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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N 리뷰] ‘바람의 춤꾼’, 백 마디 위로보다 더 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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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아시아=현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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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람의 춤꾼’ 메인 포스터 / 사진제공=강컨텐츠

“저는 계속 춤을 출 거예요. 너무 아프기 때문에.”

시대의 아픔을 온몸으로 표현해온 거리의 춤꾼 이삼헌 씨가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그가 온 힘을 다해 추는 춤은 백 마디 위로보다 강렬했다.

영화 ‘바람의 춤꾼’은 촉망받던 발레리노에서 1980년대 한국의 암울한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시위현장에서 춤을 추는 거리의 춤꾼이 된 이삼헌 씨의 이야기를 담은 휴먼로드 다큐멘터리다.

청소년기에 광주학살을 목격한 후 공황장애를 앓게 된 이삼헌 씨는 화려한 무대 대신 시위 현장에서 춤을 추며 시대의 아픔을 몸으로 표현해왔다. 친구인 최상진 감독은 그의 인생을 기록하기 시작했고, 30년 춤꾼 인생 중 15년을 담아냈다.

이삼헌 씨는 2002년 전 세계가 월드컵에 열광할 때, 미군 장갑차에 치어 숨진 두 소녀의 혼을 기렸다. 91년 의문의 죽음을 당했던 노동자 박창수 열사의 추모대회에 참석해 흩날리는 국화꽃과 몸짓으로 마음을 전했다. 프랑스에서 접한 세월호 비보에는 슬픔을 머금고 위령무를 췄다. 이렇듯 이삼헌 씨의 30년 춤 인생은 질곡 많은 한국 현대사를 대변한다. 그가 맨발로 혼신의 힘을 다해 추는 춤은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있었다.

그의 인생과 마찬가지로 ‘바람의 춤꾼’ 역시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다. 세월호 추모나 탄핵 촛불 집회 등이 담긴 극이라 박근혜 정부 때는 개봉이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고, 15년을 이어온 제작기간 동안 이를 뒷받침해줄 제작 여건이 부족했다. 그런 극을 위해 나선 건 이삼헌 씨의 인생을 응원하는 후원자들이었다. 그들의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고 이후 영화진흥위원회 다양성영화 개봉 지원작, 독립영화 후반작업 기술지원작으로 선정된 것.

‘바람의 춤꾼’을 잘 완성된 하나의 작품으로 분류한다면 다소 부족할지 모른다. 화려한 연출 대신 사실적이고 담담하게 그려낸 이삼헌 씨의 인생과 그의 진실한 마음이 깊은 울림을 전한다.

더 나아가 그의 애달픈 독무는 힘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따뜻하게 위로한다. 그가 슬픈 춤을 멈추고 신명나는 몸짓으로 많은 이들의 기쁨을 함께 할 수 있는 춤꾼이 되길 바라본다. 또 그런 사회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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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람의 춤꾼’ 스틸 / 사진제공=강컨텐츠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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