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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청, 공정위에 ‘삼성합병 외압’ 보여주는 문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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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이재용 재판서 ‘청와대 외압일지’ 공개

담당 사무관, ‘삼성 합병’ 특혜 기록해

처분 1000만주→500만주 변경 과정 담겨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뒤 청와대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압력을 행사해 삼성에 유리한 결정을 끌어낸 구체적 정황이 24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서 공개됐다. 삼성과 청와대의 쌍끌이 압박에 공정위가 그해 말 기존 결정을 뒤엎은 과정이 당시 이에 반발하던 공무원들이 남긴 문건으로 확인된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김진동) 심리로 이날 열린 이 부회장 재판에서는 공정위 직원이 작성한 ‘청와대 외압 일지’가 등장했다. 석아무개 공정위 기업집단과 서기관이 작성한 이 일지는 2015년 말 삼성의 순환출자 고리 문제 관련 청와대가 공정위에 여러 차례 압력을 행사한 정황을 기록하고 있다. 2015년 10월14일, 공정위는 그해 7월 결정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순환출자 고리가 새로 생기거나 강화됐다고 판단했고, 삼성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삼성물산 주식 1000만주를 처분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하지만 이런 내용은 끝내 외부에 공개되지 못했다. 정재찬 위원장은 “발표 여부 관련 비에이치(BH·청와대)와 협의해보라”는 지시를 내렸고, 다음날 청와대 경제수석실 인아무개 행정관은 “공정위에서 먼저 발표하지 말고, 삼성이 먼저 공개하되 투자자 보호 대책을 함께 마련해 시장에 충격 없이 하라”는 윗선의 지시를 공정위에 전달했다. 김학현 공정위 부위원장도 “(삼성 쪽에 자문하는) 김앤장 서동원씨가 한 번 더 의견을 내고 싶다고 하니 들어봐주라”고 부하 직원들에게 지시했다.

이후 수차례 계속된 청와대의 ‘압력’과 삼성의 ‘청탁’으로, 공정위 결정 내용 통보는 그해 12월까지 미뤄졌고, 유권해석 내용도 대폭 바뀌었다. 석 사무관은 삼성 측이 그해 11월 두 차례에 걸쳐 유권해석 통보 시기를 늦춰줄 것을 요구했다고 증언했다. 삼성 임원이 “김 부위원장을 면담할 예정이니, 통보연기를 다시 요청하겠다”고도 말했다고 한다. 결국 공정위는 두달만인 12월20일 삼성 처분 주식을 900만주로 줄이기로 방침을 바꿨지만, 이번엔 청와대가 “500만주로 줄여줄 수 있는 방안이 있느냐”고 다시 물어왔다. 결국 공정위는 그해 12월23일 500만주 처분을 삼성에 통보했다. 특검팀은 결과적으로 공정위가 김종중 삼성 미래전략실 팀장의 부탁과 최상목 당시 경제금융비서관 등 청와대의 요구를 들어준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의 로비 주요 길목에 공정위 출신 전관이 등장한 점도 문제로 꼽힌다. 김 부위원장에게 처분 주식 수를 낮춰달라는 취지의 전화를 한 서동원 김앤장 고문은 2009년 공정위 부위원장 및 위원장 직무대행을 지냈고, 현 규제개혁위원장이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 [주주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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