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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휠라·헌터, 유니폼 싸움 격화된 빙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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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상연맹, 휠라와 우선협상 중단…비공개 테스트 후 헌터 선정

이상화 "기존 경기복 유지 원해"…휠라, 가처분 신청

평창동계올림픽 8개월 앞두고 법정 타툼까지 예고…선수들 피해 우려

아시아경제

휠라 경기복을 입은 이상화(왼쪽)와 헌터가 경기복을 후원하는 미국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헤더 베르흐스마[사진=김현민 기자, 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평창동계올림픽은 2018년 2월 9일에 시작한다. 남은 기간은 8개월 남짓. 좋은 성적을 기대하고 있는데 메달을 많이 따야 하는 빙상 대표팀이 소란하다. 스피드스케이팅과 쇼트트랙 대표 선수들이 입을 경기복을 둘러싼 다툼이 심하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이 경기복 공급 업체를 '휠라'에서 '헌터'로 바꾼 다음 논란에 불이 붙었다. 업체 사이에 다툼이 있고, 연맹이 끼어 있으며 선수들의 의견도 일치하지 않는다.

빙상연맹은 2012년 10월부터 휠라코리아를 통해 네덜란드 업체 '스포츠 컨펙스'가 제작한 경기복을 후원받았다. 스피드스케이팅과 쇼트트랙 대표팀 선수들은 이 옷을 입고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도 나갔다. 2년씩 두 차례 계약을 하고, 지난해 9월에는 7개월짜리 후원계약을 추가로 했다. 휠라는 평창올림픽에 대비해 연구 개발비 약 50억 원을 들여 스포츠 컨펙스와 공동으로 새 경기복을 준비해 오는 7월 공개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빙상연맹은 지난 3월 15일 휠라와의 우선협상을 중단하고 미즈노, 헌터 등 다른 업체까지 포함해 새 후원사를 고르기로 했다. 연맹 관계자는 "대표 선수들이 지속적으로 휠라에서 공급한 경기복이 불편하다고 했다. (휠라에) 개선을 요청했으나 바뀌지 않았다. 그래서 7개월짜리 단기 후원계약을 했다. 평창올림픽이 얼마 남지 않아 선수들 의견을 간과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빙상연맹은 지난달 17일 이승훈(29·대한항공), 김민석(18·평촌고), 김태윤(23·한국체대), 김보름(24·강원도청) 등 일부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을 추려 헌터와 미즈노 등 새 경기복에 대한 비공개 테스트를 했다. 19일에는 서이라(25·화성시청), 임효준(21·한국체대), 심석희(20·한국체대), 최민정(19·성남시청) 등 쇼트트랙 대표 선수들을 대상으로 추가 실험을 했다. 선수단 투표 결과 여덟 명 중 일곱 명이 헌터 제품을 1순위로 꼽았다. 연맹은 이 결과를 근거로 헌터를 새 경기복 공급업체로 정했다.

그러자 휠라가 지난 17일 반박자료를 냈다. "빙상연맹에서 기준이 모호한 비공개 테스트를 했다. 후원사 선정 과정이 석연치 않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독일우주항공연구소(DLR)와 네덜란드국립우주항공연구소(NLR)가 합작 투자해서 설립한 '독일·네덜란드 윈드터널(DNW)'에서 휠라 유니폼과 헌터 유니폼을 대상으로 실시한 풍동실험 결과 휠라 제품이 공기저항도 낮고 유니폼도 가벼운 것으로 나타났다"는 실험결과도 제시했다.

휠라는 "소치올림픽 때 공급한 휠라 유니폼과 2016~2017 시즌 헌터 유니폼을 비교했을 때 휠라의 경기복 무게가 300g으로 헌터 제품(335g)보다 35g 가볍고, 공기저항도 10% 이상 낮게 나왔다"고 주장했다. 데이터 분석을 맡은 안주은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의 평가를 토대로 "단거리 종목에서 최소 1초 이상 기록이 저하될 수 있는 실험 수치"라고 해석했다. 이상화(28·스포츠토토)가 언론 인터뷰에서 "기존 경기복을 입고 좋은 성적도 냈다. 익숙한 옷을 유지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면서 논쟁은 더 격렬해졌다.

휠라코리아는 22일 보도자료를 내고 "빙상연맹을 상대로 국가대표 경기복 후원사 선정 과정에서 공공성과 공정성을 침해받았다고 판단해 지난 18일 법원에 공모절차 진행정지를 위한 가처분 신청서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휠라코리아는 빙상연맹이 대한체육회 회원사로서 후원사 공모절차 중 지켜져야 할 공공성과 공정성을 위반했고, 합리적 근거 없이 후원사 자격을 제한했으며 촉박한 제안서 제출 기한과 부당한 조건을 더해 입찰 기회를 박탈했다는 내용을 가처분 신청의 근거로 내세웠다.

헌터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국내 유통권리를 가진 ㈜브라보앤뉴를 통해 "휠라가 공기저항계수와 무게 등 일부 요소만 공개해 편향되고 극단적인 정보가 선수들과 팬들에게 사실처럼 전파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무조건 가볍고 공기저항이 낮은 제품이 최상이라고 할 수는 없다. 우리 제품을 비하하는 악의적인 행위는 스포츠맨십에도 어긋나는 만큼 법적 대응까지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빙상연맹은 선수들 의견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경기복을 바꾸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연맹 관계자는 "평창올림픽에서 개인전과 단체전에 모두 나갈 쇼트트랙 선수들이 실험에 참가했다.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작은 요소도 차단하기 위해 비공개로 실험했다.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도 국제대회에서 꾸준히 성적을 내는 선수들이다. 메달이 유력한 선수들의 평가가 제일 중요하지 않느냐"고 했다. 이상화도 원래 명단에 있었으나 개인 일정 때문에 실험에 불참했다고 한다.

빙상계 한 관계자는 "연맹이 올림픽을 앞두고 경기력 외에 다른 목적으로 후원사를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다. 성적이 좋지 않다면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올 일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빙상인들은 대체로 휠라가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후원계약에서 밀려나 감정이 상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이들은 "(분쟁이 계속되면) 결국 선수들이 가장 피해를 본다"며 원만한 결론을 희망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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