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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靑, 수사권 바라는 경찰에 "먼저 인권경찰 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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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관 인권침해 사건의 20%가 경찰 관련이라는 통계까지 공개

"행정경찰은 수사 개입 안된다"는 전제 조건도 동시에 제시

경찰청 "인권 영향평가제 준비"

고위 간부들이 일선 수사관에게 직접 지시 못하게 규칙 제정도 추진

청와대가 25일 경찰에 "수사권 독립을 원한다면 인권 친화적 방안부터 마련하라"고 했다. 행정경찰이 수사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하라는 전제 조건도 제시했다.

조국 민정수석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국가인권위원회의 위상 제고 방안을 발표하면서 마지막에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를 꺼냈다. 그는 "특히 경찰의 경우 수사권 조정에 대한 강한 염원을 피력하고 있다"며 "민정수석실에서는 수사권 조정의 필수적 전제로 인권 친화적 경찰을 어떻게 구현할지 경찰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실행 가능한 방안을 마련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조 수석은 "수사권 조정 마무리는 국회에서 하겠지만 각 부처가 협력해야 하는데, 여러 전제 중 하나가 경찰 내에서 인권 침해적 요소가 방지되도록 하는 내부 장치를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며 "행정경찰이 수사경찰 수사에 개입하지 못하는 것 등의 조치도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경찰 수사권 독립 추진에 앞서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경찰 개혁안을 마련하라는 '가이드라인'을 준 것이다. 청와대는 2006년 국가기관 인권 침해 사건의 20%(전체 3위)가 경찰 관련이라는 통계까지 공개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검·경 수사권 조정 의지는 강하다. 2015년 당대표 시절 "노무현 정부를 마친 이후 가장 후회되는 일이 수사권을 마무리 짓지 못한 것"이라고 했고, 이번 대선 과정에선 "정권 교체가 이뤄진다면 정권 초기부터 강력하게 밀어붙이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공약집에서 경찰의 수사권 독립과 함께 "검찰은 원칙적으로 기소권과 함께 기소와 공소유지를 위한 2차적·보충적 수사권을 보유할 것"이라고 했다. 수사지휘권, 영장청구권 등에 대한 구체적 방안은 밝히지 않았다.

경찰은 청와대가 공식적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를 언급한 것을 반기면서도 인권 문제와 행정·수사 경찰 분리 문제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경찰청은 이날 인권 문제와 관련해 "환경부에서 하는 환경영향평가와 같은 인권영향평가 제도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어떤 수사 기법이나 경찰서 유치장 등 시설물에 인권 침해 소지가 있는지 정기적인 평가를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피의자 조사 단계에서 영상 녹화나 진술 녹음을 의무화하거나 수갑·테이저건 등 경찰 장구 사용 기준을 더 엄격하게 하는 등 인권 보호 방안을 마련 중이다. 경찰청은 인권영향평가 도입 등 인권 개선 방안을 27일 국정기획위에 보고할 예정이다.

조 수석이 "행정경찰이 수사에 개입하지 못하게 하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한 발언에 대해서는 '결국 수사경찰과 행정경찰을 분리시키겠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현재 경찰은 방범, 교통 단속, 인사행정 등 치안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행정경찰(약 9만3000명)과 경찰서 형사과 등에서 검사 지휘를 받아 수사 업무를 담당하는 수사경찰(약 2만7000명)로 이뤄져 있다. 수사경찰은 형사소송법상 사법경찰관리로 치안감 이상 고위 간부는 수사경찰이 될 수 없다. 하지만 실제로는 경찰청장이나 수사국장, 지방경찰청장은 일선 수사에 개입하고 지휘하는 역할을 한다. 경찰이 독립된 수사권을 가질 경우 고위 간부들이 인사권을 무기로 이를 남용할 우려가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수사권 조정 문제가 대두된 2005년부터 정부나 학계에선 수사경찰을 경찰청에서 분리해 법무부 소속으로 두는 방안 등이 거론됐다. 조 수석의 발언도 경찰 고위 간부들이 수사에 개입하는 것을 원천 차단하는 조처를 경찰 내부에서 마련하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경찰청은 "수사·행정 경찰을 조직적으로 분리하는 건 한국 여건상 맞지 않다"며 반대해왔다. 경찰청 관계자는 "조 수석 얘기도 행정경찰과 수사경찰을 아예 분리하라는 뜻은 아닌 것으로 이해한다"며 "고위 간부들이 일선 수사관에게 직접 지시를 못 내리도록 경찰 내부 규칙을 제정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했다.





[김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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