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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소녀상 지킴이’ 대학생에 내려진 벌금 2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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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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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8 한-일 위안부 합의’ 무효를 주장하며 일본대사관 건물에서 시위를 벌인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은 ‘소녀상 지킴이’ 김샘씨가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벌금형을 선고 받은 뒤 ‘위안부 합의 무효 외친 소녀상 지킴이들은 무죄다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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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에 걸쳐 소녀상을 지켜왔던 대학생에게 돌아온 건 벌금 200만원이었다. 법원의 판단을 코앞에 두고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길원옥 할머니가 손수 탄원서를 작성해 내고, 8만명이 넘는 누리꾼이 온라인 탄원서에 이름을 적어가며 선처를 호소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국민 대다수가 동의하지 않는 한-일 ‘위안부’ 합의에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현실에서, 국민을 대신해 문제를 제기한 대학생은 끝내 벌금형의 짐을 떠안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8단독 김지철 부장판사는 25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폭처법·공동주거침입) 및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대학생 김샘(25)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법원은 이날 “김씨의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된다”며 4개 혐의를 모두 유죄로 봤다.

그동안 김씨는 ‘한 달에 네 번 재판받는 대학생’이었다. 12·28 한-일 ‘위안부’ 합의,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한 시위를 벌인 혐의로 시차를 두고 각각 따로 기소됐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붙은 죄명은 ‘공동주거침입’이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돕는 시민단체 ‘평화나비’ 대표였던 김씨가 2015년 12월31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건물 안에서 회원들과 함께 “매국협상 폐기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농성을 주도했다는 이유였다. 30여명의 회원과 함께 했다는 것 때문에 ‘집단적 행위’로 가중처벌될 수 있는 죄명이 적용됐다. 이어 2015년 10월 광화문광장에서 신고 없이 국정교과서 반대 ‘기습시위’ 등을 벌인 혐의(집시법 위반) 등 3차례의 추가기소가 뒤를 이었다.

그렇게 네 차례나 재판에 넘겨지며 김씨는 일주일에 한 번꼴로 법정을 찾는 처지가 됐다. 김씨는 “떳떳한 일을 했다고 믿어왔지만, 일주일에 한 번씩 법정에 서면 자연스레 위축되고 죄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0월부터 같은 재판부에서 4건의 재판을 받아왔고, 네 사건을 병합해달라는 요청은 지난 4월18일에야 받아들여졌다.

이날 선고 뒤 김씨를 변호했던 서중희 변호사(법무법인 동화)는 “위안부 합의나 국정교과서는 국민 대다수가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집시법이나 형법도 헌법적 가치에 맞도록 해석해야 하는데 법원이 형식적으로 법률을 해석한 것 아닌가”라고 항소의 뜻을 밝혔다. 그는 이어 “오늘 재판 결과는 유관순 열사를 소요죄, 국가보안법 위반죄로 처벌하는 것과 똑같다”고 비유했다. 김씨도 자신의 활동이 ‘기습농성’, ‘불법시위’로 낙인찍히는 데 대해 “국가가 ‘합의’의 문제점에 책임지지 않는 좌절스러운 상황에서, 일개 대학생이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다른 선택지가 무엇이 있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김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구형한 검찰은 무리한 기소와 과도한 구형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 법원은 김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하고도 “김씨가 개인적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한-일 ‘위안부’ 합의나 국정교과서 시행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범행에 이르게 됐다”고 짚으며 벌금형을 내렸다. 서 변호사는 “검찰이 일부 예외적인 과격시위에서나 나올 법한 징역 1년6월을 구형했다. 재판부가 목적의 정당성을 사실상 인정함으로써 검찰의 구형이 엉터리라는 걸 보여준 셈”이라고 비판했다.

선고 뒤 김씨는 비교적 밝은 표정으로 “굴욕적인 합의를 만든 정권은 국민들의 힘으로 탄핵됐는데, 2015년의 합의는 그대로 남아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만들어놓은 적폐를 대학생들이 끝까지 해결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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