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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또 내부인 소행…맨체스터 테러범은 22살 ‘영국 토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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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3월 의사당 근처 테러 이어 ‘내국인’

리비아 이민가정서 태어나

지인들 “조용하고 공손한 아이”

“IS 비판 설교에 노려봐” 증언도

테러경보 최고수준 `‘임박’ 격상

경찰은 IS와 연계 증거 못찾아

내부인 테러 반복땐 보안 쉽잖아



한겨레

맨체스터 이슬람 사원에서 찍은 살만 아베디 사진. 출처: 가디언


22일 밤 영국 맨체스터 공연장 자살폭탄테러로 8살 어린이를 포함한 22명을 숨지게 한 범인은 22살의 리비아계 ‘맨체스터 토박이’ 청년이었다. 이 사건으로 영국은 테러경보를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렸지만, 내부인이 저지르는 테러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기는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영국 경찰은 폐회로텔레비전(CCTV) 화면을 분석한 결과, 맨체스터 아레나에서 팝스타 아리아나 그란데의 공연 직후 폭발물을 터뜨린 인물은 대학생인 살만 라마단 아베디로 확인됐다고 23일 밝혔다. 아베디의 부모는 무아마르 카다피의 억압적 통치 때문에 영국으로 망명한 리비아인이지만, 아베디는 1994년 맨체스터에서 태어났고 이곳에서 대학까지 진학한 영국 토박이다. 4남매 중 둘째인 그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팬이었고 대학에서는 경영학을 공부했다. 아버지는 잡역부로 일했다. <시엔엔>(CNN)은 아베디가 수학했던 솔퍼드대에서 그가 2015~2016년 학기에 경영학 수업을 들었고, 다음 학기에도 등록은 했지만 수업에는 출석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시엔엔은 아베디의 아버지가 카다피가 축출된 2011년에 리비아로 돌아갔다고 전했다.

맨체스터는 규모가 큰 이슬람 공동체가 있는 곳이다. 아베디도 가족과 함께 이슬람 사원에 다녔다고 한다. 그의 다른 가족은 이슬람 극단주의자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아베디의 아버지를 잘 아는 지인은 <가디언>에 “아베디의 아버지는 언제나 지하드(성전)에 굉장히 부정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었다. 이슬람국가(IS)는 지하드 조직도 아니며 범죄자들이라고 단언했다”고 말했다.

지인들은 아베디가 어릴 때부터 남들과 잘 어울리지 않았지만 조용하고 공손한 아이였다고 전했다. 다만 최근에는 좀 변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맨체스터의 이슬람 사원에 다니는 모하메드 사이드는 “2015년에 아베디에게 이슬람국가와 테러리즘에 대해 비판적인 설교를 했을 때 그가 나를 증오하는 얼굴을 보였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최근 몇 주 사이 그가 길거리에서 코란 내용을 크게 외치는 것을 봤다는 증언도 있고, 수염을 기르고 이슬람 복식을 한 것을 봤다는 목격담도 나왔다.

이슬람국가가 이번 테러의 배후라고 자처했지만 영국 경찰은 아직 연계의 증거를 찾지 못했다. 아베디가 최근 리비아를 방문했다는 보도도 나오지만, 이슬람국가 쪽과 접촉한 게 아니라 가족을 만나러 갔을 수도 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23일 테러경보를 ‘심각’(severe) 단계에서 최고 수위인 ‘임박’(critical) 단계로 높였다. 경보 상향으로 시내에 군인이 배치돼 주요 시설 등을 방어할 수 있다. 아베디가 단독범인지 연계 조직이 있는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추가 테러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2006년부터 발령되기 시작한 테러경보가 최고 수위까지 올라간 것은 2006년 여객기 폭파 계획이 저지됐을 때와 2007년 런던 나이트클럽 폭파 시도 때 등 2차례뿐이다. 24일 <비비시>(BBC)는 앰버 러드 영국 내무장관을 인터뷰해 984명의 군인이 이미 시내에 배치됐고, 최대 3800명의 군인이 추가로 투입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23일 테러 연루 혐의로 맨체스터 남부에서 23살 청년을 체포했고, 24일 3명을 추가로 체포됐다. 체포된 4명 중 1명은 아베디의 형 이스마일이다.

하지만 ‘내부인’에 의해 ‘자생적’으로 일어나는 테러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워 보인다. 영국은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하는 등 국경을 두껍게 만들고 있지만 극단주의에 경도된 내국인들에 대한 대책이 되지는 못한다. <가디언>은 보안당국이 아베디를 관찰하고는 있었지만 위험인물로 분류하지는 않았다고 보도했다. 지난 3월 영국 의사당 부근에서 차량 돌진 테러를 한 칼리드 마수드 또한 영국 태생이다. 2015년 11월 프랑스 파리에서 130명의 목숨을 빼앗은 북아프리카계 청년들도 프랑스와 벨기에에서 나고 자랐다.

사망자 신원이 속속 공개되는 가운데, 연락이 두절돼 트위터에서 소재를 찾는 글이 공유된 올리비아 캠벨(15)도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현지시각 24일 아침까지 신원이 특정된 10명 중 8살 어린이, 18살 소녀 등을 포함한 3명이 어린이·청소년이고, 4명은 자녀를 데리러 온 부모들이다.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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