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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美 언론인 "신군부, 5·18 왜곡하려 미국에 거짓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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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셔록, ‘1979~80년 미국 정부 기밀문서' 연구 결과 설명회

신군부가 5·18과 무관한 북한과 연결시키려 왜곡 의도 분석

광주 시민들의 자발적 시위 참여를 강제 동원으로 묘사도

중앙일보

미국 언론인 팀 셔록이 24일 광주광역시청에서 ‘1979~80년 미국 정부 기밀문서 연구결과 설명회’를 열고 있다. [사진 광주광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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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18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전두환을 중심으로 한 신군부가 미국 측에 거짓 정보를 흘린 사실이 있다고 미국 언론인이 미국 기밀 문서를 근거로 주장했다. 5·18을 북한 공산주의자들과 연결시켜 미국의 묵인이나 지지를 이끌어내려 한 신군부의 왜곡 시도가 있었다는 것이다.

미국 언론인 팀 셔록(66·사진)은 24일 광주광역시 브리핑룸에서 ‘1979~80년 미국 정부 기밀문서 연구결과 설명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1980년대 뉴욕 일간지 ‘저널 오브 커머스’ 기자로 광주를 찾아 5·18 관련 취재를 했던 셔록은 96년 미국 정부의 5·18 관련 기밀문서를 공개하고, 지난 1월에는 광주시에 59개, 3530쪽 분량의 관련 기밀문서 등을 기증했다.

지난달 10일부터 광주에 머물며 문서 해제 작업을 해온 셔록은 이번 설명회에서 “(당시 보안사령관이었던 전두환 전 대통령 등) 신군부 세력이 한미연합사 미국 쪽 군사정보통에 제공한 정보를 담아 놓은 ‘미국 국방부 정보보고서(80년 5월 27일 작성)’에는 ‘군중들이 쇠파이프·몽둥이를 들고 각 집을 돌며 시위에 동참하지 않으면 집을 불 질러버리겠다고 위협하고 폭도들이 초등학생들까지 동원하기 위해 강제로 차에 태워 길거리로 끌고 나왔다’는 표현이 있다”고 공개했다.

이에 대해 셔록은 “신군부가 5·18 당시 광주 시민들의 자발적 시위 참여에 대해 공산주의자들의 방식으로 강제동원이 이뤄진 것처럼 왜곡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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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37주년 5·18기념식에 참석한팀 셔록이 시민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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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보고서에는 또 ‘폭도들이 전투 경찰에게 무차별 사격, 격앙된 분위기를 가라앉히려는 시민들에게조차 (총을) 쏘아댐, 군중을 향해 쏠 기관총을 설치함, 군중들 교도소 공격, 300명의 좌익수 수감되어 있음, 폭도들이 지하의 공산주의자들에 의해 조종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일었음’ 등 기록이 있었다. 민주화운동인 5·18을 공산주의자들의 ‘폭동’으로 몰아가려는 의도가 담긴 표현이라는 게 셔록의 분석이다.

그동안 5·18 당시 상황에 대해 정확한 정보가 없었던 듯한 입장을 취해온 미국이 실제로는 상황을 매우 자세히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는 게 셔록과 광주시 측의 설명이다.

이에 대한 근거로 셔록은 80년 5월 21일 미국 국방정보국(DIA)이 작성한 ‘광주상황’이란 제목의 문서를 제시했다. 이 문서에는 ‘공수여단은 만약, 절대적으로 필요하거나 그들의 생명이 위태롭다고 여겨지는 상황이면 발포할 수 있는 권한을 승인받았음’이라고 적혀 있다. 미국이 5월 21일 전남도청 앞 집단발포 당일, 발포 명령에 대해 알고 있었음에도 발포를 묵인했음을 보여주는 자료라고 셔록은 주장했다.

이 문서에는 반미 감정에 대한 분석도 담겼다. 셔록은 해당 문서에 ‘반미 분위기가 점증되고 있음. 극단적인 강경 대응으로 반미 감정들이 형성되었고, 광주에서 폭동 진압을 위해 미국이 한국 군대의 작전통제권을 해제함으로써 이런 반미감정이 고조됨’이라는 표현이 있었다고 밝혔다.

광주광역시=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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