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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내내 시어머니 모시다 가끔 노후자금 불려주는 국민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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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부터 국회까지…"1년에 서너달만 운용에 집중" 하소연

비전문·비효율 지적도 많아…"독립체계 갖춰 운용 집중해야"

뉴스1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2017.3.7/뉴스1 © News1 문요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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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민성 기자,김태헌 기자 = "본부장부터 실장, 실무진까지 본업(기금운용)보다 부업(감사준비)에 시달립니다. 열두 달 중 서너 달만 운용에 집중할 정도입니다."

6월 초 감사원 감사를 앞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의 한 관계자의 푸념이다. 2년 만의 감사원 감사지만 올해는 조금 특별하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이슈에다 대우조선해양 회사채 투자까지 굵직한 이슈가 많다. 감사원이라는 큰 산을 넘고 나면, 9월엔 국회 국정감사가 이어진다. 지난해부터 기금운용본부는 Δ검찰 특별수사본부 조사 Δ박영수 특별검사 조사 Δ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 등을 치르며 감사업무 준비에 녹초가 된 상태다.

올해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업무보고와 공단 내부 감사까지 포함하면 기금운용본부가 모셔야 할 시어머니는 보통 정부 부처 산하기관보다 2~3개가 많은 편이다. 다른 관계자도 "숨돌리려 하면 다시 감사준비를 해야 한다. 기금 운용이 감독과 감시가 필요한 업무지만, 본업에 집중하기 어려운 시스템인 건 맞다"고 했다. 그러나 또다른 국민연금 관계자는 "기금 업무에 대한 감사는 당연한 기능이며, 성실히 임하겠다"고 덧붙였다.

잦은 감사도 문제지만 감사 과정이나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금융이나 자산 운용에 대해 잘 모르는 비전문가들이 감사 주체인 경우가 많다"며 "단순한 사안을 일일이 설명하는 등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가 심하다"고 말했다. 주요 조사대상이 책임자급 운용역인 점도 문제다. 중요한 투자 결정을 내려야 할 시기에 이리저리 불려 다니다 보니 중요한 투자 타이밍을 놓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최근 퇴사자가 늘면서 생긴 인력 부족도 업무 가중을 더하고 있다. 지난해 기금운용본부를 떠난 운용역만 30명에 달하고 본사의 전주 이전 후 추가 퇴사자도 십수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최근 30명 채용을 목표로 진행한 신규 채용에선 절반인 15명 정도만 채용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금운용 본부를 독립된 투자 전문조직으로 탈바꿈 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대부분 선진국은 금융전문가들이 연기금을 감사하고, 중복 감사도 적다. 지난달 28일 열린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이인상 한국노총 공공연맹 위원장은 "정치권이나 재계 등 외부에 흔들리지 않고 독립적으로 일할 시스템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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