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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숨 멎게 하는 차밭…하동 히든플레이스 정금마을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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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개장터에서 쌍계사 가는 길

최상급 유기농 차 재배지

화개천·지리산 어우러져 장관

5월 16일 경남 하동 북천면에서 들녘을 빨갛게 물들인 꽃양귀비의 장관을 보고 오는 길, 이번엔 초록빛깔을 찾아 화개면으로 향했다. 자동차 네비게이션에 ‘정금마을회관’을 입력했다. 하동군청에 지금 가장 그림같은 풍광을 볼 수 있는 차밭을 물었더니 ‘정금마을’이라고 일러줬다. 하동군은 지리산 둘레길도 지나는 정금마을을 2019년까지 휴양형 관광명소로 꾸밀 계획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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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 화개장터에서 쌍계사 가는 길에 있는 정금마을은 유기농 차 재배지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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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과 나란한 찻길은 유난히 구불구불했다. 길 옆으로 녹차밭이 계속 이어졌다. 화개장터에서 쌍계사 가는 길로 접어들었다. 얼마 후 운전석 오른쪽으로 급사면을 뒤덮은 차밭이 보였다. 네비게이션에서 도착 알림음이 울렸다. 마을회관에 차를 세워두고 좁은 길이 난 차밭을 산책 삼아 걸어올랐다.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금세 땀이 났다. 모노레일도 보였다. 차밭 경사가 워낙 가팔라 농부들이 타는 기구다. 길이 난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 산 아래를 굽어봤다. 곡선미 빼어난 차밭과 깊은 골에 들어앉은 마을, 굽이굽이 흐르는 화개천이 어우러진 온통 초록빛 세상이 장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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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밭에서 내려다본 정금마을 풍경. 화개천과 지리산, 차밭이 어우러진 온통 초록빛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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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쪽에서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차밭 고랑 사이로 조심조심 걸으며 다가갔다. 임종팔(70)씨가 카메라 둘러멘 나그네를 경계하지 않고 반갑게 맞아줬다. “김매기 중이에요. 19일부터 본격적인 티백용 찻잎 수확을 시작하니 바빠지겠지요. 저흰 유기농을 고집해서 햇차용으로 쓸 만한 어린잎은 많지 않아요.” 임씨의 설명을 듣고 보니 차밭에 새순이 많지 않아 보였다. 비료를 주지 않으면, 어린잎이 쭉쭉 나오지 않는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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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순이 돋고 있는 차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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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씨의 아내 신유심(65)씨는 허리 한 번 펼 새 없이 잡초를 뽑고 있었다. 작업이 고되진 않은지 물었더니 신씨가 그제사 허리를 폈다. “힘이 들긴 해도 재미있어요. 이곳에서 나고 자랐어도 이 멋진 풍경은 질리지가 않네요.” 신씨는 산과 계곡을 둘러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마을의 원래 이름은 ‘탄금’이었다. 마을 뒷산 이름이 옥녀봉인데 ‘옥녀가 가야금을 탄다’는 뜻이다. 21세기 한국인이 이 지형을 보고 옥녀와 가야금을 상상하긴 어렵지만 기막힌 풍경인 것만큼은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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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금마을에서 차밭을 가꾸는 신유심씨. 신씨는 농사가 고되긴 하지만 맛있는 유기농 차를 재배한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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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금마을 일대는 유서깊은 차 재배지다. 쌍계사 입구 대렴공추원비에는 지리산 쌍계사 일대가 한국 차의 시배지라 적혀있다. 약 1000년 전부터 차를 재배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지역은 안개가 많고 다습하며 일교차가 크다. 토양은 약산성에 자갈이 많아 차나무 생육에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유기농 녹차를 만들 수 있는 이유다. 신씨는 “유기농으로 재배한 녹차는 쓴맛은 덜하고 뒷맛이 달고 향이 오래 남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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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계사 옆에 있는 대렴공추원비. 이 일대가 한국에서 차를 최초로 심었던 곳이라고 적혀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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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금마을에서는 5월 19일부터 본격적인 찻잎 수확에 들어간다. 첫 수확을 마치고 잎이 자라는 45일 뒤, 그로부터 다시 45일 뒤에 수확을 하면 올해 작업이 끝난다. 마을 사람들은 찻잎을 따는 작업만 한다. 쌍계제다에서 정금마을 찻잎을 받아 덖고 말리는 공정을 거친 뒤 티백이나 가루 녹차로 만들어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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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나무가 산사면을 덮은 정금마을 녹차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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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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