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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20년이나 공연 동원된 남방큰돌고래 야생 적응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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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2차례 방류 때와는 상황 달라…"사람과 접촉 최대한 줄어야"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서울대공원의 마지막 남방큰돌고래 금등이와 대포가 고향 제주 바다에서 살아가기까지 어떤 역경을 이겨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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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가는 비행'
(제주=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제주 바다에서 그물에 걸려 서울대공원에서 각각 18년과 15년 간 지내던 남방큰돌고래 금등이와 대포가 22일 오후 제주시 조천읍 함덕 앞바다에 설치된 적응훈련용 가두리로 옮겨지고 있다. 남방큰돌고래의 방류 작업은 지난 2013년 제돌·삼팔·춘삼이, 2015년 태산·복순이 등에 이어 세번째다. 2017.5.22 jihopark@yna.co.kr



일단 제주 함덕리 해상 가두리에서 수온이나 바람 등 바다 환경에 적응하며 야생성을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다.

해상 가두리는 직경 22m·깊이 7m의 원형 형태 구조물로, 2013년 제돌·춘삼·삼팔이 등 3마리가 훈련을 받던 가두리(직경 30m·깊이 4.5m)보다 조금 작고 2015년 태산·복순이가 훈련하던 것과 같다. 모양과 기능은 똑같다.

이들은 앞으로 2개월간 고등어와 오징어, 광어, 도다리 등 살아있는 생선을 잡아먹는 먹이 훈련을 하고, 사람과의 접촉을 최대한 줄여 야생성을 키우는 훈련을 받게 된다.

금등이와 대포는 19∼20년 장기간 사람과 함께 생활했기 때문에 3∼6년여간 공연에 동원되다 자연으로 돌아간 제돌(1천540일)·춘삼(1천487일)·삼팔(1천137일)·복순(2천258일)·태산(2천203일)이와는 상황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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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바다로 돌아온 금등이와 대포
(제주=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제주 바다에서 그물에 걸려 서울대공원에서 각각 18년과 15년 간 지내던 남방큰돌고래 금등이와 대포가 22일 오후 제주시 조천읍 함덕 앞바다에 설치된 적응훈련용 가두리로 옮겨져 헤엄치고 있다. 남방큰돌고래의 방류 작업은 지난 2013년 제돌·삼팔·춘삼이, 2015년 태산·복순이 등에 이어 세번째다. 2017.5.22 jihopark@yna.co.kr



금등이는 1998년 제주 한경면 금등리 앞바다에서, 대포는 1997년 제주 중문 대포동에서 어업용 그물에 걸려 1999년(당시 7∼8세)과 2002년(당시 8∼9세) 각각 서울대공원 동물원으로 반입됐다.

제돌이 등은 2009년 5월부터 2010년 8월까지 붙잡힌 11마리의 남방큰돌고래 중 살아남은 5마리다.

앞서 방류된 남방큰돌고래 5마리 중 불법 포획돼 공연에 동원된 기간(1천137일)이 가장 짧았던 춘삼이의 경우 2013년 제돌이와 함께 서귀포시 성산항 임시 가두리에서 자연적응훈련을 받던 도중 찢어진 그물 틈으로 빠져나가 일주일도 안 돼 야생 무리에 합류한 모습이 발견되기도 했다.

삼팔이의 경우 당시 호기심이 가장 강했고, 제돌이 등보다도 야생성을 많이 간직했기 때문이었다는 게 당시 연구진의 평가였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길게는 20년간 사람과 가까이하며, 야생에 있을 때보다도 훨씬 오랜 기간을 공연에 동원된 금등이와 대포의 경우 자연방류과정에서 사람과의 연결고리를 끊는 것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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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가는 남방큰돌고래 금등·대포
(과천=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남방큰돌고래 금등(왼쪽)·대포가 18일 경기 과천 서울대공원 동물원에서 마지막 공연을 펼치고 있다. 금등이와 대포는 22일 고향 제주도 바다로 돌아간다. 2017.5.18 kane@yna.co.kr



야생으로 돌아갔음에도 어선 등 사람이 다가갔을 때 부리를 내밀고 멈춰 서는 공연돌고래의 전형적인 행동인 '스테이셔닝' 동작을 하며 먹이를 구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남방돌고래가 지능이 높은 만큼 먹이를 주는 사람을 빠르게 인식하고 적응하기 때문에 먹이를 공급할 때 사람과의 접촉을 배제하는 등 최대한의 배려가 필요하다.

이외에도 야생 개체군으로부터 따돌림을 당하지 않고 무리에 잘 합류하기 위한 교감 훈련도 진행된다.

함덕 해역은 남방큰돌고래 무리가 자주 지나는 길목으로 방류될 돌고래들이 야생 돌고래들과의 교류 등 최종 훈련을 하기에 최적의 장소로 평가된 곳이다.

2년 전 자연으로 돌아간 태산이와 복순이가 야생 훈련을 받기도 한 장소다. 야생 남방큰돌고래는 물론 먼저 돌아간 제돌이 등이 가두리 그물 사이로 접촉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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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바다로 다시 온 금등이와 대포
(제주=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제주 바다에서 그물에 걸려 서울대공원에서 각각 18년과 15년 간 지내던 남방큰돌고래 금등이와 대포가 22일 오후 제주시 조천읍 함덕 앞바다에 설치된 적응훈련용 가두리로 옮겨져 헤엄치고 있다. 남방큰돌고래의 방류 작업은 지난 2013년 제돌·삼팔·춘삼이, 2015년 태산·복순이 등에 이어 세번째다. 2017.5.22 jihopark@yna.co.kr



앞서 2차례의 방류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에도 순조롭게 방류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지만, 이번 방류작전에 가장 큰 걸림돌은 '태풍'이다.

최근 들어 거듭 위력이 세지는 태풍이 제주에 직접 불어닥친다면 가두리 시설이 훼손돼 자칫 돌고래가 가두리 그물에 감겨 폐사할 수도 있다.

7월 중순께 자연으로 돌아가서도 금등이와 대포의 생활은 순탄치만은 않다.

7∼9월 본격적인 휴가철과 함께 제주 연안에서 모터보트·제트스키 등 해양레저 스포츠를 즐기는 인구들이 많아지면서 스크루에 걸려 다치는 남방큰돌고래들이 많기 때문이다.

또 제주에서는 사실상 돌고래 불법포획은 사라진 분위기지만 간혹 폐그물 또는 그물에 혼획되는 돌고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이기섭 서울대공원 동물원장은 "제돌이 등은 4∼6년 비교적 짧은 기간 사람과 지내다 방류됐지만, 금등이와 대포는 19∼20년"이라며 "상당히 오랜 기간 적응이 필요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이 바다로 돌아가 잘 적응하며 살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지만, 전문가 의견을 통해 충분히 자연으로 돌아가더라도 잘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 판단, 방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b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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