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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디테일추적>AI, 이제 새 타깃은 '스타크래프트'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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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에 이어 커제(柯潔)도 무너졌다. 지난 23일 중국 저장성 우전 국제인터넷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바둑의 미래 서밋’에서 구글 딥마인드에서 개발한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가 세계 바둑랭킹 1위 커제 9단을 상대로 289수 만에 백 1집 반 승을 거뒀다.

세 판 중 한판을 두고 호들갑 떨 일이냐 싶을 수도 있겠지만, 이미 녜웨이핑이나 구리 등 전설적인 바둑 기사들부터 커제에게 승산이 없다 보고 있다. 당사자인 커제 또한 알파고와 대국 후 인터뷰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알파고는 약점이 없었다”며 “작년의 알파고가 사람에 가까웠다면, 지금의 알파고는 점점 더 바둑의 신(上帝)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인류 아날로그 놀이 중 가장 지성적인 게임이라는 바둑이 인공지능(AI) 손에 평정된 셈이지만, 구글 딥마인드의 야망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들이 다음 도전 대상으로 점찍은 분야는 디지털 게임 ‘스타크래프트(이하 스타)’다. 블리자드는 지난해 11월 인공지능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스타크래프트 2(이하 스타 2)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를 구글 딥마인드에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글 딥마인드가 육성 중인 AI는 이 자료를 활용해 스타 2 게임 패턴과 전략 등을 흡수하게 된다.
블리자드는 구글에 게임 자료뿐 아니라 스타 2 게임 리플레이 영상도 넘길 예정이다. AI가 이 영상을 분석하면, 녹화된 경기에서 실제 사용된 전략을 배울 수 있다 한다. 알파고가 기보(棋譜)를 분석해 바둑 기술을 단련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구글이 공정한 스타 2 대결을 위해 ‘로봇 팔’을 훈련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구글 머신러닝 연구팀을 이끄는 제프 딘은 지난해 3월 “현 시점에서 인공지능을 스타에 직접 접목할 경우 인간이 이기기는 매우 어려운데, 이는 컴퓨터가 인간보다 훨씬 많은 일을 동시에 소화하기 때문”이라며 “구글은 로봇 팔이라는 사람 팔 형태의 로봇을 만들어 훈련 중”이라고 밝혔다. 순다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도 같은 해 5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쇼라인 엠피시어터에서 “구글은 머신러닝과 딥러닝을 활용해 로봇팔을 학습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굳이 로봇 팔을 쓰는 이유는 ‘컨트롤’ 유·불리 때문이다. 한 차례씩 공평히 돌 놓을 기회를 주고받는 턴제 게임인 바둑과는 달리, 스타는 컨트롤 면에서 인간이 훨씬 불리하다. 인간은 아무리 마우스를 빠르게 휘둘러도 서로 다른 두 지점을 한 번에 클릭하는 게 불가능하다. 하지만 컴퓨터는 내부 데이터 처리로 수십 군데를 동시에 클릭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인간 프로게이머 분당 명령 횟수(APM)가 대개 300대 안팎인 반면, AI는 그 60~70배인 2만대에 달한다. 하지만 구글 딥마인드는 이와 같은 유리함을 버리고, 지성(知性)에 기반을 둔 전략과 전술만으로 인간을 상대하려 드는 것이다. 상당한 패기와 자신감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블리자드 개발총괄 크리스 시거티는 가장 적합한 테스트 플레이어로 한국인 프로게이머 박령우를 지목했다. 스타 2 저그 플레이어로, 현시대 최고 레벨 스타 2 프로게이머 중 한 명이다. 알파고 첫 인간 대전 상대가 유럽 바둑 챔피언 판 후이 2단이었던 것처럼, 스타 2를 배운 구글 딥마인드 AI 역시 초장부터 인간계 중에서도 강자로 꼽히는 인물과 맞붙을 가능성이 크겠다.

[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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