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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인도지원으로 남북관계 시동…북핵 고려해 '속도 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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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엔 '단호'·교류는 '복원'…'투트랙' 전략

개성공단·금강산관광은 북핵 진전따라 추진…6·15 공동행사도 신중 기류

연합뉴스

고요한 개성공단
(파주=연합뉴스) 임병식 기자 = 15일 경기도 파주시 도라전망대에서 개성공단 일대가 보이고 있다. 북한은 '햇볕정책 계승'을 내건 문재인 정부 출범에도 지난 14일 미사일을 발사해 개성공단 재개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2017.5.15 andphotodo@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 문재인 정부는 민간단체의 대북 인도지원사업을 시작으로 완전히 단절된 남북관계 복원의 시동은 걸지만, 엄중한 북핵 상황을 고려해 관계 진전의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방침이다.

새 정부는 북핵 문제 등 안보에는 단호하게 대응하지만,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라도 단절된 남북관계의 회복에 나선다는 이른바 '투트랙' 전략을 펴고 있다. 대화와 압박을 병행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정책 기조에 따른 것이다.

특히 정부는 미국 등 주변국과의 협의를 거쳐 국제사회의 제재 기조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남북교류를 제한적으로 추진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북한의 거듭된 도발로 나빠질 대로 나빠진 국내외 대북 여론을 거스르지 않겠다는 신중함이 강하게 묻어난다.

통일부는 이르면 23일 대북 인도지원단체인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신청한 대북접촉을 승인할 예정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인도지원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것인데 지속적으로 할 필요가 있고 북한 주민의 사회권 증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면서 대북접촉이 곧 승인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덕행 통일부 대변인이 전날 "민간교류 등 남북관계 주요 사안들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틀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유연하게 검토해 나갈 생각"이라고 밝힌 것의 연장선상이다. 대북 인도적 지원은 유엔 제재와 관계없이 이미 세계 각국에서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다.

민간교류가 시작되면 지난해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과 2월 장거리미사일 발사 이후 개성공단마저 문을 닫으며 완전히 단절된 남북관계의 물꼬가 트이는 셈이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외에도 현재 대북지원 단체 몇 곳의 대북접촉 신청이 들어와 있는데, 통일부는 이들 단체에 대해서도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접촉을 승인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대북 인도지원을 시작으로 차차 교류의 폭을 넓히는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간 차원의 사회·문화·스포츠 교류도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 6·15 남북정상선언 17주년 행사가 어떤 방식으로 열릴지 관심이다.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는 북측과 6·15 남북 공동행사를 평양이나 개성에서 열기로 합의했다며, 정부에 곧 접촉 신청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과거 노무현 정부 때는 6·15정상선언을 계기로 민간 주도로 남북을 오가며 기념행사가 열렸으며, 통일부 장관이 참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출범 첫해인 2008년을 마지막으로 남북 공동행사는 열리지 않았다.

정부 안팎에서는 북핵문제가 여전히 엄중한 상황에서 대규모 남북 6·15공동행사는 시기상조라는 신중론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칫 국내외에서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논란만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또 군 통신망과 적십자 채널 등 단절된 남북 간 대화채널을 복구하는 한편 당국 간 회담 개최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정부는 본격적인 남북교류는 북핵 문제의 진전 상황에 맞춘다는 기조를 분명히 하고 있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남북교류와 관련, "주변국들이 오해하지 않도록 우리가 협의도 좀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한 것도, 미국 등이 공감할 수 있는 선에서 신중하게 남북관계 진전을 도모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일각에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사업의 재개에 대한 발언이 나오자 통일부가 적극 진화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에 대한 발언들이 정부 일각에서 나오는 데 대해 "오해를 해서 그러는데 대부분 장기적으로 (추진)한다는 것"이라며 "북핵 해결에 맞춰서 한다는 단서가 달려있다"고 말했다.

정의용 실장이 전날 두 사업과 관련, "국제사회 (제재) 공조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모색하겠다"고 말한 것이 두 사업의 재개를 염두에 두고 한 발언 아니냐는 일각의 분석에 선을 그은 것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또 "우선 과제는 북핵과 미사일 문제 해결"이며 이에 대한 정부 의지는 확고하다고 강조했다. 북한과의 교류 확대도 어디까지나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제재 분위기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하겠다는 것이다.

한편, 남북관계 회복을 위한 우리 정부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북한이 이에 호응할 지도 미지수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9일 남북관계에서 대화와 대결은 양립할 수 없다며 문재인 정부의 대화·압박 병행 기조를 비판했다.

transi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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