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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액션은 합격, 나머지는 과락, '악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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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은 팔딱인다. 그외 모든 부분은 뻣뻣하다.

영화 <악녀>가 21일 밤 12시 30분(현지시간) 제 70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서 선보였다. 한국에서 온 액션영화는 한밤중 뤼미에르 대극장에 모인 관객들에게 아드레날린을 선사할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아버지가 잔혹하게 살해당하는 장면을 목격한 어린 숙희(김옥빈)는 조선족 범죄조직의 보스 중상(신하균)에 의해 살인병기로 조련된다. 숙희는 상대 범죄조직에 잠입해 끔찍한 살인극을 벌이다가 체포된다. 숙희의 능력을 높게 평가한 정보기관 간부 권숙(김서형)은 10년간 비밀 임무를 수행하면 이후엔 자유를 주겠다고 제안한다. 중상의 아이를 임신중이던 숙희는 출산 뒤 평범한 삶을 사는 척 하면서, 때때로 국가가 맡긴 임무를 수행한다. 정보기관은 숙희 옆에 또다른 요원 현수(성준)를 붙여 감시하게 한다. 숙희와 현수 사이엔 예기치 못한 감정이 싹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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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악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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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녀>는 1인칭 총격 게임의 화면 구성을 연상케하는 액션 시퀀스로 문을 연다. 숙희는 혈혈단신 폭력조직에 들어가 수많은 적을 제압하는데, 카메라에는 칼이나 총을 든 숙희의 팔만 보인다. 건장한 남자들은 온갖 방법으로 죽임을 당한다. 약 5분간 죽거나 다치는 사람이 수십 명에 이른다.

실제 액션스쿨을 다닌 적이 있는 정병길 감독은 한국영화에서 본 적 없는 액션 장면을 연출하는데 갖은 공을 들였다. 검, 도끼, 권총, 기관총 등 갖가지 무기가 등장하고, 오토바이, 자동차 등 각종 탈 것 위에서 공들인 액션이 펼쳐진다. 물론 유혈이 낭자하다. 촬영용 피를 1t은 족히 쓴 듯, 피칠갑의 향연이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걸작 <킬 빌>에 대한 직접적인 오마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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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0회 칸국제영화제에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으로 상영된 <악녀> 레드카펫 현장 /NE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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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0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으로 상영된 뒤 기립박수를 받는 <악녀> 의 정병길 감독과 배우 김옥빈, 성준, 김서형(왼쪽부터) /NE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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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킬 빌>이 걸작인 이유는 액션의 독창성 때문만이 아니라, 복수를 하려는 주인공과 그 적들 사이의 애증이 가슴을 저리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악녀>는 액션을 제외한 다른 모든 부분에서 과락을 면하기 어렵다. 현수와 숙희의 ‘썸’이 시작되면서 영화는 급격하게 페이스를 잃는다. 줄거리의 어떤 대목은 그것이 서사를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액션을 위해 끼워맞춰진 듯 허술하다. 예를 들어 숙희의 결혼식 장면은 오직 웨딩드레스 입은 신부가 총을 쏘는 모습을 촬영하기 위해 만들어진 듯 보인다. 한국어 문법 공부를 하듯 딱딱하고 재치없는 대사들은 언제 다음 액션 장면이 나오는지 조바심이 들게 한다. 어떤 배우들은 속내를 숨긴 연기와 속내가 없는 연기를 구분하지 못한다.

6월 8일 한국 개봉한다.

<칸|백승찬 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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