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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이세돌 "알파고 더 세졌지만… 2점 깔면 인간이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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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계 유일한 1승' 이세돌 9단, 알파고 vs 커제 대국 보니]

알파고가 종종 손해수 둔다?

1집반 승리 프로그램돼 있으면 압승을 피해 집 차 조절하는 것

역전패가 한번도 없는 게 증거

조선일보

알파고 열풍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이세돌 9단. 25일 TV조선서 중계한 제2국 해설자로 나왔다. /오종찬 기자


"알파고는 확실히 세다. 하지만 1년 전에 비해 훨씬 더 안정적으로 바뀌었을 뿐 새로워진 점은 없다고 본다. 현재로선 인간에게 너무 벅차지만 조건이 충족될 경우 다시 도전해 볼 수 있다."

인공지능 알파고가 인간 최고수 커제(柯潔·20)를 연속 완파하자 지난해 알파고에 1승(4패)을 거뒀던 이세돌(34) 9단의 존재가 조명받고 있다. 알파고가 종종 범하는 끝내기 실수에 대해 그는 "입력 팀이 압도적 승리를 피해 집 차를 조절하는 것"이란 파격적 분석을 내놨다. 25일 2국 중계 해설을 위해 TV조선을 찾은 이 9단을 만나 이번 '알파고 돌풍' 전반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알파고 제작사인 딥마인드가 24일 '알파고가 1년 사이 3점이 늘었다"고 발표했다. 국내외 프로기사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이건 커제나 이세돌 9단조차 3점 치수란 뜻인데.

"이번에 나온 알파고는 버그를 대폭 줄여 강해진 건 사실이다. 그러나 3점이란 치수는 좀 너무하다."

―그렇다면 이번 알파고와 인간 최고수 간의 정확한 치수는?

"정선(定先·덤 없이 먼저 둠)은 인간 쪽이 떨린다. 이것만 해도 알파고의 능력은 굉장한 것이다. 그러나 기계가 인간을 2점 접어준다는 건 현재로선 말이 안 된다.(인간이 이긴다)"

―알파고는 난공불락인가. 강점과 약점은.

"기계의 학습된 계산 능력이 워낙 강력하다. 데이터도 풍부하고…. 그런 호조건들로 인해 특히 초반 포석에서 인간을 압도하는 것 같다. 반면 사람이 가진 것은 감각뿐이다. 알파고의 약점을 찾아내야 한다."

―알파고를 따라잡기 위한 처방이 있을까.

"일본에선 인공지능 장기 프로그램과 장기 기사 간의 대결을 종종 벌인다. 출전할 기사에게 미리 해당 프로그램 테스트 기간을 1주일쯤 준다. 버그(약점)를 파악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래도 인간의 승률이 나쁘지만 이래야 공정하다. 커제와 알파고전도 고작 3판으로 끝나는데 30판, 300판을 겨룬다면 결과는 알 수 없다."

―알파고가 종종 끝내기 국면에서 손해 수를 둔다.

"최대한 안정적 승리를 위한 장치라고 하는데, 내 생각은 다르다. 예를 들어 1집 반 승리를 목표로 프로그래밍해 놓았는데 4집 반 앞서 있다면 3집을 알아서 후퇴하는 식이다. 그렇게 여러 번 끝내기 실수를 범했어도 역전패한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는 게 증거 아닌가."

―시간 사용량에서 기계와 사람 능력 차이가 너무 큰데.

"지난 연말과 연초 쌍방 30~40초로 세팅해 놓고 대결해 인간이 60패한 것은 미친 짓이었다. 이 시간으론 600판 두면 600패, 6000판이면 6000패 했을 것이다. 시간을 많이 주면 인간이 다소 편해지긴 하는데, 3시간이 넘어서면 인간의 집중력도 흐트러지므로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다."

―이 9단이 작년에 거둔 1승이 알파고에서 따낸 유일한 승리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다시 기회가 온다면 알파고와 또 싸울 생각이 있나.

"당시 알파고는 버그가 꽤 있어서 가능했다. 아쉬움도 남는다. 하지만 여러 여건상…. 생각해 볼 문제다."

―알파고와 겨룬 지 14개월이 지났다.

"실체가 안 보이는 상대와 싸운다는 게 가장 힘들었다. 아자황 박사가 대리 착점을 했지만 벽과 마주한 느낌이었다. 커제를 보니 측은하다. 이제 승패가 결정됐으니 남은 한판 마음 비우고 자기 바둑을 두라고 충고하고 싶다."









[이홍렬 바둑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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