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란은행에 전량 보관…2004년 대구서 보관하던 마지막 4톤도 해외로
6·25 때 260kg 북한에 넘어가, 1955년 IMF 가입 때 금 1톤으로 출자
22일 서울 강남구 한국은행 강남본부에서 업무 이전 뒤 첫 금융기관 화폐수급거래를 위해 보안업체 직원들이 1만원권 지폐를 차량에 옮기고 있다. /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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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전준우 기자 = 한국은행 강남본부가 22일부터 화폐 수급과 교환 업무를 시작했다. 한국은행 본부 지하 금고에 보관하고 있던 10조원 이상의 현금은 강남본부로 옮겼다. 104톤에 달하는 금괴 8320개(104톤/12.5kg)는 어디에 보관하고 있을까.
금은 현재 한은에 없다. 영란은행에 보관하며 외화자산으로 운용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런던에 보관 중인 금괴는 순도 99.5%에 400트로이온스(12.5㎏) 국제규격을 따른다. 약 8320개의 금괴가 영화 '다이하드 3'에서 비친 것처럼 수북이 쌓여 있다고 한다.
영화 <다이하드3>에서 제레미 아이언스가 이끄는 악당들이 뉴욕 연방준비은행 금 저장고를 터는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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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이 보유하고 있는 금에는 여러 사연이 얽히고설켜 있다. 6·25 전쟁 당시 보유 중인 금 일부를 북한군에 빼앗겼는가 하면, 금 보유량을 늘렸다가 평가손실을 입어 2013년 '금 매입 트라우마'에 빠지기도 했다. 그때 이후로 금 보유량은 4년째 변함이 없다.
한은은 6·25 전쟁 발발로 1950년 6월27일 서울 본점에서 금 1톤과 은 2톤을 군 트럭에 줄지어 싣고 경남 진해 해군통제부를 거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로 보냈다. 당시 서울이 3일 만에 함락되면서 미처 옮기지 못한 금 260kg과 은 1만5970kg은 북한군 손에 넘어갔다. 미국으로 보냈던 금 1톤은 1955년 국제통화기금(IMF)에 가입할 때 달러가 없어 출자금으로 대신 사용했다.
그 무렵 우리나라는 외환보유액이 전혀 없어 금을 중요한 국부의 하나로 여기고, 한은이 집중적으로 매입하기 시작했다. IMF 외환위기 때에는 1998년 전 국민 '금 모으기 운동'으로 모인 금도 한은이 3톤을 사 영란은행에 보관했다.
국내에서 매입해 온 금 4.4톤과 은 0.8톤은 한은 대구지점 금고에 보관하다 2004년 영란은행으로 보냈다. 사고팔 때마다 금괴를 옮기면서 발생하는 비용과 보안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다. 영란은행에 금을 보관하면 일부 보관수수료를 내야 하긴 하지만, 금을 대여하는 등 거래 방법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부피가 크지 않아 5톤 트럭 한 대로 충분히 옮길 수 있었다.
영란은행으로 보내기 위해서는 국제표준금괴 규격(순도 99.5%에 12.5kg)에 맞게 정련해야 한다. 비행기에 실어 해외에 보낸 뒤 정련 과정을 거쳐 영란은행 금고로 들어갔다.
당시 실무를 담당했던 한은 관계자는 "런던이 예로부터 세계적인 금융 중심지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금 거래가 많았다"며 "금 거래를 할 때 실물을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영란은행 금 계좌를 통해 이체하는 것이어서 영란은행에 보관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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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의 금 보유량은 2013년부터 4년째 변동이 없다. 김중수 전 총재 당시 금 보유량 확충 계획을 세우고 2011년 40톤, 2012년 30톤, 2013년 20톤 등 총 90톤을 사들였다. 금 보유량은 2010년 14.4톤에서 2013년 7배 이상 늘어났다.
그런데 하필 당시 국제 금 시세가 비쌀 때여서 평가손실을 입었다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때 이후로 '금 매입 트라우마'가 생긴 한은은 금 보유량을 늘리지도, 줄이지도 않고 있다. 외환보유액 3765억달러의 1.3%인 47억9000만달러(장부가)로 유지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2013년 이후로 금을 추가 매입하지 않고 있다"며 "외환보유액에 비해선 많이 작은 비중이지만 금 보유량을 늘리자고 용감하게 외치는 목소리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고 귀뜸했다.
junoo56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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