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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벼랑 끝에 선 사람들] 낙인 찍힐라… 편견에 막힌 '정신과 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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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 처방땐 ‘F코드’ 기록 남아… 보험가입·취업때 불이익 등 우려 / 심리부검 꺼려 원인 분석 걸림돌

세계일보

자살 예방을 위해 스트레스가 심한 사람들에게 필수적인 정신과 상담이나 치료를 받은 사실이 알려질 경우 사회활동을 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구조와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아울러 자살에 이르게 된 원인을 분석하는 심리부검을 활성화해야 한다.

국내에서는 정신과를 찾은 환자가 약물처방을 받게 되면 ‘정신질환’(F코드) 기록이 남는다. F코드 기록이 있는 환자들은 보험 가입은 물론 자칫 취업 때도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이를 피하기 위해 ‘일반상담’(Z코드) 진료를 받을 수도 있지만 그러면 약물을 처방받을 수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 결과 2013년 기준으로 한국인의 항우울제 소비량이 1000명당 20DDD(1000명이 하루 사용하는 항우울제 분량)로 28개 조사국 중 두 번째로 낮은 것도 이 때문이다.

OECD 국가의 항우울제 하루 평균 소비량은 58DDD로 우리나라의 3배 수준이다. 이 때문에 간단한 약물 처방으로 치료할 수 있는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제때 관리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실제 극단적인 선택의 동기를 분석한 결과 2015년 전체 자살자 1만3436명 중 ‘정신과적 질병 문제’로 극단적 선택을 한 사례가 4228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경제생활 문제’(3089명), ‘육체적 질병 문제’(2903명) 등의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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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원인을 심층적으로 규명하고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는 데 필요한 과정인 심리부검도 어려운 형편이다.

보건복지부 중앙심리부검센터의 심리부검 건수는 해마다 수십, 수백건에 불과하고 경찰도 타살 사건의 위장 여부를 가리기 위한 심리부검을 하는 정도여서 방대하고 체계적인 자료 축적이 안 돼 있다.

유족들이 심리부검을 꺼리는 우리 문화와 정서를 감안해 심리부검 의무화 주장까지 나오고 있지만 심리부검의 법적 근거조차 올해 들어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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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는 모범사례로 꼽힌다. 핀란드 정부는 자국의 자살률이 세계 최고 수준이었던 1987년부터 국가 차원에서 심리부검을 실시했다.

심리부검을 토대로 예방대책을 수립한 결과 1990년 인구 10만명당 30.2명이던 자살자가 2012년엔 10만명당 15.6명으로 크게 줄었다.

사회부 경찰팀=강구열·박현준·남정훈·박진영·김범수·이창수·배민영 기자 hjun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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