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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손흥민 시대①] 위기가 있었기에 강해졌다…반전이끈 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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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토트넘 손흥민이 지난 19일(한국시간) 열린 2016~2017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37라운드 레스터시티와 원정 경기에서 1-0으로 앞선 전반 36분 팀 두 번째 골이자 시즌 20호골을 터뜨린 뒤 양 손을 들어올려 숫자 ‘20’을 표현하고 있다. 캡처 |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홈페이지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위기가 있었기에 더 강해졌다. 손흥민(25·토트넘)이 올 시즌 최고의 시즌을 보내게 된 원동력은 간절함에 있다.

지난 시즌 손흥민은 5시즌을 성공적으로 보낸 독일 분데스리가를 떠나 무려 400억 원에 가까운 이적료를 기록하며 꿈에 그리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 입성했다. 성장통은 혹독했다. 초반 리그, 유로파리그에서 골을 뽑아내며 연착륙하는 듯했으나 족저근막염 부상으로 주춤했다. 잉글랜드 데뷔 시즌 모든 공식 대회에서 42경기를 뛰었으나 8골(EPL 4골,리그컵 1골,유로파리그 3골)에 그쳤다. 통 큰 투자에도 이적생 활약에 엄청 예민한 것으로 알려진 다니엘 레비 토트넘 회장이 종종 영국 언론에 손흥민 입지에 우려스러운 발언도 했고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도 에릭 라멜라 등 당시 손흥민과 포지션 경쟁하던 선수를 더 중용했다. 자연스럽게 손흥민은 올 시즌 개막 직전 여러 이적설에 시달렸다. 리우 올림픽 출전으로 초반 경기에 빠지면서 이런 소문은 더 구체화됐다. 영국 언론은 지난 해 9월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경기에서 좋은 활약에도 교체 1순위로 지목받은 손흥민이 독일 유턴을 희망한다는 기사를 쏟아냈다. 볼프스부르크 등 분데스리가 팀이 실제 손흥민에게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낼 때다. 손흥민은 축구계 가까운 지인에게 “겨울 이적 시장 때 독일로 갈 것 같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게 오히려 반전의 디딤돌이 됐다. 성실하게 프레시즌을 소화하고 올림픽에 참여하면서 어느 때보다 몸 상태가 좋았다. 독일로 복귀하더라도 후회없이 토트넘 생활을 마치겠다는 ‘내려놓는 마음’으로 그라운드에 섰다. 9월에만 4골을 넣으면서 아시아 선수 최초로 이달의 선수상을 받았다. 손흥민 EPL 도전의 터닝포인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후 포체티노 감독이 시즌 중반을 넘어가며 스리백 전술로 변화를 주면서 ‘전문 윙어’인 손흥민이 선발에서 밀려났으나 조커로 뛰면서도 골 레이스는 멈추지 않았다. 리그가 아닌 FA컵에서는 선발 기회를 꾸준히 잡으면서 잉글랜드 진출 첫 해트트릭을 하는 등 6골을 몰아쳤다. 결국 후반기엔 스리백 체제에서도 선발진에 진입해 해리 케인~델레 알리와 막강 공격 삼각 편대를 구축했다. 지난 달에도 5골 1도움의 활약을 펼치면서 생애 두 번째 이달의 선수상(4월)을 수상하며 올 시즌 EPL에서 유일하게 한 시즌 두 차례나 이달의 선수상을 받는 겹경사를 누렸다. 마침내 지난 19일 레스터시티와 37라운드 원정에서 시즌 20~21호골에 성공하며 차범근 U-20월드컵조직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1985~1986시즌 레버쿠젠에서 뛸 때 세운 한국인 유럽파 한 시즌 최다골(19골) 기록을 31년 만에 넘어섰다. 토트넘은 케인, 알리에 이어 손흥민이 시즌 20골 고지를 넘어서면서 EPL,챔피언십(2부)을 통틀어 올 시즌 유일하게 한 팀에서 20골 이상자를 3명이나 배출했다. 구단 창단 135년 역사에도 처음있는 일이다. 독일 유턴을 기정사실로 한 손흥민이 부담에서 스스로 벗어나 마음껏 자기 플레이를 한 결과다. 입지도 크게 달라졌다. 포체티노 감독은 “손흥민이 (올 시즌 터뜨린)골은 신뢰받을만한 가치가 있다. 케인처럼 우리 팀의 키플레이어 중 한 명”이라면서 다음 시즌에도 중용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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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이 19일 레스터 시티전에서 유럽파 한 시즌 최다골 기록을 세우고 있다. 출처 | 토트넘 홈페이지



손흥민의 진화는 단순히 심리적인 부분에서만 볼 게 아니다. EPL 2년차답게 토트넘의 색깔, 감독이 원하는 축구에 부합한 결과다. 손흥민이 분데스리가에서 성공한 건 빠른 발과 정확한 슛 등 그의 장점을 발휘할 수 있는 팀(함부르크,레버쿠젠)에서 뛰었기 때문이다. 함부르크와 레버쿠젠 모두 역습을 통한 공격 색깔이 짙었다. EPL 데뷔 시즌에도 크리스털 팰리스를 상대로 한 데뷔골 등 8골 다수가 역습 기회에서 이뤄졌다. 독일보다 템포가 빠른 잉글랜드 무대 적응에 도움을 준 측면도 있으나 단점도 극명했다. 우선 토트넘은 공격진부터 전방 압박을 통한 공격 전개가 특징이다. 즉 상대 수비 공간을 활용할 줄 알아야 하고 지공시 더 영리한 움직임이 필요하다. 올 시즌 손흥민을 두고 가장 발전했다고 평가하는 부분이 바로 이 점에 있다. 직선에서 곡선으로, 적절한 타이밍에 수비 뒷공간을 파고드는 움직임이 많아졌다. 지난해 9월 스토크시티를 상대로 1호골을 넣을 때도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공을 잡자 곡선으로 문전 침투해 수비가 밀집된 구역에서 벗어나 왼발 논스톱 슛으로 마무리했다. 그리고 지난 레스터시티전에서 20번째 골을 넣을 때도 마찬가지다. 알리가 공을 잡았을 때 재빠르게 문전으로 침투, 알리의 로빙패스를 오른발 발리슛으로 꽂아넣었다. 포체티노 감독은 시즌 초반 손흥민이 벤치에 앉았던 리버풀과 3라운드 직후 “에릭센이나 손흥민 등은 발에 떨어지는 공을 선호한다. 수비진을 흔들고 깰 유형의 선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어느덧 손흥민이 이에 부합하는 공격수로 성장하면서 고민을 단번에 해결해준 셈이다.

21골(7도움)을 넣은 건 실패를 거울삼은 손흥민의 의지도 한몫했다. 존경하는 대선배 차 부위원장의 19골을 넘어설 기회는 지난 2013~2014시즌 레버쿠젠 시절에도 있었다. 당시 일찌감치 10골을 넣었으나 후반기 17경기에서 7골 추가에 그쳤다. 당시 손흥민은 “기록 경신에 신경 쓰였던 게 사실이었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오히려 이번엔 막판 경기 숫자가 더 적었으나 기록 의식을 덜 하고자 노력하면서 주어진 기회를 살리는 노련함을 뽐냈다. 레스터시티전에서 20호골을 터뜨린 뒤 손가락으로 숫자 ‘20’을 그리며 웃은 손흥민의 미소가 유독 빛났던 이유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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