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해피 엔드' '클레어…' 출연 佛 국민배우 이자벨 위페르 인터뷰]
칸 여우주연상만 2번 수상… 심사위원장도 지낸 '칸의 여신'
"'해피 엔드', 내적 폭발이라면 홍상수 작품은 가벼운 듯 정교"
프랑스의 국민 여배우이자 원조 '칸의 여신'인 이자벨 위페르(64)를 24일 지중해가 보이는 칸 크로아제 거리의 마제스틱 호텔에서 만났다. '여배우로서 두려운 것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위페르가 우아한 미소를 지었다. "사실 겁이 없는 성격이에요. 훌륭한 감독과 일할 때는 잔인하고 격렬한 상황이라고 해도 완벽하게 보호받으면서 연기를 하니 두려워할 것이 없죠. 유일한 위험은 재능 없는(untalented) 사람들과 일하는 거예요. 그러면 나 자신도 빛날 수 없거든요." 고급스러워 보이는 흰색 바지 정장, 살짝 붉은 머리의 그녀가 웃을 때 주름살에서도 배우로서 경륜이 빛났다.
청바지 차림의 프랑스 배우 이자벨 위페르가 21일(현지 시각) 칸 영화제에서 홍상수 감독의‘클레어의 카메라’상영을 앞두고 취재진 앞에서 미소 짓고 있다. /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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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페르는 올해 칸 영화제에 미하엘 하네케 감독의 경쟁 부문 진출작 '해피 엔드'와 홍상수 감독의 특별상영 부문 '클레어의 카메라'로 참석했다. 하네케 감독은 "이자벨이 고난받는 여성을 연기할 때, 관객은 한쪽 극단에서 그녀의 고난을 날것 그대로 느끼는 동시에 또 한쪽에선 그녀의 얼음 같은 지성에 매료된다. 한 인물을 연기하며 두 가지를 한꺼번에 해낼 수 있는 배우는 이자벨뿐"이라고 했다.
올해의 그녀는 특히 돋보였다. 지난 23일 저녁엔 칸 영화제 70회 기념 파티에서 티에리 프리모 집행위원장과 공동 사회를 봤다. 은색 드레스를 입고 영어와 프랑스어로 '생일 축하합니다~' 노래를 부르자, 뤼미에르를 꽉 채운 전 세계 2000여 영화인이 박장대소하며 기립박수를 보냈다. 앞서 21일 영화 '클레어…' 제작진 공식 사진 촬영 때는 청바지를 입고 나타났는데, 현지 언론들은 "칸에 오는 자칭 '공주'들의 어떤 드레스보다 빛났다. 진정한 칸의 왕족, 베스트 드레서"라며 흥분했다.
'해피 엔드'는 프랑스 칼레의 상류층 가족의 겉은 화려하나 속은 곪아 있는 가식적 삶이 급증하는 이민자 문제와 만나며 폭발하는 사회성 짙은 드라마. 하네케의 영화가 늘 그렇듯, 제목이 '해피 엔드'라는 건 이 영화가 결코 행복한 결말을 약속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의 영화에는 특유의 격렬함과 급진성이 있죠. 이번 영화는 폭력을 다루지만, 그 폭력이 눈에 보이지 않아요. 외적 폭발(explosion)보다 내적 폭발(implosion)이라 할까요. 그런 면이 영화를 더욱 강력하게 하죠." 그녀는 가족의 가식적 평화를 지키려다 파멸하는 어머니 역할이다.
홍상수 영화에서 그녀는 마치 연기를 하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위페르는 말했다. "그의 영화에는 뭔가 아주 가벼운 게 있어요. 그렇지만 아무것도 즉흥적으로 결정되지 않고, 모든 것이 정교하게 규정돼 있고, 물 흐르듯 연결되죠."
쥘리에트 비노슈, 샤를로트 갱스부르 등 프랑스 여배우 여럿이 할리우드 흥행 영화에 진출했다. 더 이상 깨뜨릴 한계가 없어 보이는 그녀에게 '수퍼 영웅은 어떠냐'고 물어봤다. "좋죠! 진짜 해보고 싶어요. 저는 영화에는 차별이 없다고 생각해요. 모든 영화가 내 안으로 들어오게 하고 싶으니까요!"
[칸=이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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