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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교황, 엘살바도르 첫 추기경에 시골신부 파격 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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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엘살바도르 내전 당시 피살된 로메로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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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메로 주교 피살 30주년의 항의시위대


【산살바도르(엘살바도르) = AP/뉴시스】차미례 기자 = 엘살바도르 시골에서 교구 신부로 일해온 부주교급의 그레고리오 로사 챠베스 신부는 20일(현지시간) 혼자서 일요일 미사를 준비하던 중 친구의 전화로 프란치스코 교황이 자신을 새 추기경으로 지명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로사 차베스는 한번도 교회 권력이나 지위를 마음에 둔 적이 없었고 사실은 은퇴를 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이 발표에 큰 충격을 받았다. 그는 소식을 듣고 머리가 어지럽고 겁이나고 어떻게 해야좋을지 몰랐다고 언론에 털어놓았다.

로사 차베스는 1980년 엘살바도르 내전 당시 우익 처형대에 의해 살해되어 2015년 순교자로 시복된 오스카 로메로 주교의 가까운 측근이었다. 1977년 로메로가 주교로 임명되었을 때에는 홍보담당 신부였고 내전 동안 어려운 고비를 넘기며 함께 일했다. 그처럼 빈민들을 위해 평생 봉사하는 것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래전부터 강조해 온 미덕이다.

로사 차베스는 이번 추기경 임명을 로메로가 남겨준 '선물'이라며 감사를 표했다. 이제 그는 엘살바도르 추기경으로 오는 6월 28일 바티칸에서 열리는 교황선출 의식에 참가하게 된다.,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엘살바도르를 장악하고 있는 조직폭력단의 만행에 대해 가톨릭교회가 공식적으로 확실한 역할을 해오도록 교황에게 조언하기도 했다. 그는 이 문제는 적절한 환경 아래에서 정부와 길거리 폭력단 간의 대화로 해결해야한다고 주장해왔지만, 아직까지도 가톨릭 교회가 공식적인 역할은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늘 웃는 얼굴로 서민들의 신부님이라는 평판이 높은 로사 차베스가 엘살바도르 초대 추기경으로 선임된 데 대해서 교구민들은 "평생 부주교로 봉사해온 신부님이 드디어 큰 상을 받은 것" 이라며 기뻐했다. 일요미사가 끝난 뒤 사람들은 "신부님은 로메로 주교님처럼 겸손하고 사랑에 넘치는 진정한 하느님의 사도"라고 말했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인 로사 차베스는 성직자를 꿈꾼 적이 없지만 14세 때 아버지가 자신의 친구를 시켜 신학교에 집어넣었다. 로메로 주교 등 6명이 1989년 처형되고 그의 후임자마저 1994년에 사망한 후 많은 국민은 로사 차베스가 주교직을 이어받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로사 차베스는 내전 당시 정부의 폭력을 고발하고 공개적으로 사제들의 처형자 이름을 밝히는 등 반정부활동으로 "빨갱이 신부"란 이름을 얻었으며 늘 살해위협에 시달려왔다.

로사 차베스는 아직도 뉴스와 홍보에 열정을 가지고 있다. 그는 매일 바티칸 라디오를 들으며 하루를 시작하고 엘살바도르와 전세계의 뉴스를 모두 읽고 들은 후에야 잠자리에 든다고 말했다.

cmr@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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