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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기본소득 실험 4개월…AI 시대 대안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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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전 세계는 기본소득이 뜨거운 주제

핀란드 기본소득 수혜자들 "스트레스 줄었다"

"충분한 기간 가지고 꼼꼼히 분석해봐야" 지적도

지난 1월 북유럽의 강국 핀란드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핀란드 사회보장국(KELA)이 실업 수당을 받는 이들 중 무작위로 2000명을 선발해 2년간 기본소득 월 560유로(약 71만원)를 지급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무 조건 없이 모든 국민에게 동일한 금액의 생활비를 주는 ‘기본소득제’ 실시의 첫걸음으로, 핀란드 정부는 이 실험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국가 정책으로 점차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4개월이 지난 지금, 핀란드의 실험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영국 인디펜던트는 최근 KELA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기본소득이 빈곤을 퇴치할 뿐 아니라, 사람들의 정신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본소득을 받는 이들의 스트레스 지수가 크게 줄었다는 얘기다.

KELA 관계자는 “아픈 부모를 돌봐야 해 일을 할 수 없었던 한 여성의 경우 늘 두렵고 불안한 마음에 시달렸지만 이제 그렇지 않다”며 “560유로가 큰 금액은 아닐지라도, 불안감을 해소해주기엔 충분한 금액”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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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 지금 이 순간 전 세계적 화두


‘기본소득제’는 몇 년 전부터 세계적 관심사로 급부상했다. 말 그대로 국민 누구에게나 동일한 금액의 생활비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주며, 수혜자는 그 돈을 어디에 쓰는지 보고할 필요가 없다.

16세기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에서 나온 이 개념은, 1970~80년대 들어 사회운동으로 확대되기도 했지만 여전히 ‘꿈같은 이야기’로만 치부돼 온 게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각국 정치인들이 주요 정책으로 밀고 있을 정도로 뜨거운 주제가 됐다.

AI(인공지능)의 급속한 발달과 함께 무인화ㆍ자동화의 진행이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하자, 기본소득이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유일한 대안이라는 옹호론자들의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미국 알래스카ㆍ인도ㆍ나미비아 등 일부 지역에서 지자체와 시민단체 등의 주도로 시행된 기본소득 실험의 결과가 모두 긍정적이었음을 언급한다.

인디펜던트는 “(옹호론자들은) 기본소득이 빈곤과 실업 문제를 해결할 뿐 아니라 참가자들에게 뭔가 해보고 싶은 동기를 부여하는 등 ‘행복하고 건강하며 평등한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신문은 또 “빈부 격차가 점점 커지고 실업률이 치솟고 있는 서구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난한 이들은 빈곤뿐 아니라 정신적 스트레스로도 고통받는다. 하지만 고용 상태와 관계없이 모두에게 주어지는 기본소득은 ‘사회적 낙인’을 피하게 해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선별적 복지가 아닌 보편적 복지이기에 수혜자의 수치심 등을 줄여줄 수 있으리란 예측이다.

영국 가디언은 “기본소득은 이미 오늘날의 시대정신”이라며 “기본소득이 가까운 미래에 닥칠 문제에 대한 주요한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믿는 정치인과 기업가들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반대론자들의 목소리도 여전히 높아


반대하는 이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6월 스위스 국민투표에서 ‘기본소득법안’이 부결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 ‘기본소득’은 일하지 않고 얻는 ‘불로소득’으로 여겨져 부정적인 것으로 간주된다.

물론 가장 큰 문제는 재원 마련이다. 실제 1974년 캐나다 매니토바주에선 기본소득 실험을 실시하다 예산 부족으로 중단하기도 했다.

또 일부 전문가들은 기본소득을 빌미로 고용주들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축소하는 등 부작용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핀란드의 기본소득 실험 중간 보도에 대해서도 좀 더 비판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본소득을 옹호하는 입장의 연구기관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BIEN)는 핀란드 정부 관계자 등의 말을 인용해 “기본 소득의 효과에 대해 최종적으로 평가를 내리려면 충분히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러기엔 아직 실험 기간이 너무 짧다”며 “게다가 신뢰할 수 있는 결과를 얻으려면 실험이 최대한 외부 요인에 의해 방해받지 않아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밖에 BIEN 측은 핀란드 당국이 현재 참가자에 대한 인터뷰와 설문 조사 등을 최소화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로선 그 반응을 폭넓게 수집하기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제대로 된 통찰을 얻기 위해선 내년 말까지 차분히 기다려보고, 그 결과 또한 매우 조심스럽게 분석해야 한다는 얘기다.

캐나다에서도 4월 시작, 문재인 정부 공약에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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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인들이 기본소득으로 수입안정을 원한다는 트위터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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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소득제는 전 세계적으로 조금씩 보다 심도있게 논의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4월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는 빈곤한 주민 4000명을 우선적으로 뽑아 3년간 1인당 연 1400만원 가량을 주는 ‘캐나다판 기본소득 실험’을 시작했다.

네덜란드에서도 이번 달부터 핀란드와 비슷한 실험을 할 예정이다. 여러 실험군을 만들어 그중 일부의 참여자들에겐 구직활동을 하지 않아도 실업수당을 주도록 하는 식이다. 다만 완전한 개념의 기본소득은 아니며, 정치적 논란이 일 수 있단 이유로 실험에 ‘기본소득’이란 표현은 붙이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도 기본소득제는 관심을 모으고 있다.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공약 중 하나가 기본소득제를 한국식으로 변형한 ‘생애맞춤형 소득 지원제’다. 0~5세 아동에게 월 10만원, 취업준비생에게는 최대 9개월간 월 30만원을 지급하는 식이다. 노인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을 단계적으로 인상하겠다는 안도 담겨있다.

AI 시대에 기본소득은 과연 답이 될 수 있을까. 각 국가가 제각각의 사정에 맞춰 실시하고 있는 실험을 눈여겨봐야 할 때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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