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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여행만리]신록 품은 綠水에 넋 잃고…천년 장수목엔 가슴 찡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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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영동-이른 여름맞이 영동 三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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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에는 양산팔경, 한천팔경으로 불리는 명소들이 여럿이지만 12.8km에 이르는 '물한계곡'은 유리알처럼 맑은 물로 이름났다. 신록으로 물든 숲속 계곡은 힘찬 물줄기를 토해내며 다가오는 여름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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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 세월을 품은 영국사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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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호리 송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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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머무는 봉우리로 불리는 월유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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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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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한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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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변에 우뚝 자리한 강선대는 양산팔경 절경중 으뜸으로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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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야사 요사채 뒤 돌무더기가 무너져 호랑이 형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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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의 풍경은 봄을 지나 여름으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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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용준 여행전문기자]봄이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계절은 어느새 여름으로 향해 가고 있습니다. 신록으로 물든 숲속 계곡은 힘찬 물줄기를 토해내며 가는 봄을 아쉬워합니다. 백두대간이 지나는 충북 영동에도 봄기운은 찾아 볼 수가 없습니다. 민주지산, 황학산 너른 산자락을 감싸고 돌아가는 금강에도 초여름의 기운이 듬뿍 묻어납니다. 그 길을 따라 양산팔경이 그림처럼 절경을 만들고 12km가 넘는 '물한계곡'은 맑고 시원합니다. 그뿐인가요. 천년 세월을 품은 영국사 은행나무(천연기념물 제223호)가 만들어주는 짙은 그늘은 싱그럽습니다. 나라에 변고가 있을 때 마다 소리 내어 우는 충심 가득한 나무로 유명합니다. 한천팔경 월유봉(月留峰)은 달이 머무는 봉우리입니다. 보름달이 둥실 떠오르면 야행(夜行)지로 그만입니다. 한천을 따라 절집 반야사와 문수암도 정겨운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영동은 과일나라라고 불릴 정도로 과일 맛이 좋습니다. 그 중 당도가 높은 포도는 와인으로 만들어져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악성(樂聖) 박연의 흔적이 남아 있는 국악의 고장이기도 합니다. 이른 여름맞이 여정은 영동입니다.

한 낮 기온이 29도를 기록했다. 영동으로 가는 길, 봄은 완전히 사라졌다. 구비 구비 도마령을 넘어 전망대에 서자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영동 최고봉 민주지산과 석기봉 사이에서 발원한 '물한계곡'으로 간다. 영동군 상촌면 물한리를 지나 상도대리까지 12.8㎞에 이르는 긴 계곡이다. 상류부터 하류까지 유리알처럼 맑은 물이 흐르며 여름 피서지로 유명하다.

물한계곡은 청량함을 즐길 수 있는 휴식처를 제공하지만 계곡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면 밀림같이 우거진 숲속에서 신록을 만끽할 수 있다. 황룡사 입구에서 잣나무 숲까지 왕복 3.4㎞. 계곡 물소리 들으며 시원한 숲길을 걸어 보는 것도 좋다. 삼도봉, 석기봉, 민주지산으로 향하는 등산로인 이 길은 평지와 같은 완만한 오름길이라 남녀노소 누구나 오갈 수 있다.

계곡을 나와 천태산 동쪽 기슭에 자리한 영국사(寧國寺)를 찾았다. 신라 30대 문무왕 8년 527년에 원각국사가 창건했다. 초기 만월사(滿月寺)로 불리다 공민왕이 국태민안(國泰民安)을 빌어 국난을 극복하고 나라가 평온을 되찾았다고 해서 영국사로 바꿨다.

절집에는 보물 다섯 개와 천연기념물 한 개가 있다. 이 중 가장 시선을 끄는 것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은행나무다. 1000년이 넘었어도 여전히 노익장을 자랑하고 있는 은행나무는 높이 31.4m, 가슴높이 둘레 11.54m의 거목이다. 어른 서넛이 손을 잡고 둘러서야 제대로 나무를 안을 만큼 크다. 서쪽으로 뻗은 가지 가운데 한 개는 땅에 닿아 뿌리를 내리고 또 다른 은행나무로 자라고 있는 신기한 광경도 볼거리다. 특히 나라에 큰 변고가 있을 때마다 소리를 내어 운다고 알려져 있어 찾는 사람이 많다.

영동은 산수가 어우러짐이 가장 아름다운 곳을 양산팔경(陽山八景)이라 이름 붙였는데 영국사가 제1경이다. 절집을 나와 금강을 따라 가면 양산팔경이 차례차례 이어진다. 먼저 강선대(降仙臺)다. 강물에 비친 낙락장송과 석대의 풍경에 감탄한 선녀가 하늘에서 내려와 목욕을 했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금강을 사이에 두고 강선대와 마주하며 그와 버금가는 절경을 만들어내는 여의정도 있다. 조선시대 때 연안부사를 지낸 박응종이 낙향해 강 언덕에 정자를 지었다. 여의정을 감싼 송호리 송림은 그가 손수 뿌린 소나무 종자가 자란 것이다. 100년 묵은 송림이 1200여 그루가 자라고 있다. 소나무 그늘아래 누워 금강에서 불어오는 강바람을 맞으면 일찍 찾아온 더위는 절로 씻겨나간다.

