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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투자노트] 유가상승에 기대 걸고 있는 투자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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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가 오를 조짐을 보이면서 시크리컬(정유·화학·건설 등 경기민감주) 업종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6월 인도분은 전거래일보다 0.40달러(0.8%) 오른 배럴당 50.7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4거래일 연속 상승세다. 런던 석유거래소(ICE)에서 거래된 브렌트유 6월 인도분도 전날보다 0.20달러(0.37%) 오른 배럴당 53.81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조선비즈

블룸버그 제공



주요 산유국들의 적극적인 감산 연장 의지가 유가 상승의 배경이 되고 있다. 지난 15일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원유 감산 계획을 내년 3월까지 9개월간 연장하기로 합의한 데 이어 22일 이라크도 여기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과잉 생산에 대한 우려가 줄어들자 유가는 즉각 반응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13개 회원국과 11개 비회원 산유국은 올해 1월부터 하루 180만 배럴씩 감산을 시행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석유 재고량은 올해 1분기말 기준 30억4500만 배럴로 지난 5년 평균보다 3000만 배럴 초과한 상태다. 넘치는 재고에 유가가 50달러 아래로 떨어지자 위기감을 느낀 산유국들이 공동대응에 나선 것이다.

산유국들의 적극적인 감산 의지를 감안하면 시크리컬 종목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당분간 유지해도 될 듯하다. 이미 이런 분위기를 반영이라도 하듯 22일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롯데정밀화학(004000), 한화케미칼(009830), 대한유화(006650), 금호석유(011780)화학 등 화학주들이 일제히 강세를 나타냈다.

일반적으로 유가가 올라 산유국들의 경기가 살아나면 한국의 조선·철강·건설 회사들도 수출·수주 실적이 개선된다. 또 유가 상승은 원자재 투자심리에 영향을 끼쳐 정유·화학 업체에 호재로 작용하기도 한다. 새로운 투자처를 찾고 있는 투자자라면 앞으로 시크리컬 종목에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겠다.

다만 투자자가 반드시 살펴봐야 하는 것이 있다. 미국의 움직임이다. 미국은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에 동참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이를 셰일오일 증산의 기회로 삼고 있다. 실제로 미국 에너지정보청은 최근 자국의 2017~2018년 원유 생산량을 지금보다 더 늘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또 미국 원유정보업체 베이커휴에 따르면 미국내 셰일오일 채굴장비 수는 18주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주요 산유국 중 한 곳인 미국이 이처럼 감산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한다면 현재의 유가 상승 흐름은 금세 힘을 잃고 꺾일 수밖에 없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9월 OPEC의 감산 합의가 이뤄질 때만 해도 미국의 산유량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반대로 급증했다”며 “국제적인 감산 합의로 유가가 50달러를 회복하는 건 문제 없겠지만, 60달러 돌파의 열쇠는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쥐고 있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전준범 기자(bbeo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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