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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재·김주현 사의 … “다 나가면 누가 남나” 검찰 술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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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시작일 텐데” 불편한 심기

노무현식 서열 파괴 인사로 해석

수뇌부 공백에 업무 부분적 중단

내부 통신망선 인선방식 불만 토로

“할 말이 없습니다. 조직을 송두리째 흔들겠다는 인사로 보입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첫 검찰 인사가 나온 19일 한 부장급 검사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이게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일 텐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와 박균택 대검 형사부장(검사장)이 각각 서울중앙지검장과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발탁되고 ‘돈봉투 만찬’ 사건 당사자인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이 각각 부산고검과 대구고검의 차장검사로 좌천된 이날 대부분의 검사는 굳은 표정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 지검장과 안 국장은 전날 청와대에 사표를 제출했으나 수리되지 않았다. 감찰을 받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날 이창재 법무부 차관(장관 대행)과 김주현 대검 차장(검찰총장 대행)도 사의를 표명하자 검찰은 더욱 술렁였다. “줄줄이 다 나가면 누가 남는 거냐”는 말까지 나왔다. 이 차관은 지난 8일 청와대에 비공개로 낸 사표를 수리해 달라고 이날 공개적으로 청와대에 요청했다. 김 차장은 “원활한 검찰 운영을 위해 직을 내려놓을 때라고 생각한다”는 뜻을 밝혔다. 대검 관계자는 “(돈봉투 만찬사건에 대한) 감찰 문제 등 최근의 여러 일 때문에 김 차장이 심적 고통이 컸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대검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계획이 없다고 밝혔다가 지난 17일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감찰에 착수했다.

이 같은 지휘부의 움직임 속에서 검찰 업무도 부분적으로 중단됐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급 검사는 “통상적인 수사 보고와 회의는 했지만 지검장의 재가를 받거나 논의가 필요한 업무는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사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취임 직후 단행했던 ‘기수·서열 파괴’ 물갈이 인사를 떠올리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2003년 검찰의 정치적 편향과 권력지향성을 한두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집단적 문화라는 인식 아래 연수원 6~7기 간부들을 고검장으로 승진시켰다. 전 정권에서 요직에 오른 3~5기 간부들은 퇴진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 대검의 한 간부는 “정권 교체기에 연수원 23기(윤 신임 지검장)를 임명한 것은 그 위는 다 나가라는 얘기”라며 “결국 그때처럼 또 물갈이 인사의 기준이 제시된 것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22일부터 윤 신임 지검장의 지휘를 받아야 하는 서울중앙지검의 노승권(21기) 1차장과 이동열(22기) 3차장은 거취를 고민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정회(23기) 2차장은 윤 검사와 연수원 동기지만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 당시 윤 검사의 좌천 인사 후 사건을 넘겨받은 어색한 인연이 있다.

검찰 내부통신망인 이프로스엔 이번 인사와 임명 절차에 대한 불만의 글이 올라왔다. 지방의 한 검사장은 ‘이번 인사에서 제청은 누가 했는지, 장관 대행인 차관이 했는지, 검찰총장 대행인 대검 차장의 의견을 들었는지… 법무부든 대검이든 이 인사 절차를 담당한 부서는 일선에 설명을 바란다’고 적었다. 검찰청법 제34조 제1항은 ‘검사의 보직은 법무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한다. 이 경우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글에 검사들이 댓글 십수 개를 달아 청와대의 인선방식에 의문을 표시했다. 하지만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이창재 차관이 사의를 표명하기 전에 청와대와(인사에 대한) 협의가 있었다”며 "(인사)제청이라고 하기엔 그렇지만 이 차관과 협의가 진행됐다”고 해명했다. 법무부 관계자도 “이 차관이 청와대와 인사 를 협의했기 때문에 절차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사들이 지나치게 예민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하는 검찰 간부도 있다. 한 차장급 간부는 “새 정부의 검찰 인사가 파격으로만 치닫지는 않을 것이다. 새 정부가 법무부 검찰국장에 합리적 인물로 평가받는 박균택 검사장을 전보한 것은 개혁뿐 아니라 안정적인 운영도 도모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고 말했다.

윤호진 기자 yoongoon@joongang.co.kr

윤호진 기자 yoong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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