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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리조트·항만·물류터미널…연해주에 몰려드는 차이나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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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경협 마중물 연해주 / 연해주 산업단지 조성 민관 현지조사단 동행 ◆

매일경제

동해와 맞닿은 러시아 연해주 최남단 하산군에서 굴착기들이 중국·러시아 합작 리조트 건설 공사를 하고 있다. 리조트 입구에 `차이나 머니`를 상징하는 중국식 사자 조형물이 우뚝 서 있다. [하산 =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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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탕탕탕….'

지난달 18일 북한·중국·러시아 접경지인 연해주 최남단 하산군 슬라뱐카 지역. 동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굴착기들이 대규모 아쿠아파크 '초플로예 모예 리조트' 터파기 작업에 나서고 있었다.

이곳은 중국과 러시아가 총 25억루블(약 500억원)을 투자해 복합 해양리조트를 짓는 프로젝트가 한창이다. 내년 4월부터 고급 빌라, 워터파크, 요트 선착장이 순차적으로 들어선다. 선착장이 완공되면 하산군에서 육로로 4시간 걸리는 연해주 중심지 블라디보스토크까지 배로 30분이면 주파할 수 있게 된다. 지난해부터 북핵 사태로 한·러 경제 협력도 덩달아 얼어붙은 가운데 연해주에 대대적인 '차이나 머니' 공세가 이뤄지고 있다.

외교부 산하 재외동포재단과 동북아공동체연구재단은 극동러시아 기업 투자상황을 분석하기 위해 민관 현지 조사단을 꾸려 지난달 16~19일 연해주에 파견했다. 조사단은 통일연구원·중소기업진흥공단·대외경제정책연구원·수출입은행·법무법인 세종 등 28명의 전문가로 구성됐다. 매일경제도 조사단으로 참여했다.

러시아 특사단 파견…경협 물꼬 트나

22일 문재인정부는 대(對)러시아 특사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모스크바로 파견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친서를 전달하며 '러시아 특사 외교'에 발동을 걸었다. 송 특사는 푸틴 대통령과 면담해 양국 천연가스 협력 등 경제협력 사업 추진 의지를 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러 경협은 문재인 대통령 핵심 안보공약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2일 푸틴 대통령과 통화하면서도 "양국 간 극동지역 개발 협력을 확대해 나아가고자 한다"며 "시베리아 천연 가스관이 한국까지 내려오고 한국 철도망이 시베리아 철도망과 연결되는 시대가 하루빨리 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중국이 극동러시아 시장을 선점하는 속도는 점차 빨라지고 있다.

중국, 연해주 접경요지 선점

매일경제

주철기 이사장


연해주 최남단 하산군 크라스키노 고지대에 오르자 북·중·러 3개국 접경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남쪽으로 동해가 펼쳐 있고 서남부쪽은 하산을 거쳐 북한 나진으로 들어가는 길목이 있다. 중국 훈춘으로 접어드는 직선 도로는 손에 잡힐 듯 시야에 잡힌다.

하지만 눈에 들어오는 하산군 요지는 이미 중국계 자본이 진입했거나 '입질'에 들어간 상태다. 하산군 남부 자르비노항에는 중국 터미널 운영업체 차이나머천트그룹이 러시아와 합작해 총 30억달러 규모 곡물 터미널 건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지 고위 소식통은 "자르비노항은 중국 동북3성 환적 물량이 90%를 차지하는 하산 핵심 항만"이라며 "양국이 올해 4분기에는 착공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산군에 따르면 최근 자르비노항 인근 슬라뱐카 연안에 수산물 가공 공장을 짓는 사업에도 차이나 머니가 투입됐다. 중·러 물류 동맥을 잇는 사업은 윤곽이 잡혔다.

최근에는 일본도 뛰어들었다. 발레리 알파토프 하산군 투자유치 담당 고문은 "일본이 시베리아 횡단열차 간선 노선에 인접한 하산군 항만 용지를 인수해 30억달러 규모 제재소 투자에 나섰다"며 "시베리아와 극동지역 목재를 일본으로 수출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주철기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한·러 개발 경협은 북핵 사태와는 별도로 투트랙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이는 통일 한국을 위한 포석"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진출 기업은 미미

극동러시아 한국 기업 진출은 미미하다. 대기업 중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LG전자 물류센터와 기아차 대리점, 현대종합상사 연해주 농장이 있는 정도다. 하산에는 유니베라(옛 남양알로에)·에코랜드 등 중소 규모 농업 기업만 진출했다. 러시아가 지난해부터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극동러시아 경제특구(선도개발지역·자유항)에 입주한 한국 기업도 2곳에 불과하다. 교통카드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폴리우레탄 제품을 만드는 중소·중견 기업이다. 반면 중국은 이미 9곳 기업이 경제특구에 입주했다. 여기에 10개 기업이 추가로 입주 신청을 내며 공격적으로 현지 사업 지분을 쓸어 담고 있다.

지난해 북핵 사태로 박근혜정부에서 전면 중단됐던 나진·하산 프로젝트(러시아 석탄을 북한을 통해 국내로 실어오는 복합 물류사업)를 재개하고, 극동러시아 지역을 집중 공략해 현지 진출 '밑천'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승률 동북아공동체연구재단 이사장은 "우선 선도개발지역, 자유항에 한국 기업 진출 파일럿 프로그램을 만들고 하산에 협력 배후지를 만들 필요가 있다"며 "궁극적으로 이 배후지를 중국, 러시아, 북한 두만강 하구까지 잇는 루트로 다듬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해주 =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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