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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리뷰] 아스텔앤컨의 변화를 담다 '칸(KA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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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강형석 기자] 고해상 음원 플레이어(DAP) 시장은 소수의 애호가들을 겨냥하는 만큼 규모가 작지만 많은 브랜드들이 경합을 펼치고 있는 치열한 전장터다. 국내만 보더라도 아이리버와 코원, 소니 외 여러 브랜드들이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가격 또한 수십만 원대에서 수백만 원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여기에 스마트폰까지 고음질을 추구하면서 전반적인 흐름의 변화가 일어난다는 느낌이다.

그럼에도 고해상 음원 플레이어의 가치는 분명 존재한다. 말 그대로 고해상 음원을 재생할 수 있는 능력이다. 디지털 아날로그 변환기(DAC)의 성능은 물론이고 최적의 소리를 구현하기 위한 재질의 선택이나 기판의 설계, 부품 구성 등 까다로운 요구를 만족하는 부분에서는 독보적이니 말이다. 최근에는 다양한 오디오 기기와의 융합도 이어지고 있다.

때문에 최근 출시되는 제품들의 성향을 보면 음질이면 음질, 편의성이면 편의성 모두 만족하려는 듯한 인상이 강하다. 이들은 모두 100만 원대 초반 가격대를 형성하면서 플래그십을 자처하던 수백만 원대 기기 대비 합리적인 가격표를 달고 나오는 중이다.

출시되는 제품마다 가격이 너무 높아 비판을 받았던 아스텔앤컨(Astell&Kern)도 그 대열에 합류했다. 칸(KANN)이 그 주인공인데, 129만 원이라는 가격을 제시하고 있지만 하나하나 살펴보면 최신 흐름을 따르고자 노력한 흔적들이 다수 엿보인다.

외모부터 달라졌다

외모부터 달라졌다. 그간 아스텔앤컨은 직선을 활용해 확보한 선과 면으로 독특한 인상을 심어줬다. 이 디자인은 타 고해상 음원 플레이어들과 차별화되는 요소이기도 했다. 칸은 여기부터 많은 변화가 있었다. 직선과 곡선을 활용한 형태로 바꾼 것이다. 하지만 입체적인 캐릭터 라인들을 적용해 독특한 인상을 심어준다.

크기는 폭 71.23mm, 높이 115.8mm, 두께 25.6mm다. 무게는 278.7g 정도로 손에 쥐었을 때의 느낌은 약간 묵직한 정도다. 알루미늄 소재를 사용했지만 뼈대를 일체형으로 구성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손 끝에서 느껴지는 재질의 완성도는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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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을 손에 쥐었을 때의 느낌은 만족스럽다. 기기 하단을 비대칭으로 구성해 파지감을 높였다. 특히 양 손 모두 사용해도 음량 조절이 가능한 다이얼을 조작하는데 어려움이 없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단순히 외모만 강조한 것이 아닌 사용감에도 초점을 맞춘 것이다.

본체 하단은 각도에 따라 요철의 폭을 달리 적용했다. 측면은 촘촘하고 바닥은 여유롭게 구성했다. 손에 쥐는 면적을 더 높이기 위함이다. 덕분에 조작도 한결 수월하다.

전면에는 4인치 디스플레이와 조작 버튼 4개가 반긴다. 디스플레이 해상도는 480 x 800으로 WVGA 규격에 해당한다. 음악 정보나 주요 기능 조작에 아쉬움이 느껴지지 않는 수준으로 마무리 됐다. 조작은 손가락으로 화면을 두드리는 터치 방식을 지원한다.

버튼은 이전 트랙과 트랙 건너뛰기가 좌우에, 중앙에는 재생/정지와 홈 화면 복귀 버튼으로 구성된다. 모두 누르기 좋은 형태로 디자인 되어 있으며, 상대적으로 면적이 좁은 중앙 버튼은 굴곡을 줘 굳이 보지 않아도 조작할 수 있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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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 출력, 충전과 용량 확장 등은 기기 상단 및 하단에서 지원한다. 먼저 상단에는 3.5mm 언밸런스와 2.5mm 밸런스 출력 단자가 제공된다. 전원 버튼도 단자 옆에 나란히 있다. 흥미로운 점은 단순 이어폰 출력 외에도 외부 기기에 대응하기 위한 라인 아웃(Line Out) 단자도 제공된다. 일반 출력과 마찬가지로 3.5mm와 2.5mm 모두 마련됐다.

사용자가 2.5mm 밸런스 입력을 지원하는 거치형 앰프를 보유하고 있다면 풀 밸런스 시스템 구축이 가능하다. 대응 케이블은 별도 판매된다. 라인 아웃 단자의 출력은 설정에서 0.75V에서 2V까지 조절하도록 지원한다. 타 기기에서 보기 어려운 칸 만의 특징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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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단에는 SD / 마이크로 SD 카드 슬롯이 각 1개씩 마련됐고, USB-C 규격 단자와 마이크로 USB 단자도 1개씩 배치됐다. 많은 기기들은 충전 및 외부 DAC 기능 등을 모두 사용하기 위해 마이크로 USB 단자만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USB-C 규격 단자를 쓴 점이 돋보인다. 전송속도가 빠른 인터페이스이기 때문이다. 음원 파일 하나하나의 용량이 큰 제품의 특성상 적절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SD와 마이크로 SD 카드를 모두 사용하면 최대 832GB까지 확장 가능하다. 내장 메모리 64GB, SD카드 512GB, 마이크로 SD 256GB 등을 모두 더한 수치다.

