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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알파고와 겨루는 커제는 누구…태교로 바둑 배운 '특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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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강자 인정…인간 자존심 세울지 주목

(우전<중국 저장성>=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알파고와 또다시 세기의 대결에 나서는 커제(柯潔) 9단은 현재 세계 바둑의 최강자로 인정받고 있는 신예 바둑기사다.

중국 바둑랭킹에서 현재 20개월째 1위를 달리고 있다. 바둑에 공인된 세계 랭킹은 없지만 세계랭킹 1위로 널리 인정받는다.

지난해 3월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첫 대국이 끝난 뒤 "절망적인 완패"라며 자신만은 승리할 수 있다고 장담했던 그는 최근에는 알파고 기량의 급성장에 자신감이 한결 줄어든 모양새다.

그는 이번 대국을 앞두고 언론인터뷰에서 "어려운 승부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알파고가 신선이 두는 수의 경지에 올라있다. 나 역시 알파고의 앞서나가는 수를 배우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대국이 치러지는 중국 저장(浙江)성의 리수이(麗水) 출신인 커제 9단은 1997년생으로 바둑을 즐겼던 부모의 뜻에 따라 자연스럽게 바둑을 배웠다. 1983년 생인 이세돌 9단보다 14세나 어리다.

수리(水理) 엔지니어였던 부친 커궈판(柯國凡)은 시간이 날 때마다 바둑판을 끼고사는 3단 수준의 바둑 애호가였고 모친 역시 지역 바둑대회에 참가해 6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부친이 마을 회관에 열었던 기원에는 커제를 임신한 상태였던 모친도 항상 찾아와 바둑을 뒀다. 바둑이 태교였던 셈이다.

어려서 기재를 보이자 6세 때인 2003년 저우쭝창(周宗强) 5단에게서 본격적으로 바둑을 배우기 시작했다.

2007년 전국 소년 바둑대회 16세 이하 부문에 이어 2008년 세계청소년바둑대회 소년부에서 우승한 것과 함께 프로에 입단하면서 중국 바둑계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착실히 성장한 커제 9단은 2012년 잉창치(應昌期)배 세계청소년바둑대회 청년부에서 우승하는 등 수 년 만에 각종 메이저대회를 휩쓸었다. 입단한지 7년만인 2015년에 세계대회인 바이링배 세계바둑오픈 결승에서 추쥔 9단을 3대 2로 격파하며 첫 세계대회 우승과 함께 9단을 달았다.

그는 세계 메이저대회 3관왕(삼성화재배, 바이링배, 몽백합배)에 오른 최연소 기사다. 삼성화재배는 이미 두 번이나 제패했다. 하세(賀世)배 한중일 바둑쟁탈전에서도 우승하며 세계 최강자라는 칭호를 달게 됐다.

연합뉴스

작년 10월 삼성화재배 이세돌 9단과 대국을 펼치는 커제 9단[연합뉴스 자료사진]



기풍은 변화가 뛰어나면서도 기회가 생기면 집요하게 파고드는 스타일로 평가된다. 그래서 별명도 '특무', '매복'이다. 구글은 커 9단이 날카로운 분석력과 흔들림 없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과감한 수를 둘 때와 신중한 수를 둘 때를 아는 세심하고 탁월한 감을 가진 바둑기사로 평가했다.

이세돌 9단과는 천적 관계다. 9승 3패의 우세를 차지하고 있다. 작년 이 9단과 알파고의 대결에 "(이 9단이) 인류 바둑기사의 대표 자격이 없다"고 독설을 날리며 "알파고가 나를 꺾을 순 없을 것"이라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 등장한 알파고가 인간의 기보를 참조하지 않고 스스로 학습한 업그레이드판으로 기량이 일취월장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커 9단은 위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초 알파고가 '마스터'라는 아이디로 프로기사들과 대결을 벌여 60전 전승을 기록할 당시 커 9단도 알파고와 3차례 대국을 벌여 3전패한 바 있다. 커 9단은 "과거 알파고의 수는 인간의 것이었으나 지금은 신선의 경지에 올라있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있다.

jo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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