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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반환점 돈 이재용 재판…'증거부족에 진술도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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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일부터 증인신문, 특검 측 증인 11명 출석·3명 불출석…朴 전 대통령 증인 나설지 '주목']

머니투데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머니투데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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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재판이 중반부를 지나고 있는 가운데 밀폐된 특검 사무실에서와 달리 공개된 법정에서는 상이한 진술을 하는 증인들이 늘어 눈길을 끈다.

결정적이라 할 만한 증거가 나오지 않고 있으며 특검이 주장한 정황을 뒷받침해줄 만한 증인들의 증언조차도 흔들리고 있다.

◇"제가 한 진술입니까?" "특검이 설명해줬다"…진술 신뢰도 '흔들'=지난 19일 윤석근 일성신약 부회장이 이 부회장 재판에 특검 측 증인으로 나서 시종일관 혼란스런 법정 진술태도를 보였다.

윤 부회장은 그동안 특검 조사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에 있어 아주 중요하다고 말했다"거나 "양사 합병에 삼성 미래전략실이 주도돼 움직였다"는 등 주요 발언을 해 온 인물로 여겨졌다.

윤 부회장의 이런 발언은 그동안 특검 측이 주장해온 '삼성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청와대에 부정한 청탁을 했다'는 혐의를 뒷받침하는 정황 중 하나로 거론됐다.

그는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청문회에도 증인으로 나섰던 인물이다.

그러나 윤 부회장은 법정 증인신문에서 "삼성 측 인사와 만난 자리에서 '승계'와 '상속'이란 단어가 나온 것은 맞지만 경영권 언급은 되지 않은 것 같다"거나 "미래전략실이 주도적으로 움직인다고 (삼성 측이) 말한 것은 아니다"라고 증언했다.

노승일 전 코어스포츠 부장도 국회 청문회와 달리 법정에서는 모호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지난 2일 증인으로 나서 "(진술조서상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찬성해주도록 한 댓가로 최순실 지원을 해주는 게 아닌가'로 기재된 부분에 대해) 제 생각을 진술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 측 증인이나 오히려 삼성 측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언을 한 이들도 있다.

박재홍 전 한국마사회 감독은 지난 12일 "삼성 측이 정유라 외 타 선수들에 대해서도 진정으로 지원하려 한 부분에 대해 동의했고 (진정성이 느껴졌기 때문에) 10월에 독일로 출국했던 것"이라며 "전체적으로 지원이 됐다면 문제가 없었겠지만 중간에서 최순실씨가 장난을 치면서 삼성도 어쩔 수 없이 끌려간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박 전 감독은 삼성전자의 독일 승마전지훈련 계획에 따라 2015년 10월 말 독일로 출국한 인물이다. 특검 측은 박 전 감독을 삼성이 정유라 1인 지원을 위해 들러리로 내세운 것으로 봤다.

박 전 감독은 법정에서 공개된 일부 자신의 진술서에 대해서 "제가 한 말입니까"라고 되묻거나 "'(삼성이) 무엇인가를 부탁했거나 부탁하려고'와 같은 표현은 제가 말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부인해 특검 측을 당황케 했다.

이외에도 특검을 당혹케 하는 진술들도 여럿 나왔다.

지난 10일 증언대에 선 전 비덱스포츠 재무담당 직원 김 모씨는 특검 조사를 통해 '말이 삼성 소유였다면 최순실이 교환 계약을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진술서에 기재된 부분에 대해 법원 증언에선 "말 관련 업무를 맡은 것도 아니고 소유권에 대해서는 특히나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그 외 주요 진술에 대해서도 "특검 사무실에서 들은 이야기"라며 "특검 사무실에서 '틀렸다'고 할 수는 없어서 동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특검 사무실에서와는 다른 증언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삼성의 승마 지원'에 대해 핵심 키를 쥔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나 김종찬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 등은 증인으로 채택됐음에도 불구하고 연락두절 상태이거나 건강 문제를 이유로 법정에 나오지 않고 있다.

이 중 박 전 전무는 최씨와 삼성전자 사이를 오가며 승마지원 협상을 이어간 주요 인물이다. 정씨가 어린시절부터 훈련 편의를 봐주며 최씨와 돈독한 관계를 이어온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삼성 측 경영진이 최씨의 국정개입 영향력을 언제 알았는지와 삼성의 승마지원이 정씨만을 위한 단독지원으로 계획됐는지 여부를 일정 부분 설명해 줄 인물로 여겨진다.

◇6월부터 피고인 측 증인신문 예정…정치 변수 '부담'=이 부회장에 대한 재판일정은 지난 3월, 총 세 차례의 공판준비기일과 4월 서증조사를 거쳐 5월에는 특검 측 증인 신문 순으로 진행 중이다. 매주 세 차례씩 공판을 열고 있고 지난 17일에는 오전 10시에 재판을 시작해 오후 11시40분쯤 재판을 마치는 등 '진기록'을 세웠다.

6월쯤부터는 피고인이 내세운 증인 신문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후에는 피고인에 대한 신문과 최종 변론 및 검사가 형량을 구형하는 결심 공판을 거쳐 8월에는 1심 선고가 내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선고가 10월에서야 내려질 것이란 점을 감안할 때 이 부회장에 대한 선고도 함께 늦춰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런 상황에서 특검 측은 지난 18일 "(뇌물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박 전 대통령에 대한 증인 신문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고 변호인단도 이같은 증인 신청에 동의했기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이 실제 증인으로 출석할지가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한편 최근의 정권 교체가 이 부회장의 재판에 영향을 끼칠지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특검팀에서 수사팀장을 맡았던 윤석열 검사가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되면서 긴장도가 높아진 상황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재판이 법정 내 법리 다툼이라 할지라도 정치적인 변수도 무시하지 못할 것"이라며 "검찰이 삼성을 상대로 또 다른 칼을 빼 들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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