황간면 원촌리 월류봉(月留峰)은 영동에서 가장 유명하다. 민주지산에서 내달린 산자락이 원촌리에서 한천과 만나 불끈 솟아 오른 봉우리다. '명품'이라 불러도 좋을 멋들어진 봉우리들이 어깨를 맞닿은 채 능선을 이루고 있다. 이를 한천팔경이라 부른다.

월류봉은 말 그대로 '달이 머무는 봉우리'다. 월류봉을 타고 오른 달이 서편으로 그냥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월류봉 주위에 시립해 있는 사군봉 능선을 따라 흐르듯 사라진다. 휘영청 밝은 보름달이라도 뜨는 날에는 달이 봉우리에 머무르는 장관을 볼 수 있다.

월류봉 앞에 서면 독특한 느낌이다. 보통 명승지의 풍광은 평면적으로 느껴지게 마련인데, 월류봉은 다르다. 마치 시선을 바꿀 때마다 다른 그림이 떠오르는 입체사진처럼 풍경이 입체적으로 느껴진다.

한천과 월류봉이 몸을 섞는 끝자락에는 화룡점정처럼 날아갈 듯 날렵한 정자가 세워져 있다. 비교적 수심이 얕은 곳을 건너 정자에 올라본다. 깎아지른 기암절벽과 맑은 물빛이 한데 어우러진 풍광에 눈이 절로 시원하다. 월류봉 정상에서는 한반도를 빼닮은 원촌리 마을을 볼 수 있다.

인근 반야사도 가보자. 일주문을 지나 물소리를 따라 터벅터벅 걷다보면 반야사가 그림처럼 앉아있다. 720년 창건한 반야사는 복을 비는 절집이라기보다는 '지혜를 구하는 절집'이다. 이름인 '반야(般若)'는 불가에서 '만물의 참다운 실상을 꿰뚫는 지혜'를 말한다.

반야사에는 보물로 지정된 삼층석탑도 있지만 더 와 닿는 건 요사채 뒤편에 흘러내린 돌무더기다. 백화산에서 내려온 돌무더기가 기묘하게도 호랑이 형상을 하고 있다. 호랑이의 머리며 다리, 치켜 올려진 꼬리까지 막 도약하려는 힘찬 호랑이를 닮았다.

극락전 앞의 배롱나무 두 그루도 눈길을 끈다. 500년은 족히 됐다는 배롱나무는 조선 건국 당시 무학대사가 주장자를 꽂아놓은 것이 두 쪽이 나면서 자랐다고 한다. 백일홍이 피는 7~8월이 되면 경내가 분홍빛으로 화사하게 물든다.

영동=글 사진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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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메모
▲가는길=
영국사나 양산팔경은 경부고속도로 영동IC를 나오는 게 편하다. 월유봉은 황간IC를 나와 황간역에서 901번 지방도를 타고 가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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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영동은 과일나라로 불린다. 가장 유명한 게 포도다. 전국 생산량의 12.7%, 충북 생산량의 76%를 차지한다. 향기를 만날 수 있는 곳이 와인코리아다. 국내 최대 와인생산 공장으로 영동 농민이 직접 재배한 포도를 엄선해 와인을 만든다. 다양한 체험도 할 수 있다. 달콤하면서 쌉싸름한 샤토마니는 불고기 등 한식과도 잘 어울린다. 와인 향 그윽한 대형 족욕 시설에 앉아 발을 담그면 여행의 피로가 풀린다.

영동에는 '올뱅이(다슬기)국밥'을 내는 식당이 많다. 영동시장 부근에 있는 40년 전통의 뒷골식당은 금강에서 잡은 다슬기를 어린배춧잎과 함께 시원하게 끓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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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거리=아이들과 함께라면 난계국악박물관과 영동국악체험촌을 추천한다. 매주 토요일 오후 3시에 난계국악단의 무료 공연이 열린다. 사물놀이, 거문고, 난타 체험 등 국악기를 배우고 연주할 수 있는 체험실도 있다. 기네스북에 등재된 세계에서 가장 큰 북 '천고(天鼓)'를 두드려보는 것도 잊지 말자.

또 노근리는 6ㆍ25전쟁 당시 미군이 250여명의 양민을 학살한 현장이다. 콘크리트 교각에 아직도 총탄 자국이 생생하다. 박연도 자주 찾았다는 옥계폭포는 높이 30m쯤 되는 아름다운 폭포다. 양쪽으로 활짝 펼쳐진 거대한 암벽 한가운데에 수직 폭포가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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