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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시진핑, 韓·中 관계 개선 의지 보이며 ‘사드 문제’ 우회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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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주석 “양국 갈등 잘 처리하자” 밝혀 / ‘사드 문제가 관계 개선 관건’ 강조 분석 / 예정 시간 20분 넘겨 40여분간 대화 / 文정부 의지 높이 평가… 반전계기 마련 / ‘사드보복 완화 적극 노력’ 언급은 진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9일 문재인 대통령 특사인 이해찬 전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한 발언 중 눈에 띄는 대목은 “양국 갈등을 잘 처리하자”고 한 부분이다. 시 주석은 중국도 한국만큼 한·중 관계를 중시한다면서 ‘갈등’이란 단어를 언급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를 에둘러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정부와의 관계 개선 의지를 밝히면서 사드 문제에 대한 중국 측의 우려를 해소해 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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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친서 전달 문재인 대통령 특사인 이해찬 전 총리(왼쪽)가 19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문 대통령 친서를 전달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중국 측의 이런 입장은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대변인 발언에서도 드러난다. 화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이 특사가 중국에 와서 소통하는 기간에 왕이 외교부장은 물론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 시 주석 등 모두가 중국 측의 사드 문제에 대한 원칙과 입장을 피력했고 한국 측에 중국의 중대하고 합리적인 우려를 잘 해결하길 요구했다”고 말했다. 결국 중국 정부는 사드 문제가 한·중 관계 개선의 관건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사단은 이에 대해 중국 측에 “사드와 관련한 문제점들에 대한 대화를 본격적으로 해야 하므로 전문 대표단을 보내 실무적인 대화를 하겠다”고 설명했다. 시 주석도 실무대표단 방중을 언급하는 등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특사단 방중을 계기로 사드 갈등으로 악화해 온 한·중 관계가 일단 반전의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관측된다. 시 주석은 지난 14일 ‘일대일로(一帶一路) 국제협력 정상포럼’ 한국 정부 대표단을 접견한 지 닷새 만에 이 특사를 만났다. 면담은 예정된 20분을 훌쩍 넘긴 40분간 진행됐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이 이 전 총리를 특사로 파견해 한·중 관계 등 중요한 문제에 대해 소통하는 것은 대통령과 한국 새 정부가 양국 관계를 고도로 중시하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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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9일 오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 푸젠홀에서 이해찬 중국 특사와 특사단과 면담하고 있다. 연합


중국 측이 사드 보복 완화와 관련해 적극적인 노력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진전’으로 평가된다. 특사단 일원인 더불어민주당 심재권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방중 기간 사드 보복 해제와 관련한 중국 측 언급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시 주석 면담에 앞서) 만난 양 국무위원은 한국의 우려를 잘 알고 있고 적극적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 측에서 롯데 문제, 관광·문화교류·전세기 취항·청소년교류 중단 등도 언급했다”며 “중국은 한국의 관심사를 잘 알고 있으며 검토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 특사의 시 주석 면담 시 좌석 배치와 관련해 ‘외교적 결례’ 논란이 일었다. 시 주석은 테이블 상석에 앉고 이 특사는 테이블 옆좌석에 앉게 해 시 주석이 주재하는 회의처럼 보였다. 이는 2013년 1월 23일 당시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의 김무성 특사가 시 주석, 2008년 1월 17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박근혜 특사가 후진타오(胡錦濤) 주석 옆에 나란히 앉은 것과 비교된다.

베이징=이우승 특파원 ws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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