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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다시 공정위로 간 ‘10원 차이’ 통신3사 요금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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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요금제 나오면 비슷하게 흉내

가격 똑같거나 차이 나도 비슷

참여연대, 공정위에 담합 신고

업체선 “보조금도 따져야” 반론

국내 이동통신 3개사의 최저가 LTE(롱텀에볼루션) 음성·데이터 무제한 요금은 모두 월 6만5890원이다. 이통사는 달라도 10원 단위까지 같은 이런 통신요금을 두고 ‘담합’ 논란이 일고 있다. 참여연대가 지난 18일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를 공정거래위원회에 담합 혐의로 신고하면서다. 통신업계는 서비스 질이 비슷하다 보니 요금도 비슷해질 수밖에 없다고 의혹을 일축하지만, 소비자 피부로 느낄만한 가격 경쟁이 없다시피 하다 보니 담합에 무게를 싣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중앙일보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에 따르면 12일 기준 음성통화 무제한에 매월 300MB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LTE 요금제의 경우 KT와 LG유플러스는 3만2890원으로 같았고, SK텔레콤은 3만2900원으로 10원 비쌌다. 데이터 요금제는 2015년 5월 KT가 이통 3사 중 가장 먼저 출시했지만, 출시 직후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도 비슷한 요금제를 내놓기도 했다. 1위 사업자인 SKT의 경우 통신 요금은 정부의 인가를 받으며, KT와 유플러스는 신고만 하면 된다.

심현덕 참여연대 간사는 “한 이통사가 새로운 요금제를 내놓는 즉시 다른 이통사가 비슷한 요금제를 따라내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며 “이는 담합이 아니고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공정거래법 전문가 일부도 가입자 유치 경쟁이 치열한 통신업계 특성상 가격 경쟁이 일어나는 것이 자연스러운데도, 이런 모습을 보기 힘든 것은 일종의 ‘암묵적 휴전 협정’이 있었던 건 아닌지 의심할 수 있다는 지적을 한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시장 가격 책정 과정에서 명시적 합의가 없었더라도 암묵적인 합의만 있었다고 한다면 담합 행위로 폭넓게 해석한다.

공정위 출신인 이준길 법무법인 지평 고문은 “비가 올 때 모든 사람이 우산을 쓰는 것은 담합이 아니지만, 모두 검정 우산을 쓴다면 담함을 의심할 수 있다”며 “이통 3사가 비슷한 가격을 내놓는 현상만 보면 마치 모두 검정 우산을 쓰는 것처럼 부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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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사들은 그러나 통신업계의 가격 경쟁 양상을 통신요금제만 놓고 봐선 곤란하다고 항변한다. 통신서비스와 단말기를 함께 파는 이통사 특성상 저렴한 신상폰을 찾는 소비자 요구에 맞춰 가격 경쟁도 단말기 보조금 경쟁에 집중돼 있다는 것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전화나 문자·데이터 등 통신 서비스의 질은 이통 3사 모두 비슷하기 때문에 요금도 비슷한 것”이라며 “소주 가격이 비슷하다고 해서 담합으로 보진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공정위가 조사에 착수해 담합으로 결론 내릴 수 있는 지는 미지수란 견해도 있다. 2011년 공정위가 비슷한 이유로 이통사의 담합 혐의를 조사한 적이 있지만, 2년에 걸친 조사 끝에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로 결론 내렸다. 이준길 고문은 “담합은 증거를 남기지 않고 은밀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조사를 해도 증거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참여연대가 기본료 인하하지 않는 것은 시장지배력 남용이라며 기본료 문제도 공정위에 신고함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통신공약인 기본료 1만1000원 폐지안도 함께 논쟁의 중심에 설 전망이다. 참여연대는 전국에 통신망이 모두 구축된 마당에 통신망 설치 비용을 부담하는 기본료 1만1000원을 이통사가 계속해서 받는 것은 시장 지배력 남용 행위라고 주장한다.

통신업계에선 그러나 통신망이 구축됐다고 해도 망을 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도 계속해서 들어가는 만큼 적정 수준의 기본료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또 기본료 1만1000원을 일괄 폐지하면 이통 3사가 만년 적자 구조로 돌아설 수밖에 없는 탓에 기본료 폐지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항변한다. 소비자단체 일각에선 통신공약 관련 논의가 시작된 만큼 통신요금 인하에만 주제를 한정하기보다 불합리한 단말기 유통구조를 개선하는 데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출고가 93만5000원의 신상 갤럭시S8 단말기가 18만원에 팔릴 수 있는 불법 보조금의 재원은 결국 가계 통신비인 탓에 유통구조 개혁 없이는 통신비 인하도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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