정책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하고, 국정과제 추진 동력을 얻으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김진표 국정기획위원장은 기자들을 만나 “압박으로 느낄 땐 느껴야지 그러면(느끼지 않으면) 사회가 변하지 않는다”며 “개혁은 잘못된 기득권을 정상으로 바꾸는 것이고 거기에는 고통이 따른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재벌 총수 등 재계 인사들을 만날 계획이 있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재벌 총수를 만날 필요는 없고 총수들은 경총이나 든든한 후원기관이 입장을 잘 반영하지 않느냐”며 “그런 (기관)을 갖지 못한 현장 못소리를 들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와 국정기획위의 강경 메시지에 재계에서는 ‘기업 길들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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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앞줄 왼쪽 두번째)이 26일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업무보고를 받기에 앞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총은 이날 문 대통령의 유감 발언이 나오자 “정부 일자리 정책에 반대하지 않는다”며 해명에 나섰다. 경총 관계자는 “전날 경총포럼에서 김영배 부회장이 한 발언은 정부의 일자리 정책을 전반적으로 비판하고자 한 맥락에서 나온 게 아니다”며 “노동시장의 경직된 구조를 지적하기 위한 발언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를 해소하는 문제가 중요하다는 원론적인 언급이었다”며 “경총은 그간 이전 정부에서도 기업 입장을 대변해 이 같은 목소리를 꾸준하게 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 정책을 반대하려는 게 아니라 노사정이 힘을 합해서 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 근로자의 처우개선 등을 위해 노력하자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홍주형·정필재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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