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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자', '괴물'의 업그레이드 혹은 패러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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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현지시간) 제 70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서 처음 공개된 <옥자>는 봉준호 감독의 여섯번째 장편영화다. 그가 칸 경쟁부문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화는 2007년 글로벌 식품회사인 미란도 주식회사의 요란한 홍보 영상으로 시작한다. 미란도사의 최고경영자 루시 미란도(틸다 스윈튼)는 칠레에서 슈퍼 돼지를 발견했고, 자연 교배를 통해 26마리의 새끼 돼지가 태어났다고 밝힌다. 루시 미란도는 전세계 26개국의 농부에게 이 돼지를 분양했고, 10년 뒤 가장 잘 자란 돼지를 고르는 콘테스트를 열겠다고 말한다. 10년 뒤 한국 강원도의 어느 산골, 미자(안서현)는 할아버지(변희봉), 그리고 옥자라고 명명한 거대 돼지와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미자와 옥자는 눈빛만 봐도 원하는 걸 아는 사이다. 미자는 할아버지가 미란도사에 돈을 주고 옥자를 산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미란도사의 동물학자 죠니 윌콕스(제이크 질렌할)가 나타나 옥자를 콘테스트 우승감이라고 점찍고, 옥자를 뉴욕으로 데려가려 한다. 미자는 급진적인 동물보호단체의 도움을 받아 옥자를 탈출시키려 한다.

<옥자>는 때로 봉 감독의 전작인 <괴물>(2006)의 업그레이드, 패러디, 오마주처럼 보인다. <괴물> 속 ‘괴물’이 인간의 과오에 의해 태어나 인간에게 복수하러 돌아왔다면, 역시 출생이 베일에 가려진 옥자는 강원도의 낙원 같은 산골짜기에서 미자와 자족적이고 행복한 삶을 산다. 영화 전반부, 미자와 옥자가 감정을 나누고 소소한 사건을 겪는 대목은 감탄을 자아낸다. 광폭한 ‘괴물’에 어쩔 수 없는 거리감이 느껴졌다면, 거대 하마 혹은 돼지를 닮은 옥자는 ‘반려동물’을 넘어 미자의 유일한 친구에 가깝다. 미자와 옥자의 사랑은 인간과 동물이라는 경계를 넘는다. 둘이 느끼는 감정은 성인이 된 뒤에도 영원히 각인될 그런 종류의 것이다. 봉준호의 연출력은 컴퓨터 그래픽 캐릭터와의 교감을 그리는데도 인간 배우들 사이의 그것 못지 않은 활력과 찰기를 포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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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옥자>에서 미란도사 최고경영자인 루시 미란도(틸다 스윈튼, 왼쪽)와 산골소녀 미자(안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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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옥자>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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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자>의 무대가 낙원을 벗어나 속세로 접어들면서 분위기가 달라진다. 미자와 옥자의 모험에는 자본주의의 탐욕, 동물권에 대한 논쟁, 육식의 정당성, 자본주의 사회 소비자의 위선, 심지어 비정규직의 설움 같은 주제들이 끼어든다. 중반부에 이르러 <옥자>는 주제가 확장되는 반면, 에너지는 분산된다. <옥자>는 루시 미란도의 복잡한 가계에 대한 이야기도 꺼내놓는데, 이것이 영화 전체의 흐름과 어울리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다시 미자가 옥자에게 접근하면서 영화는 궤도를 찾는다. 특히 종반부 옥자가 끌려가는 곳의 풍경은 인간 사회를 떠받치지만 누구도 그 실상을 알려하지 않는, 위선이 창조한 지옥처럼 보인다. 마치 <괴물>처럼, 해피엔딩도 아니고 해피엔딩이 아닌 것도 아닌 결말은 우리 삶의 조건을 돌아보게 한다.

한국 시간으로 다음달 29일 개봉하고, 같은 날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에서 동시에 공개된다.

<칸|백승찬 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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