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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디테일추적>"문 대통령 만나고 싶다"는 저커버그에… "韓 접속 제한부터 해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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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페이스북 제공


페이스북 CEO인 마크 저커버그가 이메일로 청와대에 문재인 대통령 취임 축하 인사를 전하면서 “조속한 시일 내에 대통령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갖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페이스북 코리아를 방문해 페이스북 라이브 인터뷰를 진행한 것에 감사 드린다”며 이처럼 전했다.

글로벌 기업의 CEO가 국가 원수에게 이메일로 ‘만나고 싶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니다. 그러다보니 네티즌들은 “역시 저커버그가 가장 훌륭한 대통령을 알아보는 것”이라고 추켜세우거나 “다른 나라 정상회담도 아직 못했는데 주제넘은 행동 아니냐”고 비판하는 등 갑론을박을 벌였다.

그 와중에 최근 페이스북이 SK브로드밴드와 LG 유플러스 등 한국 통신업체들에게 자체 부담으로 페이스북 접속을 위한 인터넷 전용망(網)을 확충하라고 요구해 ‘갑질’ 논란이 일면서 그의 행보에 부정적 눈길을 보내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디지털 리더로서 이미 국가 원수급 예우를 받고 있는 저커버그지만 “우리 대통령을 만나기 전에 페이스북의 국내 통신사 접속차단부터 해결하라”는 주장이 나온다.

트럼프에는 날 세우고 아시아에 손 내미는 저커버그

저커버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아직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만나겠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적도 없다. 여러 차례 전화로 이야기를 나눴을 뿐이고, 아직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너희 대통령부터 만나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때문이다.

그는 대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수차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의 멕시코 국경 장벽 설치 주장에 대해선 “장벽을 세우기보단 다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비판하고, 난민 입국심사 강화 행정명령에 대해선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이민 관련 행정명령의 영향에 대해 우려한다”며 “난민 등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문을 열어줘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한·중·일 등 아시아권 국가들에 대해선 수년째 직접 방문해 총리, 대통령 등 국가 고위지도자들을 만나며 공을 들이고 있다. 2014년엔 인도, 인도네시아, 한국, 일본, 중국을 잇따라 방문하는 ‘아시아 5개국 순회’를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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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청와대를 찾아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난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뉴시스


한국에는 지난 2013년 처음 방문했다. 당시 청와대를 찾은 저커버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나 “박 대통령의 창조경제 전략과 정책, 노력에 공감한다”며 “한국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2014년엔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을 직접 만났고, 2015년엔 “박근혜 대통령과 ‘나눔과 기부정신’에 대한 메일을 주고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저커버그는 중국에도 수년간 적극적인 구애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2009년부터 중국에서 차단된 페이스북을 되살리기 위해서다. 그는 지난 2015년엔 중국을 찾아 시진핑 주석과 1분여간 중국어로 이야기를 나눴다. 주커버그는 그자리에서 “곧 태어날 딸의 중국어 이름을 지어달라”고 요청했다가 “책임이 너무 크다”며 거절당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 만나고 싶다”는 저커버그… ‘통신사 전용망’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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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은 국내 통신업체들에 인터넷 전용망을 확충해달라고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해당 통신업체 가입자들이 페이스북의 한국 내 서버에 접속하지 못하도록 차단해 갑질 논란을 빚고 있다./블룸버그


아시아 각국 정상들을 만나 구애의 손길을 내민 저커버그지만 국내 네티즌들이 유독 주커버그의 최근 발언에 따가운 눈총을 보내는 이유는 최근 벌어진 ‘통신망 비용 갑질’ 논란 때문이다.

지난해 말부터 SK텔레콤·SK 브로드밴드 초고속 인터넷을 이용하는 사람들과 LG유플러스 가입자들 사이에서 “페이스북 접속 시 서비스가 끊긴다”거나 “페이지가 뜨는 데만 5분 이상 걸린다”는 불만이 속출했다.

페이스북이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등 국내 통신업체들에 자체 부담으로 각사 데이터센터에 페이스북 접속을 위한 인터넷 전용망(網)을 확충할 것을 요구했고, 이를 거절한 업체 가입자들이 페이스북의 한국 내 서버(대형 컴퓨터)에 접속하지 못하도록 차단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페이스북 이용자는 약 1800만명이고, 이 중 절반 정도가 국내 서버 접속을 차단당해 홍콩 등 해외 서버를 통해 페이스북에 접속하고 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페이스북이 지난 2월부터 LG유플러스 가입자들의 국내 페이스북 서버 접속을 막았고 조만간 초고속인터넷 이용자의 접속도 막겠다고 통보해왔다”고 했다.

통신사측은 “영상 서비스 확산으로 데이터 비용이 들기 때문에 속도 유지를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에 페이스북측은 “과거 통신 3사가 유튜브 등 다른 기업에 무료로 전용 서버를 제공한 전례가 있다”며 맞서고 있다.

페이스북측의 주장대로 국내 통신사는 유튜브에는 공짜로 국내 망을 제공하면서도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기업들에겐 매년 수백억원에 달하는 서버 비용을 받고 있다. 만일 페이스북에 무료로 서버를 제공할 경우, 국내 콘텐츠 기업들만 캐시 서버 사용료를 부담하는 역차별이 발생한다.

이는 꾸준히 논란이 되고 있는 ‘망 중립성 원칙’등 복잡한 문제들이 얽혀있어 단시간에 해결이 어렵다. 다만 저커버그가 원하는 대로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만나게 된다면 한국 네티즌들에게 이 논란이 다시 불거지는 것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손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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