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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혐의 부인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 헌재 결정문 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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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위 이용해 기업에 출연 요구 등

헌재가 탄핵심판 증거조사로 확인

“최소 사실관계는 수용해야” 지적



한겨레

뇌물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417호 형사대법정에서 열린 첫 정식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날 재판에는 함께 기소된 최순실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피고인석에 섰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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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이 지난 23일 첫 재판에서 18가지 혐의를 모두 부인하면서, 탄핵재판 당시 헌법재판소가 내놓은 결정문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헌재와 법원의 판단은 전혀 별개의 사안이지만, 상당 기간 증거조사를 거친 헌재가 인정한 최소한의 사실 관계는 법원도 채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23일 열린 재판에서 박 전 대통령 쪽 유영하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은 미르·케이스포츠 재단 설립을 지시한 사실이 없다”며 “중소기업 진흥 차원에서 케이디(KD)코퍼레이션의 기술이 현대차에 적용될 수 있는지 알아보라고 했지 납품을 지시한 사실도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47건의 국가기밀을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을 통해 최순실씨에게 전달한 혐의에 대해서도 유 변호사는 “연설문 표현에 대해 의견을 들어보라고 했지만 인사 문제 등을 최씨에게 전달하라고 지시한 사실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원석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검사는 “피고인은 아주 기초적인 사실관계도 부인하고 있다”며 “향후 증거 조사 과정에서 충분히 입증하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박 전 대통령의 18가지 혐의 중 7가지 혐의는 헌재의 탄핵심판 증거조사를 통해 사실관계가 확인된 바 있다. 헌재 결정문을 보면 “피청구인(박 전 대통령)은 사기업으로부터 재원을 마련하여 미르와 케이스포츠를 설립하도록 지시했고,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이용해 기업들에게 출연을 요구했다”며 여러 차례 박 전 대통령의 재단 설립 ‘지시’를 사실로 인정했다. ‘우수 중소기업 지원’ 주장과 관련해서도 헌재는 “대통령으로서 특정 기업의 이익 창출을 위해 그 권한을 남용한 것은 객관적 사실”이라며 일축한 바 있다. 특히 헌재는 결정문에서 국가기밀 문서가 오간 물증이 있는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와 관련해 “정 전 비서관은 문건 유출이 큰 틀에서 피청구인의 뜻을 따른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했고, 보안이 철저하게 유지되는 청와대에서 많은 문건이 오랜 기간 외부로 유출된 것은 피청구인의 지시나 묵인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결론지었다.

다만 헌재는 탄핵심판 당시 삼성 등 기업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나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혐의 등은 탄핵소추 사유에 없어 이 부분에 대한 판단은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선 박 전 대통령 쪽의 ‘무조건 부인’ 전략이 스스로를 옭아맬 수 있는 ‘악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헌재가 판단하지 않은 부분은 사실 관계를 다투더라도 헌재가 인정한 부분은 새로운 증거를 찾거나 별도의 법리다툼을 하는 게 상식적이라는 지적이다. 헌법연구관 출신 노희범 변호사는 “헌재는 박 대통령의 형법 위반 여부는 판단하지 않았지만 중대한 헌법 위반인지 따지려 증거 조사를 거쳐 사실관계를 확정했다”면서 “증거와 핵심 증인이 큰 차이가 없는 상황에서 헌재가 인정한 기본적인 사실까지 부정하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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