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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고생하는 부모님 더는 못 보겠어요" 한국 오는 장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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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랭킹 10위 승승장구 중… LPGA 포기하고 국내무대 복귀]

- "환갑 넘은 부모님, 나 때문에…"

늦둥이 외동딸 뒷바라지위해 아버지는 美서 운전하며 지원

한국 남은 어머니는 외로움 호소

작년 3월 '전인지 부상 사건'도 적지않은 영향 끼친 듯

'장타 소녀'로 통하던 어린 시절부터 장하나(25)의 목표는 "세계 최고의 여자 골퍼가 되겠다"는 것이었다. 2013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3관왕에 오른 장하나는 2015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 진출해 2년 5개월 동안 4승을 거두었다. 올 시즌 LPGA투어 상금 랭킹 9위(35만9203달러)를 달리고 있다. 세계 랭킹은 10위. 누가 보더라도 성공 시대를 열어가는 듯하던 장하나가 "더 이상 경쟁만을 위해 살아가는 미국 생활이 행복하지 않다"며 국내 복귀를 선언했다.

장하나의 매니지먼트사인 스포티즌은 22일 "장하나가 LPGA투어 카드를 반납하고 오는 6월부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뛰기로 했다"고 밝혔다. 장하나는 다음 달 2일과 9일 제주에서 열리는 롯데 칸타타 여자오픈과 S-OIL챔피언십을 통해 국내 팬들에게 복귀 인사를 할 예정이다.

조선일보

LPGA(미 여자프로골프)에서 활약하던 장하나가 22일 돌연 국내 복귀를 선언했다. 힘들고 외로운 타지살이가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달 KLPGA(한국 여자프로골프) 투어에 참가했던 장하나는 당시“미국에서 선수 생활은 너무 여유가 없어 가족과 함께할 시간이 부족하다. 한국이 그립다”고 말한 적이 있다.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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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나는 왜 이런 뜻밖의 결정을 하게 됐을까? 지난달 장하나는 KLPGA 투어 롯데 렌터카 여자오픈과 삼천리 투게더 오픈에 2주 연속 출전했다. LPGA투어 롯데 챔피언십을 건너뛰고 출전한 것이다. 대회 주최 측이 출전 선수 명단에서 장하나의 이름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랐다는 뒷이야기가 돌았다. 당시 장하나는 "나이 드신 부모님을 모시고 효도 여행을 겸해서 대회에 참가했다"고 밝혔다.

그는 "나 때문에 이산가족처럼 떨어져 고생하는 부모님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장하나는 아버지 장창호(65)씨와 어머니 김연숙(66)씨가 사십대에 얻은 외동딸이다. 이 부부에게 딸 뒷바라지는 인생의 가장 큰 즐거움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딸이 꿈에 그리던 미국 무대에 진출하자 가족에게는 고생길이 열렸다. 어머니만 한국에 남게 되면서 극심한 외로움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장하나는 미국에서 차량으로 10시간 안팎은 차를 이용했다. 골프백 등 짐이 많아 비행기 이동이 번거로운 점이 많은 데다, 공항이 멀리 있는 지역에서 대회가 열리는 경우도 잦기 때문이다. 직접 운전하는 경우도 적지않았던 아버지는 장시간의 자동차 여행에 극심한 피로를 호소하는 일이 잦았다고 한다. 정해진 숙소가 없이 사실상 1년 내내 '떠돌이 생활'을 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호주, 프랑스, 멕시코, 중국, 대만, 일본 등 세계 각국에서 대회가 열려 이동 시간과 시차 적응도 만만치 않았다. 대부분의 한국 LPGA 선수들이 이런 생활을 한다. 박세리는 이전 현역 시절 "LPGA 선수 생활을 안 해본 사람들은 그 고생을 알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만큼 힘들고 외롭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3월 '짐가방 사건'도 한국행의 이유가 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아버지 장씨가 싱가포르 공항 에스컬레이터에서 놓친 짐가방에 전인지가 맞아 허리를 다치면서 불거진 이 사건은 가족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고 한다. 팬들의 비난에 시달리던 장하나는 건강이 나빠져 투어를 중단하고 한국에서 치료를 받기도 했다. 이후 장하나는 "세계 최고가 되는 것보다 가족과 행복하게 사는 게 더 중요하다" "환갑을 넘어서도 부모님이 나 때문에 마음 편하게 쉬지 못한다"는 등의 이야기를 자주 했다고 한다. 그리고 최근 KLPGA 투어 인기가 급상승한 것도 국내 복귀를 결정하는 데 작용했다는 관측이다. 한 해 대회 수가 30개를 넘어서고 우승 상금이 LPGA 투어와 비슷한 2억~3억원짜리 대회도 늘어나고 있다. 장하나는 23일 기자회견을 열어 LPGA투어를 접고 국내로 복귀하는 배경을 직접 설명할 계획이다.

[민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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