자연스럽고 풍부한 소리

아스텔앤컨 칸의 소리를 들어볼 차례다. 기기 본연의 처리 성능을 경험하기 위해 음향효과는 적용하지 않은 기본 상태에서 청음을 시작했다. 음원은 기본적으로 24비트 96kHz 사양의 파일(FLAC)을 활용했지만 때에 따라 16비트 44.1kHz, 24비트 48kHz 대역의 음원들도 다양하게 활용했다. 청음에는 베이어다이나믹과 아스텔앤컨이 협업해 선보인 AK T5p와 슈어 SE535가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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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음원을 들어보니 칸은 규모가 있는 공간에서 섬세한 음악을 듣는다는 인상이 들었다. 넓은 공간감과 함께 세밀한 표현력이 귓가에 맴돈다. 출력이 좋다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과하지 않고 충실히 음원 내에 담긴 정보들을 담담히 풀어낸다. 기자가 청음한 음원은 노라조의 가이아(Gaia)와 에피톤프로젝트의 터미널, 장필순의 제비꽃, 마이클잭슨의 비트 잇(Beat It)과 빌리 진(Billie Jean) 등이다. 제비꽃(16비트/44.1kHz)을 제외하면 모두 24비트/96kHz 음원이다.

먼저 노라조의 가이아를 청음했을 때는 기타와 드럼이 표현하는 박력을 잘 표현해낸다. 드럼이 주는 긴장감, 전자 기타의 앙칼진 소리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이 모든 음들을 세밀하게 구분되어 전달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장필순의 제비꽃에서는 보컬의 음성 뒤로 바람이 부는 것을 표현하려는 듯한 담담한 피아노 선율과 피리 소리가 세밀함을 만나 마치 바람 부는 언덕 위에 있는 듯한 착각마저 전해준다. 다른 음원들도 마찬가지로 음성과 밴드가 효과적으로 배치되어 입체감을 준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소리가 약간 뭉쳐 있는 듯한 인상도 지울 수 없다. 하나하나 놓고 들어보면 괜찮은데 이 음이 모여 전체적인 음악을 완성했을 때의 질감은 약간 부족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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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텔앤컨 칸의 디지털 아날로그 변환기(DAC)는 AKM의 AK4490 한 개를 쓴다. 이를 통해 32비트/384kHz 및 DSD 2.8/5.6/11.2MHz 재생에 대응한다. 신호대 잡음비(SNR)는 최대 110데시벨(dB), 전고조파 왜곡과 노이즈(THD+N – Total Harmonic Distortion+Noise)는 0.004%로 억제했다. 밸런스 단자는 0.0008%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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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 또한 다양하다. 와이파이와 블루투스 등 무선 연결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스마트 기기와의 호흡을 강조한 AK 커넥트(Connect)도 지원한다. 앰프의 출력을 조절하고 음장이나 좌우 출력 밸런스를 조절하는 기능도 함께 제공된다.

하지만 조작을 하기까지의 준비 작업은 조금 번거롭다. 별도의 버튼이나 아이콘이 노출되어 있지 않아서다. 스마트폰처럼 화면 상단을 끌어내리면 기능을 활성화하는 주요 아이콘들이 나타난다. 여기에서 우측 상단에 있는 아이콘을 터치해야만 기능 메뉴로 접근 가능하다. 여러모로 번거롭다.

고음질 플레이어 시장 확대를 노린 아스텔앤컨의 한 수

이 제품의 목적은 고해상 음원 플레이어의 저변 확대에 있다. 129만 원이라는 가격을 책정한 것도 여기에 있다. 최근 아스텔앤컨은 660만 원의 AK380 스테인리스와 같은 고가 라인업을 전면에 내세웠다. AK70(79만 8,000원), AK300(109만 원)도 있었지만 기능적인 면에서 칸을 앞선다고 보기 어렵다. 제품 자체의 몸값은 높지만 고음질 플레이어 시장 한정으로 보면 주력 제품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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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점에서 칸은 많은 것을 담아내고자 했다. 라인 출력도 밸런스를 지원하고 최대 832GB에 달하는 용량과 USB DAC도 제공한다. 음질과 활용성, 가격이라는 삼원소 사이에서 중심을 잡으려는 고민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아쉬움도 있다. 주로 조작에 대한 부분. 먼저 물리 버튼은 화면이 꺼진 상태에서는 작동하지 않는다. 반드시 화면이 켜져야 버튼을 쓸 수 있다. 설정에서 바꿀 수 있다지만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스위치로 만들어 두었다면 어땠을까? 음장이나 일부 기능 설정도 마찬가지다. 별도로 마련된 것이 아니라 화면 상단을 슬라이드해서 불러와야 된다. 이런 부분은 향후 개선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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