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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앵커브리핑] '칼자루를 누가 쥐고 있는가에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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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합니다.

"칼자루를 누가 쥐고 있는가에 따라 세상이 달라진다"

소설가 김중혁이 10년 전 요리칼럼을 쓰던 시절에 세상사를 빗대서 내놓은 말입니다.

그 '누가'가 누구누구인지는 굳이 예를 들지 않아도 세상을 어느 정도 살아본 사람이라면 쉽게 동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지되어 있는 것만 같았던 세상이 급물살을 타듯 방향을 바꿔 내쳐 흐르는 느낌이 드는 요즘… 이것이 은유라면 직설로 바꿔 얘기해도 될 일이 있습니다.

즉, 말 그대로 멈춰있던 강물이 다시 내쳐 흐르는 느낌이 아닌 현실 말이지요.

가로막혔던 수문을 열어 흐르는 강으로 되돌리겠다는 정부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강은 흘러야 한다'는 그 당연한 이치를 막아온 궤변들….

대운하에서 4대강으로, 물류확대에서 수자원 확보로, 그리고 다시 수변 공원 관광 사업으로. 참으로 많았던 자기 합리화 끝에 이제야 다시 본래의 강으로.

결국 멀고 구부러진 길을 돌고 돌아서 그만큼의 시간과 엄청난 비용을 날려 버린 뒤에야 막혔던 강은 열려서 다시 흐를 것이라고 합니다.

공교롭게도 오늘(22일)은 남방큰돌고래 금등이와 대포가 고향 바다로 돌아가는 날이었습니다.

그들의 귀향은 20년 만의 일이었습니다. 동물원 비좁은 수족관에 갇혀 살아왔던 돌고래는 바다를 기억하고 있을까.

이제는 낯설어져 버린 자연으로 다시 되돌아가는 과정은 분명 고되고 지난한 작업이 될 것입니다.

그것은 수문을 열고 보를 철거해도 자연의 강은 이제는 너무나 멀리 떠나온 존재여서 우리가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를 염려하는 일과 같지요.

그러나 고래가 사는 곳이 바다이듯 강은 흐르는 것이 마땅하듯, 사람이 망가뜨린 것은 어떻게든 되돌려야 한다는 것.

그래서 다시 들여다보는 그 말…"칼자루를 누가 쥐고 있는가에 따라 세상이 달라진다"

물론 그 칼자루는 우리들이 쥐여준 것입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손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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