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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文대통령 `러시아 가스관`으로 北 문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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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러 가스관 프로젝트 재추진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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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참여정부 때 추진했다가 박근혜정부 들어 교착상태에 빠졌던 한국·러시아 천연가스협력 프로젝트를 재추진해서 북한을 국제사회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내는 지렛대로 활용하는 대형 장기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여기에는 러시아 시베리아산 천연가스를 북한을 경유한 가스관을 통해 들여오는 방안까지 모두 포함된다.

이를 계기로 문 대통령은 우리나라 주 에너지원을 석탄에서 천연가스로 전환하는 복안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에너지 비용을 낮추고 나아가 미세먼지 문제도 풀어갈 수 있다. 관건은 북한이 기존의 핵·미사일 도발 등 강경 기조에서 벗어나 대화 국면으로 돌아설지에 달려 있다.

청와대와 정치권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러시아 특사인 송영길 민주당 의원에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직접 만나는 자리에서 가스협력 및 철도망 연결 프로젝트를 주요 의제로 논의할 것을 주문했다. 송 의원은 22일 문 대통령의 친서를 갖고 러시아로 출국할 예정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12일 푸틴 대통령과 통화하며 "양국 간 극동지역 개발 협력을 확대해 가고자 한다"면서 "시베리아 천연가스관이 한국까지 내려오고, 한국의 철도망이 시베리아 철도망과 연결되는 시대가 하루빨리 오기를 기대하며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러시아와의 가스관·철도망 연결 구상은 북핵 및 미세먼지 문제 해법과 맞닿아 있다. 사실 러시아와의 가스협력은 참여정부의 대표적 성과 중 하나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4년 9월 러시아를 방문해 △동시베리아와 극동지역의 유전·가스전 개발 △송유관·가스관 건설 △한반도 종단철도와 시베리아 횡단철도 연결 등 사업을 추진하기로 푸틴 대통령과 합의했다. 이후 2년여 간 한·러 가스협력 협상이 진행됐고, 2006년 10월 양국 총리가 만나 한·러 가스산업 협력 협정에 최종 서명하며 결실을 맺는 듯했다. 하지만 박근혜정부 들어 이 같은 양국 협력은 교착상태에 빠졌고, 결국 현실화하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한·러 프로젝트를 약 10년 만에 재가동하면서 북한을 협상테이블로 이끌어내는 수단으로 활용하려 한다는 게 청와대 측 설명이다. 가스관과 철도망을 연결하는 한·러 프로젝트를 통해 북한의 참여를 이끌어내겠다는 생각이다. 즉 북한에 대한 협상력이 강한 러시아가 북한을 압박해 러시아에서 북한, 한국으로 이어지는 가스관 건설을 성사시킨다는 구상이다. 청와대 측은 북한이 이번 프로젝트 참여로 북한 주민을 위한 경제적 이익을 누리는 대신 핵·미사일 개발을 포기하도록 이끌어내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과 러시아 정상 간 관계가 전례 없이 좋은 상황이라 이번 프로젝트에 대한 미국 측의 양해도 무난히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송 의원이 최근 "문 대통령이 러시아와의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며 "푸틴 대통령이 북핵 문제의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푸틴 대통령은 한국 정상에게는 처음으로 문 대통령에게 당선 축하 전화를 걸었고, "한국 특사단을 직접 접견하겠다"면서 대대적인 환영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번 가스관·철도망 프로젝트 재추진은 문 대통령의 핵심 정책인 '미세먼지 해결'과도 맞닿아 있다. 문 대통령은 "국민 생명권 차원에서 특단의 조치로 대응하겠다"며 미세먼지 문제를 최우선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이후 지난 15일 30년 이상 노후 석탄화력발전소를 6월 한 달간 일시 가동 중단할 것을 지시했다. 또 내년부터 3~6월 사이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가동 중단을 정례화하고, 노후 발전소 10기는 임기 내 모두 폐쇄하도록 했다. 부족한 전력수요는 일단 민간 LNG발전소를 가동해서 충당하기로 한 상태다.

결국 석탄을 대체할 에너지원 확충이 시급한 상황인데, 문 대통령은 러시아와 가스관 프로젝트로 대규모 천연가스를 확보하는 것을 대안으로 구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실화할 경우 현재 70%에 육박하는 우리나라의 화력발전 의존율을 상당히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시베리아산 천연가스를 북한 경유 송유관으로 들여오면 LNG선을 통해 호주 등에서 수입하는 기존 방식보다 에너지 수입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궁극적으로 천연가스발전소가 석탄화력발전소를 대체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며 "문 대통령은 이번 한·러 프로젝트를 단순한 경제협력 수준을 넘어선 통일·환경 어젠더 차원에서 구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이 송 의원을 러시아 특사로 낙점한 것도 이번 프로젝트의 무게감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송 의원은 2013년 인천시장 시절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국가 간 우호훈장으로는 최고 훈격인 오르지나 드루쥐비 훈장을 받으며 푸틴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몇 안 되는 국내 인사 중 한 명이다. 러시아 대통령이 외국의 지방자치단체장을 크렘린궁으로 초청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강계만 기자 /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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